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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번째프로포즈의시대는끝났다 사랑마저 자격이 된 사회

by 열혈청년 훈

ㅇ 101번째 프로포즈, 기억하시나요?


일본 90년대 드라마 중에 "101번째 프로포즈"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었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끈기 있게 다가가면 언젠가는 마음이 열릴 수 있다는, 조금은 낭만적인 믿음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똑같은 행동을 했다간?
101번째 고백은커녕, 열 번만 찍어도 철컹철컹 잡혀가기 십상일 겁니다.


ㅇ 무엇이 달라졌을까


80년대, 90년대의 사랑 이야기에는 공통된 코드가 있었습니다.
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남자 주인공이 나옵니다.

그는 미인을 만나기 위해 기를 쓰고 정성을 들이고, 수십 번 거절당하면서도 끝내 사랑을 얻어냅니다.


그러나 요즘 서브컬처의 주인공은 다릅니다.

- 힘을 숨긴 인싸

- 잠시 사정이 있어 찐따를 자처하는 인싸

- 사실은 대기업 상속자, 천재, 초능력자


이제 더 이상 러브코메디의 주인공은 101번째 프로포즈의 다카하시 하지메, 메종일각의 고다이 유사쿠, 영심이의 오경태, 러브히나의 우라시마 케이타로가 아닙니다.

요즘의 주인공은 킹더랜드의 구원, 사내맞선의 강태무, 마법과 고교의 열등생의 시바 타츠야, 돼지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에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의 슬로우 데닝과 같은 캐릭터가 주인공입니다.


즉, 진짜 의미의 평범한 주인공은 사라졌습니다.

저 같이 진짜 평범한 찐따는 더 이상 감정이입할 대상조차 사라진 것이죠.

요즘 말로 하면 "빼았긴 아싸"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차이는 단순한 드라마와 만화의 변화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바뀌었다는 반증입니다.


ㅇ 희망이 사라진 사회, 사라진 연애


문화는 결국 현실의 반영입니다.

“101번째 고백”이 가능했던 시대는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던 시대였습니다.

- 경제는 성장했고,

- 내일은 더 잘 살 수 있다는 낙관이 있었으며,

- 평범한 이도 노력과 끈기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서사적 동의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 성장률 둔화 →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었고,

- 불평등 구조 고착 → 노력보다 출발선이 중요해졌으며,

- 연애·결혼의 비용 증가 → 사랑마저 “조건 충족자만의 영역”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101번째 프로포즈”는 낭만이 아니라 스토킹으로 읽히고, “열 번 찍으면 넘어진다”는 말은 사회적으로 위험한 메시지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를 나타내는 인터넷의 명짤이 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ㅜ



ㅇ 달라진 연애관과 저출산의 그림자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세대는 아예 연애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연애는 사치다”

-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고난의 시작이다”

이런 말들이 농담처럼 오가지만, 사실 그 속에는 현실의 체념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처럼 “평범한 주인공도 사랑을 얻는다”는 희망이 유지되었다면, 지금의 연애·결혼 포기 현상은 덜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문화의 변화는 곧 사회의 변화를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ㅇ 개인적인 결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결혼해준 아내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101번째 프로포즈 시대가 끝난 세상에서, 저를 받아준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네요.


요즘 세상에서의 결혼은 더 이상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기적 같은 사건입니다.
그 기적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감사할 일입니다.


인터넷에 많이 퍼진 밈 중에 "결혼할 때 얼굴 이쁜 여자는 1년을 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살아보니 그렇지 않습니다.

얼굴 이쁜 와이프는 평생을 갑니다 ^_^


참고로...

저도 모태솔로였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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