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차를 위한 현실조언
한 번 쯤은 이름을 들어보셨을지도 모를 '더닝 크루거 효과'를 잊지 마십시오.
개그맨 이경규씨가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강호동이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말한 것도 다 같은 맥락입니다.
처음에 전혀 모르던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배워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하늘을 찌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일하고 배워갈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깨달으며 자신감이 바닥을 칩니다.
거기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더 계속 공부해나가면 실력의 증가와 함께 자신감이 조금씩 회복되며,
상당한 시간(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1만 시간 이상)을 투입하면 비로소 실력과 자신감이 함께 높아집니다.
2~3년차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시기일 수 있습니다.
이제 내가 맡은 일이나 하고 있던 일에 대해서 손에 익고 눈에 익으면서 선배들이 하는 일이나 기존에 조직이 해왔던 일이 다 답답해보이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여러분이 계산에 넣지 못하는 복잡한 다른 변수들, 방정식이 있고 숨겨져 있는 히스토리와 제약조건들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를 염두에 두셔서 내가 잘한다고 생각될 때에는 조심하시고,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고 좌절될 때는 누구나 그랬으니 걱정마시고 계속 힘내십시오.
내 본 모습을 도저히 속일 수 없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하나는 가족(또는 동거인)이고 다른 하나는 직장 동료입니다
왜냐하면 이 두 그룹은 나와 생활을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은 나의 평소 생활습관, 태도, 이해관계에 대한 반응 등을 누구보다도 피부로 잘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직장 내 일의 99%는 누구나 시간을 주면 할 수 있는 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어떤 조직이건 한 명의 천재를 위해서 설계된 것이 아닌, 누가 그 자리에 오더라도 역할을 할 수 있게 설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소위 좋은 부서, 좋은 직무를 주는 것은 누구일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인사권자가 무슨 용쓰는 재주가 있어서 각각의 사람을 다 파악하고 있겠습니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모든 인사권자는 수시로 인사대상자와 함께 일해본 사람의 평판을 수집하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의 본모습을 파악해갑니다.
결국 배달앱처럼 공공연히 보여지지 않을 뿐, 우리 모두는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별점을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신입사원이 1년 차를 넘기면, 슬슬 별점을 매기기 시작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얼음덩어리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려 보십시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저 물 한 방울이 얼음으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수영장에 검은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려 보십시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검은 잉크라지만 한 방울이기에 수영장은 여전히 투명할 것입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를 깨달으셨을 겁니다.
조직이 얼음덩어리고 수영장의 물이라면 저나 여러분은 물 한 방울입니다.
이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도저히 얼음으로는 살기 싫다고 한다면 얼음을 바꾸기보다 내가 수영장을 찾아가는 것이 더 빠르고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1년차에 배속된 업무를 설령 잘해내지 못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좌절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는 신입임을 감안하고 봐주기 때문입니다.
또 배치된 부서의 팀부장이 이상했을 수도 있고, 순수하게 업무가 안 맞았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3년차가 되어서도 여전히 업무를 잘 하지 못하고 헤메고 있다?
이건 좀 심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위에 설명한 것들로 좋게 봐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지간해서는 한 번, 두 번의 기회는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적응도 못하고 업무도 잘 못한다면 그건 이제 주변 환경이나 상성의 문제가 아닌 그냥 그 신입사원이 무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경력 이직을 시도하건, 신입으로 재지원하건간에 2~3년 간의 근무경력을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입사 1년은 그렇다 치더라도 2년째에 나름의 고유 업무를 맡거나 이렇다할 업무를 배우거나 성과를 올린 것이 없다면 경력이직도 어려워지고 신입을 지원할 때도 뭐 쓸 거리가 없습니다.
2~3년차에 맡은 직무는 이직에서건 기존 회사를 계속 다니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2~3년차에 꼭 해야 하는 것이 나와 다니는 회사에 대한 판단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입사 후 1년은 적응에만도 정신이 없어 주위가 보이지 않는데(이건 당연합니다. 1년 차인데 주위가 잘 보인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겠죠),
2~3년차가 되면 싫어도 주위가 슬슬 보입니다.
이 때 어느 시점에서건 한 번 냉정히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이 회사/조직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내가 정년때까지 존속은 할 수 있을까?
앞의 두 질문이 부정적이라면 내가 여기서 얻어가야 할 게 무엇일까?
회사에 대해서는 이런 질문들을 할 필요가 있고,
나에 대해서는 동기들, 선후배들은 얼마나 뛰어난가?
대략적으로 승진은 어떤 기준으로 몇 년 만에 시키는가?
승진하면 처우가 얼마나 좋아지는가?
현실적으로 나의 승진시기는 대략 어떻게 될까?
등등을 통해 커리어 설계나 생애소득에 대한 대략적인 계산을 해야 합니다.
어차피 회사와 나는 계약관계입니다.
2~3년 차에 해야 할 일은 그 계약관계를 장기계약 관계로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내가 원하는 목표 - 일정한 기술습득, 거래처 확보, 인맥 형성, 자금 조달 등 - 를 달성할 때까지의 한정계약으로 가져갈 것이냐?
그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지만 내 삶을 운에 맡기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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