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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Nov 23. 2023

[직딩라이프]연공서열을 위한 변명과 변화의 필요성

최근 인사제도 관련 글을 계속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연공서열제에 관해서 한 번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연공서열 인사제도는 절대선이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할 것은, “연공서열의 어떤 점이 과거에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들어맞았고 발전에 도움이 되었는가?”하는 점입니다.


1. 연공서열제의 세 기둥


생각해보면 연공서열제는 3가지 전제가 되는 기둥 위에 서 있었습니다.


첫째, 종신고용

둘째, (지금과 비교하면) 빠른 퇴직, 낮은 평균수명

셋째, 반복업무


모든 연공서열제의 핵심은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주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높은 임금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종신고용이 기본적으로 전제가 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연공서열제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현재 연공서열제가 기업의 부담이 된다고 하는 것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년 60세가 법으로 강제된 것은 의외로 2016년 1월 1일부터이며 그마저도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노력규정에 불과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정년 60세 강제규정은 기업마다 도입시기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980년부터 단계적 도입을 시작해 1990년대가 되어야 정착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또한 1970년만 해도 62.8세에 불과했고 남자는 그보다도 낮은 58.7세였습니다.

1980년이 되어서 기대수명이 66.1세가 되고 남자는 61.9세가 되어 60세를 넘기게 됩니다.


즉, 1957년 제일모직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공채 제도를 도입한 이래 상당기간 우리나라 기업의 정년은 60세도 아니었고 애초에 남성의 기대수명도 60세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연공서열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산업, 회사의 구조가 대체적으로 대동소이하여 급작스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도 없었고 지금처럼 초개인화 사회도 아니었을 것이므로 반복업무를 거친 숙련공이 필요한 시대였습니다.


물론 예외가 없지는 않겠으나, 대체적으로 신입보다는 10년차가, 10년차 보다는 20년차 직원이 더 많은 노하우와 문제해결력을 보유할 것이란 합리적 기대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제 생각에 연공서열은 이러한 세 가지 전제 위에서 성립 가능한 제도였습니다.



2.  연공서열제를 위한 변명


요즘의 사회상을 온몸으로 느끼고 계신 분들은 여기까지 글을 읽으시면 ‘뭐야, 그러면 지금은 연공서열제의 세 기둥, 세가 지 대전제가 이미 다 무너져버렸네? 그럼 폐기해야지 폐기’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인사제도가 비교적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연공서열제는 아직은 한 가지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바로 ‘회사에 대한 누적공로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입니다.


부모님께서 모아두신 자산도 없고 연로하셔서 근로능력도 없으며 심지어 치매에 걸렸다고 내다버릴 자식이 있을까요?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없습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똥오줌 다 받아내며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와 부모를 정확히 등치시킬 수는 없으나, 구도는 가져올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컴퓨터도 사용 못하고 심지어 계산기조차 사용을 못해서 제 세대에서나 그 존재를 겨우 아는 주판으로 계산을 하는 왕왕고참 직원이 있다고 해봅시다.

현재 기준으로는 이 분은 아마 아무런 회사의 실적, 생산성 향상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동네 구멍가게에서 출발했던 회사가 지금의 중견기업, 대기업이 되는데 본인의 청춘을 다 바쳤으며 분명히 상당한 공도 있다고 할 때, 그 때도 지금 생산성이 없는 분이라고 집으로 보내버려야 할까요?


물론 아무리 회사에 과거에 큰 실적을 냈었고 회사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지금도 무조건적으로 고연봉을 주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반대로 생각해서 그간의 누적공로는 완전히 도외시하고 현재의 기여도만 측정해서 연봉을 최저임금만 주거나 심지어는 내보내는 것도 과연 올바른 처사인가? 그걸 생각해보자는 말입니다.



3. 마치며


사람은 누구나 부침이 있게 마련입니다.

올해의 실적으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자는 것은 일견 매우 공정해보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제도입니다.


지난 9년간 회사에서 부동의 실적 1위를 찍었던 직원이 올해 한 해 개인적인 가정사가 있거나 몸이 아파 실적이 없었다고 해고를 해버리는 것이 과연 회사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는 조치인가?

이런 것을 생각해보자는 말입니다.


물론 신입사원이나 저연차 직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은 내가 다 하는데 뭐 딱히 하는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중간관리자가 왜 나보다 더 연봉을 받는거지?’


중간관리자가 단순 절대업무량으로는 저연차 실무직원보다 적은 경우가 확실히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중간관리자 중에서는 정말로 놀고 먹으며 도장만 찍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평균이라도 하고 있는 중간관리자라면, 저연차 직원들이 모르는 여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연차 직원들이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다른 부서나 고객사와의 관계를 관리하고 조율하며, 윗선에서 내려오는 말도 안되는 지시를 흘리거나 완화하는 역할 등이 있습니다.

그건 저연차 직원들의 눈 앞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닐 수 있으나,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명히 그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회가 급격하게 바뀌고 산업의 기본전제들이 변화하여 유니콘기업의 탄생과 전통의 강호들의 몰락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에서 저연차 직원이라 할지라도 과감한 권한이양과 확실한 보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도란 현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장땡이라는 것입니다.

제도에 현실을 맞추려는 교조주의는 무조건 실패합니다.

이는 인류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인사담당자들께서는 깊이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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