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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Jun 07. 2024

[직장법률]권고사직을 받았다면?절대 바로 답하지 말라!

모든 직장인에게 상상하기 가장 싫은 상황이 있다면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권고사직 받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권고사직을 제안받게 된다면?


권고사직을 거부하기 위해서건, 결과적으로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건 어느 쪽이건간에...

절대! 절대로! 그 자리에서 즉시 대답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 남고 싶었다면 권고사직을 수용한다는 어떠한 의사표시건 무조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안그래도 회사를 떠날 마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다 좋은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즉답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1. 회사가 권고사직을 하는 이유 = 해고사유가 없거나 해고에 걸리는 시간적, 물질적 투입이 싫어서


그런데 회사, 고용주 입장에서 한 번 생각을 해봅시다.

해고란 제도가 있는데 왜 권고사직을 할까요?


이제는 대다수 직장인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해고는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해고에 대한 절차와 해고사유 둘 다 완벽해야 해고가 가능합니다.

절차에 하자가 있거나 사유가 해고수준까지 아니라면 감봉, 정직, 강등이 나올지언정 해고는 불가능합니다.


회사가 특정인에게 권고사직을 권한다는 뜻은 -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 그 사람과 확정적으로 같이 가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 것입니다.

다만, 해고로 하지 않는 이유는

1) 해고사유까지는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

2) 해고무효 소송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지만 거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서

3) 권고사직 대상직원이 만만해서 그냥 수용하고 나갈 것 같아서의 3가지 중 어느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내가 1), 2), 3)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와 나의 본심이 "이 회사에 그래도 남고 싶은지, 남을 가치가 있는지"와 "그래! 나도 마침 이딴 회사 때려치고 싶었어!" 중 어느 쪽인지에 따라 향후 대응방법을 정해야 할 것입니다.



2. 권고사직 장면에서 즉답할 경우 생각할 시간이 사라진다.


제가 구별하여 쓰고 있는 것에서 눈치빠른 분들은 짐작하셨듯이, 권고사직은 해고가 아닙니다.

권고사직은 어디까지나 "근로자의 자발적인 퇴직의사에 따른,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종료"입니다.


그러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란 말처럼 권고사직이 사실상 해고처럼 쓰이고 있음은 중소기업을 다녀본 사람들은 대다수 동의하실 것입니다.

저는 대기업을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중견, 대기업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CCTV로 모든 상황이 녹화되거나 판사님이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다음에야 결국 모든 재판은 증거로 진행되게 됩니다.

이 때, 근로자가 권고사직에 동의한다는 취지가 담긴 모든 증거(녹취이건 사직서이건)는 무조건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침 나도 이딴 회사 때려칠 생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왕이면 현직을 유지한채로 이직을 시도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위로금(?)을 한 달치라도 더 챙겨받고자 한다면 굳이 권고사직을 제안받는 첫 자리에서 승낙할 이유가 없습니다.



3. 권고사직을 제안받은 자리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요?


명심하십시오.

권고사직을 제안받았다면 이미 회사는 마음속에 당신을 지웠습니다.

재결합의 가능성은 없고 하루빨리 이혼서류에 도장찍기를 종용하는, 이제는 님이 아닌 남이 되어버린 누군가가 그 자리에 서있는 것입니다.


유일한 예외는 앞서 정리한 것처럼, 해고도 가능한데 시끄러운게 싫고 돈들고 시간들이기 싫어서 권고사직을 권유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권고사직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이미 회사가 그간 수집한 본인에 대한 비리, 해고사유 등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 때는 버텨봐야 험한꼴만 보니 순순히 권고사직에 응하는게 현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했을 때 진짜로 그런 캥기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권고사직에 즉시 응할 이유는 없습니다.


회사가 진짜로 불이익을 가하면?

부당해고 요건만 차곡차곡 늘려가는 꼴입니다.

부당해고에 더해서 직장내괴롭힘으로 인한 신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하게 될뿐입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권고사직을 한 번에 수용할 거라고 오히려 생각안할겁니다.

일이 잘 풀려도 권고사직 제안하고 몇 일, 1~2주 있다가 본인이 수용하거나 2, 3번에 걸친 권고사직 제안이 있어야 할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권고사직을 처음 제안받는 자리에서 승낙이건 거절이건 즉답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이 올 가능성은 매우 낮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4.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 생각에는 3가지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1. 주관적인 나의 상황

2. 객관적인 나에 대한 평가

3. 다니고 있던 직장, 속해있던 업권이 어떤지


1) 주관적인 나의 상황


올해 50세가 된 A와 B에게 각각 권고사직이 행해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A는 요즘시대에 정말 빠른 25에 결혼해서 아이도 허니문베이비로 벌써 대학교 3학년입니다.

B는 35살에 결혼해서 38에 아이를 낳아 이제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A와 B중 누가 회사에 남아있어야할까요?

둘 다 절박하지만 누가 더 절박한 주관적 사정이 있을까요?


이처럼 본인의 가족구성, 경제상황, 가정형편 등 여러가지가 제일 첫 번째 고려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객관적인 자기평가


비록 권고사직을 받았지만 내 나이가 35 전후라면 까짓거 좋은 조건으로 퇴사해도 됩니다.

왜냐하면 35 정도면 2~3년 경력으로 경력이직하기 가장 괜찮은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잘만하면 좀 나이가 있긴 하지만 신입으로 들어갈수도 있습니다.


또 내가 평소에도 여기저기 인정을 많이 받아 농담반진담반으로 자기 회사에 오라는 곳이 많았다면 권고사직이 뭐가 두렵겠습니까?

아니면 2년 전쯤 얘기이긴 합니다만 대개발자시대에 그럭저럭 괜찮은 개발이력을 갖고 있다면 역시 권고사직이 두려울 것이 하나 없습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은 옛 조상들의 지혜입니다.


3) 회사의 사정, 업권의 사정


권고사직을 거부하고 지루한 소송 끝에 회사에 남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회사가 정말 아주 막장회사라 재판에 져서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그간의 미지급 임금 지급도 거부하고 출근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또 다시 소송전을 시작해야 하나요?


변호사가 이런말을 하는게 서글프고 자괴감이 드는 면은 있으나, 만약 회사가 정말 한 사람 인생 망칠 작정으로 평판리스크 떨어지는거 각오하고 극단으로 치달으면 이걸 딱히 재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노동법이 강력하고 법원에서 임금체불 등 노동법 위반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니....


그래서 제가 늘 "같은 노비를 할바에는 대감집 노비가 낫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공무원, 공공기관은 국회 국정감사나 언론보도가 무서워서라도 은밀한 직장내 괴롭힘이나 따돌림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부당해고 재판에서 졌다면 어쨌건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복직시키는 것은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기업도 언론의 감시, 국민여론이 두려워서라도 가능한 법상으로 지켜야 할 것은 지킬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수준의 기업이라면 평소 본인이 다니시면서 어땠는지를 떠올려서 판단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간 일했던 회사가 속한 업권이 이직이 자연스럽고 활발한지 아닌지도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결정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순혈주의로 경력직 채용이란 개념조차 모르는 보수적인 업권에서라면, 한 번 권고사직으로 나가는 순간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자영업을 하거나 단기알바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내몰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5. 마치며


권고사직은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받게 되었다면 그 뒤에 대처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때를 대비해 저축을 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을 아무 문제없이 버틸 수 있는 생활비를 저금하고 있다면, 아무래도 심적으로 훨씬 여유가 생기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도 그래서 1년치 생활비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팍팍 모이지는 않네요 ㅠㅜ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에 하나 권고사직을 받은 분이 계시다면, 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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