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에 근거한 통설 고찰하기 1편
‘공부를 잘 한 사람이 일도 잘할 것이다.'
학벌주의의 중요한 전제이자 얼마전까지도 대한민국 구직시장에 의심의 여지 없이 통용되었던 말입니다.
그럼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 경험상 '확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조직생활, 사회생활은 항상 '상대방'이 있기 마련인데, 공부를 잘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상대방'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시험을 잘봐야 합니다.
그런데 시험은 제한된 시간 내에서 한정적으로 출제되는 문제의 정답을 맞춰야 합니다.
(고시나 논술, 대학시험 등 서술식도 있지 않나요?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서술식 시험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아니란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그렇다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도파악이 가장 중요합니다.
순수한 학습능력에 더하여 출제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평소에 강조한 내용까지 아울러 생각하지 않으면 시험에서의 고득점, 최상위권에는 들 수 없습니다.
사회생활, 조직생활 연차가 쌓이면 쌓이실수록 '상대방의 의도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저연차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시킨 일만 충실히 잘해도 그것만으로 칭찬받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직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상대방의 의도파악'이 동반되지 않으면 기껏 일해놓고도 욕만 먹는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물론 꼭 공부를 잘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릴때부터 철이 일찍 들거나 생계전선에 빨리 뛰어든 경우 '일머리'가 생겨서 '상대방의 의도파악'을 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드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대다수의 경우는 아무래도 공부를 잘했던 사람이 일도 잘할 확률(특히 승진하면 할수록)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공부를 잘 한 사람이 일을 잘할 확률'과 '공부를 못한 사람이 일을 잘할 확률'중 후자가 더 높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하나만 더 첨언하자면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직급, 연차가 쌓이면 쌓일 수록 일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절대 줄어들 일은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내 워라밸을 지키며 나아가서는 잘한다는 소리까지 듣고 싶다면, 단위시간당 업무처리량을 늘리거나 업무의 퀄리티를 늘려야만 합니다.
(둘 다 되면 가장 좋은데 세상에는 그런 괴물들이 극소수 존재하긴 하죠... 제가 아니라 안타까울 뿐... ㅠㅜ)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이게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대부분의 고시가 그렇지만 제가 쳤던 변호사시험을 예로 들면 7개 법과목을 4일이란 시간 내에 객관식, 서술식, 기록형(서면작성)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사실 모든 학문분야가 그렇겠지만 민법, 형법, 헌법 등 하나하나 제대로 파자면 밑도 끝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목표는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기에 모든 학설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고 출제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 언어로 표현할 수 있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한정된 시간을 정말 전략적으로 쓰지 않을 수 없기에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으나 단위시간당 공부량 또는 공부의 질이 자연히 높아지는 것입니다.
어떤 조직이건 일정 수준 이상의 직급에 간 사람들은 신경쓰고 관리하고 즉각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수두룩합니다.
이 때 학창시절부터 그게 단련이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아무래도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번 한 주간도 수고하셨고 코로나가 창궐하는데 부디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무사히 헤쳐나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