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의 근원은 "너는 ~~만 잘하면 돼"란 말에 함축되어 있다
"너는 OO만 잘하면 돼"
OO에 들어가는 말들은 우리사회의 여러 황당하고 경악할만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이 될지 모릅니다.
"너는 공부만 잘하면 돼"
"너는 운동만 잘하면 돼"
"너는 시킨대로만 하면 돼"
2015년 3월 여자친구를 4시간 넘게 폭행하여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있었습니다.
그에게 내려진 판결은 벌금 1,200만원이었는데, 양형이유가 "의학전문대학원생 재학중으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기"때문이었습니다.
2015년 4월 산부인과 의사가 2년간 137차례에 걸쳐 환자와 간호사를 불법촬영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신상공개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의사라는 직업을 고려할 때 신상을 공개하면 그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란 것이었습니다.
8개월간 183명, 500개의 불법적으로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이 증거가 명백함에도 검찰은 기소유예를 하며 기소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서는 범인이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장학금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한 27세의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게 되면 그의 꿈인 의사가 좌절될 수 있다는 변호사의 의견이 통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https://news.sbs.co.kr/amp/story.amp?id=10000180313&news_id=N1003328292&cmd=amp)
공부를 잘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의사는 그 직업의 특수성이 있어 아무나 의사를 시킬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의사가 단순히 직업을 넘어 다른 사람에 비해 특권과 예외를 인정받는 '신분, 지위'가 될 수는 없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 의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공부를 잘해 의사가 될 것이기 때문에 봐줘야 한다는 논리는 완전히 앞뒤가 뒤바뀐 이상한 논리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보시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버젓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너는 공부만 잘하면 돼"라는 인식이 우리 모두에게 깔려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운동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고)최숙현 선수의 가해자 중 한 명도 팀 내의 에이스였다고 하고 여자배구에서 학폭으로 물의를 일으킨 쌍둥이 자매, 최근 사건으로는 등에 활을 쏜 중학교 양궁선수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팀에서 잘한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괴롭힘을 주도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또한 "너는 운동만 잘하면 돼"라는 말에 충실했던 것 아닐까요?
공부를 잘한다고, 운동을 잘한다고 일을 잘한다고 남을 괴롭혀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속한 조직,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원칙을 무시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너는 ~~만 잘하면 돼"라는 사고방식을 시급히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각 분야에서 수많은 테크노크라트들이 그들의 이해관계와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나라를 결딴내고 말 것입니다.
최근에는 일단 그런 일이 공개가 되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계속되면 조심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