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업무 담당자는 디테일이 살아야있어야 합니다.
디테일이 살아있으려면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월급날짜로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업의 월급날짜는 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5일, 10일, 21일, 25일 중 어느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1일, 31일은 없을까요?
월급날짜를 1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근로의욕과 자금회전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서 화장실 갈때와 나올때 마음이 다른 법입니다.
ㅇ 근로의욕 저하
엄밀히 말해 이번달에 나의 노동력은 하나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1일에 한달분의 임금을 이미 받아버리면 직원들은 감사히 여기고 열심히 분골쇄신 일을 할까요? 아니면 이미 돈도 받았고 적당히 하자가 될까요?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해 다수가 후자에 속하리라 생각합니다.
또 돈관리 측면에서도 1일에 받은 월급을 말일까지 아껴쓰는 직원보다는 당장 돈이 생겼으니 이런저런데 쓰고서 돈이 부족해졌는데 월급날인 다음달 1일은 아직도 한참 남았다면서 오히려 불만을 갖거나 최악의 경우 가불을 해달라는 직원까지 나올지도 모릅니다.
ㅇ 자금회전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돈이 나갈 일이 많습니다.
거래처에 지급해야 하는 돈, 세금, 임차료, 공과금이나 핸드폰 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 등등
그런 것이 매월 끊임없이 결제일이 돌아오는데 제일 먼저 임금부터 지급하고 나면 자칫 현금융통에 지장이 생길수도 있는 것이죠.
ㅇ 중도퇴사 등 기타
원래 임금은 일한 대가입니다.
그런데 1일에 월급을 받은 직원이 2일에 퇴사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월급을 돌려달라고 한들 돌려줄까요?
물론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이런 부분은 임단협(임금교섭 + 단체협약)에서 정하기 나름이긴 합니다.
1) 실제 그달 일한 날만큼 월급을 일할계산해서 지급하는 방법
2)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고 1/2을 지급하는 방법
3) 단 하루만 일해도 그 달 임금을 모두 지급하는 방법
그런데 임단협상 퇴사자에 대한 임금지급 방법을 1)로 하건, 2)로 하건 현실적으로 이미 퇴사한 직원이 받아간 급여를 반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고 받더라도 이만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또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총급여액의 단위수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달 직원들에게 10억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회사가 있다고 할 때, 이 돈을 연리 3%의 적금에만 들어놓아도 이자가 매월 3천만원입니다.(연간 120억원 X 3%/12개월, 세금 미고려)
1일에 급여를 지급하면 약 3천만원의 추가적인 이자수익을 포기하는 꼴이 됩니다.
이것이 1일을 월급날로 정한 회사가 적은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입장에서는 매달 말일에 월급을 지급하면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막상 31일이 월급날이라는 회사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법리적으로만 생각한다면 급여는 근로의 대가이므로 한 달 일을 다 하고 31일에 지급하는게 맞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1일에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 어렵다고는 하더라도, 직장인들도 부양하는 가족이 있고 매달 돈이 나갈 곳이 산더미인데 31일에 월급을 지급한다는 말은, "네 돈으로 한달 동안 알아서 살아봐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돈이 정말 급한 직원들은 신용대출을 받거나 집에서 도움을 받거나 가불을 요청할 것입니다.
이것이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이직욕구 상승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안봐도 뻔합니다.
무엇보다 말일을 월급날로 정하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직원들 또한 회사에 애사심을 갖고 일할 이유가 1도 없습니다.
회사가 철저하게 먼저 받은 이후에 비로소 나한테 뭘 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먼저 회사를 위해 희생할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막말로 이 회사가 월말까지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보장도 없고, 거래처에 지급할 거 다 지급하고 세금낼 것 다 내고 마지막에 나한테 돈을 준다는데, 나는 왜 회사를 우선시해야 합니까?
나 또한 회사를 제일 마지막 순위에 두는 것이 오히려 공평합니다.
이것이 매월 말일을 월급날로 지정한 회사가 적은 이유일 것입니다.
결국 월급날은 그래서 상순 아니면 하순으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월급날 하나를 보더라도 생각할 것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획자는 이런 부분까지 챙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