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自傳4] 2000년 2월 대학선택의 기로에서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를 생각하다

by 열혈청년 훈

지인에게 들은 얘기 중 인상깊은 얘기가 있습니다.


강남에서 사는 사람들 중 모든 사람이 자가로 거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소간 무리를 해서라도 전세를 얻어서 강남에 거주하며 자녀들을 교육시키는 부모도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부모들 몇몇에게 왜 그렇게까지 해서 강남에서 아이를 가르치냐고 물었더니 대강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강남은 노숙하는 사람, 구걸하는 사람이 없다. 주위에 사는 사람은 다 성공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아이들이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저 말이 도덕적으로나, 사회구성원으로 올바른 생각인가는 개개인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맹모삼천지교의 현대적 버전은 저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수를 한 후 비록 서울에서는 하위권이지만 예전에는 지원조차 어려웠던 서울의 대학 한 곳과 경기도권의 대학 한 곳을 붙고 하향안전지원한 대학도 당연히 붙었습니다.


아쉽게도 서연고는 아니어도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어느 대학은 특차 지원에서 떨어졌으나, 그 정도면 고3때의 열등감을 충분히 씻어낼 수 있는 성과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과선택이었습니다.


그저 "나도 할 수 있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마음만 앞섰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세상에 대해서도 무지했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무지했습니다.


손자병법에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는데, 둘 다를 몰랐으니 위태로운 상태에 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좌충우돌을 겪고 사회생활을 짧게나마 몸으로 해보고 느낀 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는 없더라도, 아이의 수준에 맞춰서라도 가능한 한 "왜?", "어떻게?"를 가르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부모님께 "공부를 하라"는 당위적인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공부를 하면 무엇이 좋은지 등은 설명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저는 어쩌면 공부보다 훨씬 중요한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을 부모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근면성실하게 살면서 남을 속이지 않고 내 몸을 움직여 땀흘려 벌고 사소한 돈이라도 절약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을 생각하고 조금은 손해보며 살아라 같은 것들입니다.




또한 저희 부모님들이 공부에 대해 알면서 말씀해주시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가정형편상 학업에 매진하기 어려웠기에 학업을 중단해야 하시기도 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시고서는 곧바로 생계전선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문적인 기술이나 학력이 없이도 뛰어들 수 있는 직업군인, 노점상을 하시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서 저에게 공부를 했을 때의 장점, 메리트 등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기 어려웠던 부분이 당연히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세상이 무엇을 저에게 기대하는지 등


아마 죽을 때까지 고민하고 탐구하는 주제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첫 고민이 2000년 2월의 재수 후 대학지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저는 주어진 점수에 맞춰 대학을 진학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 쓰고 다음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나마 제가 쓰는 다른 글은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 있는데, 이 소자전 시리즈는 기대하시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자기만족적인 글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적어두어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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