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나고야를 다시 찾았습니다.
교환학생 시절 지인, 친구들과 오랫만에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저런 느낀 점이 많아서 간단히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일본여행, 나고야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작년말에 출장으로 도쿄를 잠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6년만입니다.
제가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있을때만 해도 편의점에 외국인 근무자는 없거나 규모가 큰 편의점에 1~2명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게 6년 전에는 반 이상이 외국인 근무자인 것처럼 느껴지더니, 이번 나고야여행에서는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지만 일본인 근무자를 찾아보는게 오히려 힘들었습니다.
긴테츠나라역 앞 로손에서는 아르바이트생 5명 전원이 외국인이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듯 일본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일 수 있습니다.
인구구조와 문화권이 다른 나라보다 닮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부족한 노동력을 AI, 로봇, 외국인으로 얼마나 보강할 수 있느냐가 그 나라의 국력을 좌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 속의 일본 편의점의 삼각김밥은 108엔이었습니다.
조금 고급형을 먹는다고 해도 120~130엔 정도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놀란 것은 기본형 삼각김밥이 160엔을 하고, 조금 고급이다 싶으면 180엔도 받았습니다.
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저희 아들도 즐거 마시게된 이로하스 복숭아맛의 경우 자판기에서 대체적으로 160엔에 팔고 편의점에서는 140엔에 파는데 이것도 제 기억속에는 120엔 정도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라멘의 가격이 제일 놀랐습니다.
기본적으로 라멘이란 1,000엔 안쪽에서 가볍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음식, 가난한 유학생의 음식어었는데 어느 라멘집을 알아봐도 1,000엔이 가볍게 넘어갔습니다.
전반적인 물가 자체의 인상과 함께 10% 소비세의 압박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의도한 세 개의 화살 중 임금인상이 제대로 작동했는가? 입니다.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가 발생하는건 좋은데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명목임금은 증가했는데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기사들이 검색됩니다.
특히, 2018년의 경우에는 아베정권에서 실질임금이 올라가는 것처럼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https://mainichi.jp/premier/politics/articles/20190426/pol/00m/010/001000c?utm_source=chatgpt.com
사돈남말할 때가 아니지만 일본의 서민들도 우리나라 서민들도 다 힘든 것 같습니다. ㅠㅜ
나고야에 있는 동안 JR게이트타워에 묵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호텔이 있는 빌딩에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호텔이 있는 15층에 편의점, 약국, 스타벅스가 입점해있어 간단한 요깃거리를 하러 호텔 밖으로 나가거나 1층을 갈 필요가 없고,
의료는 유니클로, 지유가 12, 11층에 있으며,
레스토랑은 12, 13층,
산세이도 서점은 8, 9층,
비꾸카메라가 9층에 입점해있고,
타카시마야 백화점이 각 층마다 연결되어 있어서 하루 종일 그 안에서 지내는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지경입니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지내다보면 움직이는 사람의 동선, 동선을 다 고려해서 만들었다 라는 사실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호텔방이 좁은 것은 약간 아쉬웠지만 압도적인 입지조건과 나고야역이 바로 내려다보여 신칸센이 지나다니는 것을 구경하는 뷰가 가심비를 만족시켜 주었습니다.
호텔방에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나고야시교통국에서 시버스 운전사를 모집한다는 지하철 광고입니다.
첫째로는 지하철에 아직 이런 종이광고가 사용된다는 점이 신선(?)했고,
둘째로는 여기 쓰여진 조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형제2종면허 미취득자 대상"
"업무로서 채용 후에 면허를 취득!
면허취득에 드는 비용은 교통국이 부담!"
상당히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버스를 운전하는데 애초에 대형 제2종면허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니 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명색이 인구 233만명인 나고야시조차 시버스 운전사를 대형면허 없는 사람을 상대로 채용하려고 할만큼 시내버스 운전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리니어 철도관에서 아이용 에키벤을 샀습니다.
신칸센의 안전점검을 하는 옐로우 신칸센을 형상화한 도시락인데 일본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녹아있어 좋았습니다.
가격은 안 좋았습니다 ㅡㅡ
저거 하나가 1,580엔이라니...
그래도 케이스가 이뻐서 먹고 남은 것을 씻어서 한국에 가져왔습니다.
나라에서 묵은 카스가호텔의 조식입니다.
긴테츠나라역에서 걸어서 5~7분 정도로 가까이 있는 곳인데...
오랫만에 감동했습니다.
일본인 특유의 "오모테나시"를 정말 오랫만에 느껴볼 수 있습니다.
짐을 맡아주고 친절히 대하고 뭐 이런 것은 어지간한 일본의 호텔이나 여관은 다 하는 거니까 그렇다고 치는데, 카스가호텔은 디테일이 달랐습니다.
기억나는 것만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1) 도착하니 웰컴드링크라고 녹차 한 잔 하라면서 호텔 로비의 카페로 안내해주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습니다.
2) 차를 마시고 나서 이제 나가려고 하니 점원이 오더니 저희 애가 어떤 유카타를 입을 것인지 물어보더군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서 따라가봤더니 사이즈별로 색색의 어린이용 유카타와 아이들 취향에 맞는 호빵맨 등 캐릭터가 그려진 슬리퍼 중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3) 호텔 조식 시간을 물어보길래 8시쯤 먹겠다고 했는데 어제 여행으로 피곤했는지 아내와 아들이 도저히 못 일어나길래 8시 30분으로 시간을 바꿨습니다. 그 때에야 와이프만 겨우 일어나서 9시에는 종료한다는 말에 와이프만이라도 가서 조식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식을 먹고 올라온 와이프가 저와 아들이 내려올때까지 기다릴테니 오시라고 했다는 겁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내려가니 직원 한 분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 자리로 안내해주었습니다. 아들은 결국 안 일어나서 더 자게 하려고 나뒀는데 위으 사진은 조식사진입니다.
정말 인생에서 먹어본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오사카역의 자판기에 붙어있던 표입니다.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과 과앙친절이 느껴져서 재밌어서 찍어봤습니다.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김구 선생님의 소원이 이뤄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TV에서 나온 음악프로에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비주얼을 한 일본 아이돌 그룹이 나오는 장면,
이번에 만난 지인의 따님이 고1인데 그 나이 세대에는 실제로 한국문화가 최고라고 쳐진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던 아이돌이 일본 방송이나 나고야역 광고에 나오는 모습 등에서 90년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 때 J팝이 세계는 몰라도 아시아는 석권했는데 지금은 이름도 없이 몰락했던 것을 우리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