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장기계약 종말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혼인건수 감소, 출산율 저하, 기술적 실업과 경기적 실업의 만성화, 반려동물 유기 등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혼인만 예로 들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혼인은 평생에 걸쳐 이뤄지는 대표적인 장기계약입니다.
그러면 과거에는 왜 혼인이 많았고 지금은 혼인이 자연멸종을 우려할 정도로 감소했을까요?
참고로 50세까지 결혼한 적이 없는 생애미혼율은 2015년에는 8%였고, 2025년에는 16%, 2035년에는 24.6%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https://www.fair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862
그것은 결혼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에서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바뀐 것이 1차적인 원인이고,
2차적으로 "결혼이 선택이라면 손해보는 결혼은 하지 않겠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봐야 하고 최소한 다른사람 만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작동한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결혼이 마냥 낭만적이었다는 미화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도 당연히 나름대로 재는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는 결혼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었기에, 일정한 나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어린 -가 되면, 그 때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 또는 그냥 만나고 있던 사람과 눈 딱 감고 결혼을 했던 것입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되었고 선택이란 측면이 자율성의 증진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심리, 남과 비교하는 쪽으로 흐르면서 결혼은 이제 비지니스, 거래의 측면이 강해졌습니다.
좋게 표현해도 "리스크의 최소화"가 지나치게 강해졌습니다.
결혼이 선택으로 바뀌니 이혼도 선택이 됩니다.
일단 결혼한 이상 이 사람과 끝까지 간다라는 장기계약의 기본전제가 무너지니, 힘들고 어려우면 같이 극복할 생각보다는 "확 이혼해버릴까?"라는 마음이 좀 더 쉽게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부도 여전히 많지만, 예전에는 비율적으로 많지 않았던 것이 이제는 상당한 비율로 생기고 있다는 점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회사에서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이 경우는 회사에서 먼저 IMF,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먼저 시작하기는 했습니다.
어쨌건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니 직장인은 조금이라도 나를 더 대우해주는 직장이 있다면 미련없이 이직합니다.
회사도 기껏 신입 뽑아서 키워놔도 다른데 이직을 하니 필요하면 경력직 뽑아 쓰고 신입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갑니다.
이것이 지금의 AI로 인한 신입사원 채용감소를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이렇게 임시적인 관계, 단기간의 계약만 판을 치고 장기계약의 개념이나 구조가 사라져가면 어떻게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무서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왜냐구요?
필요없어지는 순간 곧바로 버려질테니까요.
열 번을 잘하다가도 단 한 번 실수하거나 손해를 입히는 순간, 관계가 그대로 끝날테니까요.
하지만 야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4할의 타율만 치면 전설이 될 수 있고, 농구에서도 아무리 잘하는 선수의 필드골 성공률도 6할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실패를 당연히 겪고 잘나가는 시기가 있으면 힘든 시기가 있는 법입니다.
이론상으로는 항상 잘나가는 사람, 잘나가는 기업만 쏙쏙 골라서 만나고 다니면 좋겠죠.
그러나 상대도 나에게 똑같이 할거란 생각은 하지 못하나봅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
어쩌면 우리는 집단적으로 자기 꾀에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이 걱정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