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사잡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혈청년 훈 Jan 03. 2024

263년 촉한멸망이 떠오르는 24년 부동산시장 위험성

24년 부동산시장의 위험성은 263년 유비가 세운 촉한이 멸망할 당시의 작전계획 변경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정부가 과도한 낙관과 기대에 기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적국과 아군, 천시 모든 것이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줄 것을 가정하고 짜는 계획은 계획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 경우는 극단적으로 아무 계획이 없어도 저절로 상황이 좋아질 것입니다.


258년 제갈량의 뒤를 이은 강유는 한중의 방어전략을 바꿨습니다.

원래 219년에 유비가 한중을 점령한 뒤 39년간 촉한의 한중방어 전략은 험한 요새와 산세에 의지해 적을 한중평야에 아예 들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한중을 방어하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으나, 적 주력군의 포위섬멸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강유는 258년 본인의 불안한 정치적 입지, 북벌을 위한 위나라 주력군의 섬멸 등을 목표로 적을 한중으로 끌어들인 후 포위섬멸하는 방향으로 수비전략을 바꿉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인은 나라 전체의 약 절반에 달하는 주력군을 이끌고 한중에서 멀리 떨어진 답중에 주둔했다는 것입니다.

아래 지도에서도 보여지는 것처럼, 답중에서 한중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뿐더러 중간의 길목(음평, 교두, 가맹관, 양안관구) 중 하나라도 적에게 점령당해 끊길 경우 촉한은 주력군이 외부에 그대로 고립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옵니다.

촉한의 멸망 자체가 이 글을 목적은 아니기에 촉한멸망에 대한 상세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위 이미지 출처인 아래 글에서 정독해보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fmkorea.com/1195226805)




강유의 실패원인은 첫번째로 도박수를 두었다는 점입니다.

계획대로 한중으로 끌어들인 위군을 포위섬멸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적에게 입구의 절반을 스스로 열어준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실패원인은 중앙정부와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전략을 취했다는데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환관 황호와 대장군 강유는 서로 반목했으나 위나라라는 적으로 인해 일종의 잠재적 신사협정을 맺었을 뿐, 본인의 대전략 변경과 같은 긴밀한 관계에서도 타이밍이 잘못 맞으면 바로 망하는 전략으로 변경했습니다.


황호 입장에서는 위군이 두려워 강유를 대장군으로 두고 주력군을 이끄는 것을 부득이 용인했으나, 강유가 위군을 완전히 포위섬멸하고 나아가 제갈량조차 성공시키지 못한 북벌을 정말로 성공시키게 된다면 그 권위와 힘은 감히 일개 환관인 자신이 더 이상은 견제하기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황호 입장에서는 강유가 오히려 성공을 하지 않기를 바래야 하는 포지션까지도 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24년 대한민국 정부의 상황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정부의 모든 조치는 한 마디로 "타력본원"입니다.

내 힘으로, 내가 계획을 세워서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고, 상대방이나 주변환경이 호전되어서 문제가 알아서 해결되어주길 바라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문제는 한국은행, 금융권, 가계, 기업 나아가서는 세계경제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것인가?입니다.

하나씩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만약 지금이 부동산 호황기인 상황에서 태영건설 하나만 내부적인 경영을 잘 못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면, 제가 금융회사 수장이라도 안 도와줄 것까지는 아닙니다.

태영건설을 살리는데 들어가는 총액이 설령 21조원이라고 하더라도, 대형은행 혼자만 감당할 것도 아니고 HUG, 주택금융공사, 산업은행 등 다른 대형은행과 나눠 부담을 지면 속은 쓰리지만 감당하지 못할 손실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https://www.newsway.co.kr/news/view?ud=2023122817351517527&fbclid=IwAR2rXmy0_TNxl3CrSvQ-APPAgoqvVyhOF5jYnT_0dG6nIrfXVy7UnTz3IAw


하지만 태영건설을 살려주는 전례를 만들어 버리면 이후에 혹시라도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PF보증이 많은 건설사들이 똑같이 문제가 되었을 때, 도와주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사회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사람은 해주고 왜 나는 안됩니까?"라는 형평성의 민원은 생각보다 대처하기 까다롭습니다.


https://www.yna.co.kr/view/GYH20231228001300044

불과 몇일전만 하더라도 태영건설의 PF보증규모는 대외적으로 3.5조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워크아웃 선언을 하고 나서 지금은 태영건설의 PF 관련 보증채무가 약 10조원이라고 나온 상황입니다.

다른 건설사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그 때도 우리나라 대형은행들이 발벗고 나설 수 있을까요?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40102_0002577716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거부하는 것은 금융권 수장들에게도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16위 건설사를 살려주고 그보다 큰 대기업 건설사를 죽이는 것은 못할 일입니다.

금융회사가 휘청이는 한이 있더라도 정부의 압박을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태영건설의 자구노력이 미진한 점, 여론이 태영건설에 호의적이지 않은 점, 건설업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 부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필요성 등을 이유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거부한 후,

태영건설보다 큰 대기업 건설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뼈를 깍는 자구노력이 인정되므로 국가경제 전체를 생각한 대승적 결단으로 지원하기로 한다면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담보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명분과 실리를 같이 챙길 수 있습니다.


저는 잠시 새는 얘기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태영건설의 11일 워크아웃이 부결될 가능성도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다른 축인 매수자 쪽은 어떨까요?

부동산 대세상승론자조차 올해 상반기는 보합 내지 침체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로 상반기에 갑자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급감한 부동산 거래, 늘어나고 있는 부동산 경매건수가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합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20560981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120810010098524


https://www.fki.or.kr/main/news/statement_detail.do?bbs_id=00035263&category=ST

한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4년 투자계획을 수립조차 못한 곳이 23.12.5 시점에 500대기업의 약 절반(49.7%)에 달하고, 투자계획을 수립한 45%기업도 61%가 23년 수준을 유지한다고 했으며, 23년 대비 확대하겠다는 곳은 28.8%에 불과했습니다.


정부는 긴축재정과 감세정책을 이어가겠다면서 돈을 쓰지 않고, 기업도 돈을 쓰지 않고, 가계도 돈을 쓰지 않는데 과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까요?

이 상황에서 설령 0금리가 다시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과감히 부동산시장 투자에 나설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정책은 희망이나 소망에 기반해서 짜여져서는 안 됩니다.

물론 가정은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가정이어야지, 소망이나 희망이어서는 안됩니다.


24년 테마는 각자도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그렇고 우리 모두 이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사잡설]한국과 중국의 소름돋는 평행이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