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월 9일 총선 하루 전에 쓰는 국민의힘 패인 분석글입니다.
국민의힘이 1당을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아직도 1당을 넘어서 아예 과반까지 간다는 정치평론가도 소수 있지만 대다수의 전망은 정리된 것 같습니다.
저는 국민의 힘의 패인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는 “절박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1. 윤석열 정부의 무능
2. 정권심판론(구도) 전환 실패
3. 안일한 공천
두 말할 것 없이 윤석열 정부가 무능했습니다.
설령 2번의 구도, 대전략이 일부 실패하고 공천에서 삑사리를 좀 낸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국정을 2년간 안정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었으면 과반은 몰라도 1당은 무난히 먹고 들어갔을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무능이란 말도 아까운 정부입니다.
무능도 뭘 하려고 하는데 그게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도한 효과와 반대 효과를 내야 무능하다고 말하는거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제대로 검토, 의견수렴도 없이 국가정책을 막 던지는 정부는 이번이 역대 최초일 것입니다.
이번 정부의 무능을 일일이 열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제 생각에 가장 결정타는 물가라고 생각합니다.
환율은 미국주식에 투자하거나 외국에 가족이 나가있거나 한 사람이 아니면 원달러 환율이 역대급으로 급등한다고 해도 그게 잘 체감이 되지 않습니다.
이태원 압사사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 잼버리 파행 등 연이어 터진 역대급 참사, 행사진행 실패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국민의 수는 한정적이게 마련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 69시간 근로, 법인세, 종부세 감면 등도 직접적인 나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거나 실제로 시행되지 않아(주 69시간 근로 등) 역시 영향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정치고관여층, 저관여층을 불문하고 물가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여당 지지자라고 해서 채소 한 개, 과일 한 조각 사먹지 않고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보수 지지자, 진보 지지자를 불문하고 밖에 나가서 외식 한 번 하지 않는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물가도 잡지 못하는 것도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875원 대파 사건은 국민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려 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용산과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등판시키며 나름대로 정권심판론의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름 먹혀들어가는 듯 보였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를 비대위 위원으로 임명했고 초반만 해도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등 용산에 들이받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과도한 셀카는 첫 등장부터 최근까지 변함없었지만 어쨌건 처음 등장했을 때의 한동훈 위원장은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확히 언제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대략 국민의힘 공천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는 여당의 계산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초창기 결기 넘치던 한동훈 위원장과 비대위의 대통령,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 쓴소리는 윤-한 갈등 봉합 이후 쏙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대민주당, 대이재명 지지율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말입니다…
2월 10일 조국 대표가 정치참여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하더라도 그가 이 정도로 정국의 태풍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일부 지지를 받아 2~3%, 잘하면 3~4% 정도의 지지를 받을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과 같이 20%를 훌쩍 넘는 지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처럼, 저 또한 조국 대표에 대한 지지는 조국 개인이 아니라 그의 문제제기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국은 유죄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유죄에 비해 과도한 수사를 받았다는 것은 여당 일부에서조차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찰과 권력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장모 최은순씨, 김건희 여사의 오빠, 한동훈 비대위원장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수사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법조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다들 하는 말처럼, 검찰의 진정한 권력은 기소가 아니라 ‘불기소’, 덮는 힘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것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극명히 보여줬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 +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정부와 선긋기 실패, 이 두 가지의 장작이 필요충분조건으로 쌓여져 있는 상태에서 조국이라는 불씨가 던져진 결과가 현재의 총선구도입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평균치만큼만 국정수행을 해냈거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과감히 들이받고 정부와 선을 확실히 그으며 미래권력인 나를 보고 찍어달라고 했다면, 현재의 조국현상, 나아가 국민의힘이 패배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1과 2가 합쳐진 시점에서 전체적인 판세에서의 열세, 큰 틀에서의 패배는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인물론 중심으로 제대로 된 공천을 했다면, 각 지역에서의 선전이 더해져 참패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공천에서 마지막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40~50%는 나오는 여유있는 정권에서나 할 수 있는 안정적 공천 - 이라고 쓰고 나눠먹기식 공천 - 을 진행하고 말았습니다.
전체적인 구도, 판세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들이 생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은 인물론입니다.
“홍길동의 당을 보면 영 마음에 안드는데, 홍길동 자체는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반대편 당은 후보를 아주 개차반으로 공천줘서 내보냈다. 비례는 저쪽 당 찍어도 지역구는 사람 보고 홍길동 찍어주자.”
그런데 실제 국민의힘은 어떤 공천을 했습니까?
전 조용한 공천, 조용한 공천 이러는데 매우 의아했습니다.
조용한 공천은 결국 기존의 의원들에게 다수 공천을 다시 줘서 잡음을 줄였다는 말인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이미 한 번 기록적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국민들의 평가가 4년전에 이미 어느 정도 끝난 분들에게,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 더해진 상태인데 그 분들 중심으로 공천을 준다?
전 이게 자살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3년은 너무 길다!”, “지민비소”가 먹히면서 완전히 흐름을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각 지역구에서 후보들이 인물론으로 극복하기는 커녕, 반대로 뒤쳐지고 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공영운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현상입니다.
전문가, 실력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운명, 대세를 바꾸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제갈공명이 끝내 북벌에 실패한 것이 한 예입니다.
그러나 1%이던 성공확률을 10%, 20%로 높이는 것, 모든 군대를 잃을 전멸위기에서 어느 정도의 손해만 보는 패배로 막는 것 정도는 사람의 힘으로 가능합니다.
국민의힘은 그 부분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그리고 손쉬운 선택을 거듭했습니다.
전혀 앞서고 있는 것이 없고 쌓아둔 것이 없음에도 그런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그것의 결과가 내일 나오게 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표현 그대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습니다.
내일 총선 결과를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더 큰 불행을 막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