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금요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입법청문회가 열려 고 채수근 상명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많은 국민들이 여러가지를 보고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같은 변호사로서 어떻게든 논리를 짜내야 하는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이건 아무리 그래도 선을 넘었다 싶은 것입니다.
싫든좋든 임성근 전사단장의 재판은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수많은 군관련 형사재판 중 하나였을 이 사건을 국민적 관심사로 키우고 정치적 핵심쟁점으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대통령과 대통령실 스스로니 억울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말씀드리는 무리한 주장도 평소 같았으면 '그래... 먹고 살려고 애쓴다'하고 약간의 동정어린 시선까지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질타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끼지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높으신 분들의 단골수법이기는 합니다.
민감한 사안, 잘되면 공이 되지만 잘못되면 과가 될 수 있는 일을 지시할 때 절대로 직접적인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살펴봐라", "챙겨봐라", "OOO지원했냐?"까지만 말을 하고, 절대로 "그 업체랑 계약해라", "김아무개를 입사시켜라", "박모를 승진시켜라"와 같은 식으로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 임성근 전사단장의 작전지도 주장은 다음과 같은 모순점을 갖고 있습니다.
1) 스스로 정의한 작전지도 개념과 배치된다.
임전사단장은 청문회에서 "작전지도는 작전권은 없지만 예하부대에 대한 인사군수·행정·교육·훈련·예산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임성근 본인의 주장과 다르게 다른 핵심관계자들의 증언은 정반대의 상황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채수근 해병 직속 대대장인 이용민 중령은 임성근 전사단장의 "바둑판식 수색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포3대대9중대장의 수사단장 수사 진술을 보면 "처음 온 작전지역이라 작업간 안전요소를 파악하던 중 사단장님이 말을 끊고 빨리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인사군수, 행정, 교육, 훈련, 예산 등에 대한 작전지도입니까?
당시 해병들의 작전은 인명구조/수색이 목적이었는데 안전확인 절차도 생략한 채 일단 들어가라는게 작전지시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작전지시입니까?
2) 육군2작전사령부가 상급부대임을 감안하면 작전지도는 부자연스럽다
상급부대가 하급부대에 작전지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급부대가 상급부대의 작전통제권 범위 내에 있는 나의 휘하병력에 작전지도를 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육군 제2작전사령관은 대장이고 임성근 사단장은 소장에 불과합니다.
두 부대의 예하병력을 비교해도 당연히 제2작전사령부가 더 높습니다.
아무리 타군이라지만, 아니 반대로 타군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내 휘하 병력이 가있다고 하더라도 작전지도를 하는데 있어서는 사전협의를 하는 등 조심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만에 하나 이런 사정이 있다면 상황은 반전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2작전사령관이 "나는 이번 인명수색/구조작전에 아무런 작전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을테니, 작전통제권 이관에도 불구하고 임성근 사단장 당신이 작전을 지휘하시오"라고 말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군대가 개판이라도 정식으로 작전통제권이 이관되었는데 그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직 이 부분은 청문회에서 다뤄지지 않았고 이를 지적한 언론뉴스는 보지 못했지만 - 그간 암묵적으로 인명수색/구조 작전은 공식적인 작전통제권 이관에도 불구하고 원병력 소속 부대장이 사실상 행사했다는 등의 관행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는 한 - 임성근 전사단장의 행위는 작전통제권이 없는 자가 작전통제권을 행사하였거나 또는 작전지도를 빌미로 제2작전사령부의 정상적인 작전통제권 행사를 방해한 중대한 징계대상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임성근 전사단장은 24.4.24.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425147800053
이에 대해 제7여단장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33511?sid=100
임전사단장 주장의 핵심은 "작전은 작전통제권을 가진 육군 제50사단장의 지휘하에 이뤄졌고, 본인은 마침 옆에 있던 제7여단장이 의견을 구하니 거절하지 못해 자신의 의견을 진술했을 뿐이고, 제7여단장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이를 받아들여 육군 제50사단장에게 지시하여 정상적으로 작전이 진행되었다."입니다.
전혀 상반되는 두 가지 주장에 대해서 판단할 때는 전후사정과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임성근 전사단장의 주장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해병대제1사단 제7여단장과 육군 제50사단장의 핸드폰 통화내역 조회만 해봐도 임성근 전사단장의 주장에 대한 사실여부가 밝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7여단장부터 각 대대장들의 진술, 실제 당시 이뤄졌던 활동내용 등 모든 것이 임전사단장 본인의 말에 따른 것임이 무수히 많은 진술과 증거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육군 제50사단장이 정상적으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면, 그 이름이 이렇게까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임성근 전사단장쪽이 그런 시나리오를 짰을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는 그 자체로만 보면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 행동을 그와 정 반대로 했습니다.
우리는 상상속의 내가 한 행동이 아니라 실제 내가 한 행동으로 평가받고 책임을 집니다.
여담으로 대통령,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지난 금요일의 입법청문회가 두고두고 아쉬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사건의 복잡한 배경은 모르더라도, 누가 의심되는지, 누가 진실을 밝히려고 하고 있는 쪽인지 백마디 말보다 강한 인상으로 남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디까지 어떻게 전개될지 그건 오직 신만이 알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난 금요일의 청문회는 분명히 하나의 분기점으로서 작용할 것입니다.
삼가 고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아직 이 땅에 남아있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건 무슨 대단한 투사가 되거나 운동을 해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국민적 관심이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범인들에게는 무엇보다 강한 압박이 되고 진실을 밝히는 동력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