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이후의 이직은 하기도 쉽지 않고 이직한 후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란 더욱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포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를 다니는 것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먼저 30대 중반의 이직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에 성공하고 나아가 그곳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한 번 고민해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경력이직은 버리는 카드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뽑는 쪽 입장, 회사 관점에서 보자면 최소 수 명, 수십명을 뽑는 신입사원의 경우 '와 실수했다' 싶은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전체의 일부일 것이므로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직은 단 한 명을 해당 포지션에 뽑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한 번 잘못 뽑으면 답이 없습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도 겉보기에는 나무랄데 없는 경력과 현란한 언변에 뽑은 경력직이 여러 문제를 일으키며 최근에는 징계까지 받는 등 잘못 뽑은 경력직은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됩니다.
그렇기에 경력직 선발은 자연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30대 후반의 경력직은 추가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혼자서 일하는 것이 아니므로 성과도 혼자서 낼 수 없습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조직 내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조직의 자원을 활용하여 무언가 성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이상론적으로는 누구나 일을 하면서 조직내의 자원을 활용하고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부서간의 이해관계, 담당자와의 친분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경력이직이라면 나이가 어리므로 낮은 자세로 접근할 수 있고, 향후 장기근속의 가능성도 높아 본인이 잘만 하면 마치 처음부터 해당 조직에 신입으로 입사한 것처럼 대우받을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30대 중반 이후에 경력직으로 합류하는 경우 아무래도 이런 면에서 불리한 핸디캡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스카웃 제의를 받는 것입니다.
최소한 헤드헌터의 제의라도 먼저 받아서 이력서를 내는 것과 이직희망 기업이 낸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 심리연구 결과가 말해주듯, 인간은 어렵게 손에 넣은 것일수록 실제 가치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0대 중반을 넘어 기존 회사에서 쌓아놓은 사내입지, 네트워크를 다 버리고 가는 것인데, 그 회사에서 내 편을 들어주거나 내 사정을 고려해줄 사람 하나 없다면 나의 능력과 무관하게 적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으로는 그 쪽이 나를 원해서 모셔가는 스카웃이 좋고, 그게 안되더라도 헤드헌터를 잘 활용하여 '내가 그들이 원하는 포지션에 꼭 맞는 사람'이란 인상을 심어주어 인사담당자, 이직 시 나의 직속상사가 될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직이 최종적으로 성사된 뒤에는, 빠른 시일 내에 내가 의지할 사람과 경계할 사람을 구분해야 합니다.
일로서 인정받는 것은 30대 중반 이후의 경력이직에게는 디폴트값이니 더 설명하지 않겠지만,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누가 나와 협업이 가능한가, 누가 나를 라이벌로 여기고 적대시하는가, 누가 빅마우스인가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나의 첫인상을 결정하게 됩니다.
계약직은 그 명칭이 전문계약직이건, 무기계약직이건 쳐다보지 않는 게 맞습니다.
저 같아도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정규직과 계약직 중 후자에 눈이 먼저 갈 것 같습니다.
계약직은 다음 세 가지의 경우밖에 없습니다.
1) 상시적으로 필요하지만 정규직으로까지 하기는 어정쩡한 업무를 처리하려고,
2) 정규직의 업무를 싼 값 또는 언제든지 일시키다 해고가 편하게 하기 위해,
3) 업무특성상 계속 갈 업무는 아닌데 어쩌다보니 몇 년간은 누군가 해줘야 하는 업무
이 중 특히 세 번째 경우는 정규직으로 자리를 주더라도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하는 자리입니다.
전통적인 주력사업을 떠나 사업확장을 해보려고 경력직을 뽑는 것이면 그래도 한 번 고민해볼만 하지만, 그게 아니고 오히려 철수하는 사업을 마지막까지 잠시 맡아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라거나 중장기적으로는 정리하거나 매각할 사업을 우선 누군가 맡아야 하는 경우라면 그런 포지션은 모셔가더라도 거절해야할지 모릅니다.
이런 자리는 정말 회사가 오늘내일 하는 상황으로 임금이 밀리는게 아닌 한 갈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종합해서 봤을 때...
현실적으로 30대 중반 이후가 되면 확실히 이직이 어려운게 맞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30대 중반에 이직을 해서 지금까지 쭉 다니고 있고....
그 이후로도 이직했던 친구들,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점점 더 나이가 들수록 최종면접까지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서류통과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예외라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인생은 확률게임인 면이 있으므로 이직생각이 있다면 30대 중반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그 이후라면 지금 맡고 있는 업무 분야에서 성과를 내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스카웃 제의를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오늘도 힘내고 있는 모든 직장인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