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연차가 15년, 20년차가 되었다면 상관이 없습니다만...
그 아래에 해당하는 연차로서 내가 어느 쪽인가하면 장인(匠人)형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은 이 글을 한 번 읽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직장인을 딱 두 가지로 분류한다면 한 분야에 특화된 능력, 경험을 갖고 이는 스패셜리스트, 장인형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팔방미인형, 제너럴리스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인형은 중간관리자, C레벨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적이고 정해져 있는 반면,
팔방미인형은 어느 자리에 갖다놔도 평균 이상은 하니까(반대로 그런 사람만 올라가니까) 갈 곳이 많습니다.
직장인은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모든 장인형, 스패셜리스트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자기 분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해당 분야와 관련된 일에 다른 사람에게 다소 오만하거나 적대적으로 보여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사내외에 아는 사람,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할 가능성이 큽니다.
업무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나기 어려운 환경이었을테니 소통, 협상능력도 비교열위에 있을 것이구요.
문제는 장인형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대체가능성"
CEO나 조직 입장에서 고분고분하지도 않고 은근히 다루기 어려운 장인형을 안고 가는 이유는 까놓고 말해서 대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경력직 채용이 되었건, 전산개발이 되었건 장인형을 어렵지 않게 대체할 수 있게되는 순간, 장인형은 최대의 장점을 잃고 동시에 단점만 부각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립니다.
이 글을 쓰는 2024년 5월 31일 시점에 아직은 일반 회사의 업무환경에 AI가 깊숙히 녹아들지는 않았습니다.
챗GPT의 경우도 최근 삼성이라던가 각 사에서 사내 보안, 대외비유출 등의 우려가 있어 업무에 생성형 AI사용을 제한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술의 흐름이란 것을 종국에는 막을 수 없습니다.
빠르면 앞으로 5년, 길어도 10년이면 생성형 AI는 고도화되어 우리의 업무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더 이상 통계, 데이터를 뽑는데 전산부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굽신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별도로 디자이너를 뽑거나 외주를 주지 않아도 어지간한 포스터, 영상, 팜플릿은 기획자 혼자서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PPT나 엑셀의 경우도 대강 만들어서 던지면 생성형 AI가 알아서 완성해줄테니 나는 조금 손만 보면 됩니다.
심지어 어느 정도는 코딩까지도 해낼 수 있으니, 사내 전산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정도는 전산부와 협의하지 않고 기획자가 알아서 바로 적용해버릴수도 있습니다.
텔레비전이 생기고 위성이 생기며 전세계가 같은 시간에 같은 방송을 보는 것이 가능해진 이래...
각 지역마다 존재했던 이야기꾼, 현재로 치면 코미디언이자 때로는 MC, 배우, 성우까지 했던 예술가들은 최정상급 슈퍼스타 한 명을 남기고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장인형이 살아남는 길은 본인만이 제공 가능했던 퀄리티를 더욱 끌어올려 명장급의 반열에 오르거나, 아니면 다른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야 합니다.
1. 해당 업계에서 누구나 한 수 접어주는 명장수준까지 진화하거나,
2.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자기 분야의 최고의 자리까지 승진하거나,
3. 영업력, 소통능력, 기획력 등 무엇이 되었건 기존의 전문성에 더해 다른 능력을 익혀 범용성을 높히거나
이 셋 중 하나를 앞으로 5년, 10년 내에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장인형은 조금만 노력하면 T자형 또는 W자형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깊게 파고들어가지 못한 제너럴리스트, 팔방미인형은 사내정치에만 더욱 더 목숨걸어야 하는 비참한 처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 수준까지 가면 제너럴리스트는 일종의 애완동물 비슷한 처지가 되는 것이죠.
생산성 측면에서는 지금 당장 없어져도 무방한데, 윗상사가 심심해서건 어떤 이유에서건 데리고 있어주는 것이니까요.
저 스스로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라 고민이 많네요.
이 땅의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