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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Oct 11. 2021

5년 차 직딩을 위한 이야기 4편 - 생애소득의 함수관

생애소득을 계산해보고 나의 스탠스와 진로를 결정하자!

생애소득은 말 그대로 한 사람이 살면서 벌어들이는 소득을 말합니다.

5년 차가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생애소득 계산입니다.


왜 생애소득을 계산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숫자로 계산하는 것은 정확한 미래예측의 필수조건인 동시에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외시, 행시, 사시(지금은 변호사시험이겠죠?)와 같이 고시가 어렵다는 것은 모두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시들이 왜 어렵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시험이 어려워서? 경쟁자들이 다 머리가 좋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서?

맞는 대답입니다만 듣는 사람이 '어려움의 정도'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면 한 번에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것입니다.

"100,000페이지를 읽어서 이해, 암기하고 4일간의 시험시간에 질문에 맞춰 답안을 쓰면 고시 합격이다."


요즘 분들은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는 고시 3관왕인 고승덕 변호사의 합격수기를 보면 고시 합격을 위해 175,000 페이지를 읽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어떻게 저런 숫자가 나오는지를 설명드리면, 변호사시험의 경우 민법,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상법, 형법, 형사소송법, 행정법, 헌법, 선택과목의 9개를 준비해야 하는데 각 과목별로 교과서 성격의 기본서가 대략 1,500~2,200페이지쯤 됩니다.

평균 1,800페이지 잡고 이걸 1 회독씩만 해도 16,200페이지이며 1회독을 해서 이해할 천재는 없으니 3회독 정도는 해줘야 틀을 잡고 이해력이 생깁니다.

그러면 벌써 48,600페이지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교과서 성격의 기본서이고 이 외에 객관식 문제집, 판례집, 사례집, 중간고사, 기말고사 준비 등등의 공부량까지 생각하면 고시 3관왕 - 사시 최연소, 행시 수석, 외시 차석 -인 고승덕 변호사의 175,000페이지까지는 아닐지라도 변호사시험 합격을 위해서는 로스쿨 3년간 100,000페이지 전후로는 읽어야 한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만 페이지는 다소 이상적인 면이 있고 솔직히 제 공부량은 10만 페이지에 전혀 미치지 못하며, 현실적으로 모든 과목의 기본서를 3회독할 시간은 없기에 일부 과목을 핵심요약본으로 대체를 한다고 하더라도 3년 간 공부량을 다 합치면 그래도 보통 수만 페이지는 됩니다.


조금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숫자를 적시하면 목표를 선택하고 기회비용 계산에 있어서 지극히 현실적 파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봐도 공부에 소질이 없고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는 자녀가 고시를 보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 이런 구체적인 얘기 없이 막연하게 "내가 보기에 너는 고시를 할 머리/태도/학력이 안 돼!"라고 반대해봐야, "사람 무시하지 마! 나도 할 수 있어!"란 정신론적 반박 사이에서 서로 감정만 상할 뿐입니다.


반면에 "고시란 것은 일단 10만 페이지는 책을 읽어야 하는데, 심지어 그 책은 소설책이 아니다. 그걸 2년 전후로 공부해 머리에 넣은 다음 4일간 시험에서 풀어내는 것이고 너의 경쟁자들은 교과서를 재밌는 소설책처럼 보는 사람들인데 할 수 있겠니?"라고 묻는다면 무조건적인 반대도 아니고 자녀에 대한 무시도 아니므로 대화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심사숙고해서 도전해보겠다면 부모로서 응원하고 전력으로 지원해주면 될 것이고(적어도 도피처로 고시를 선택하진 않을테지요), 좀 더 가능성 있는 목표로 변경하겠다면 역시 그건 그것대로 응원하고 지원해주면 됩니다.

어느 쪽이건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도 피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죠.


자 그럼 오늘의 본론인 생애소득을 계산해봅시다!

입사 초기부터 또는 사회생활 초년생부터 생애소득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애소득을 계산하기 위해 필수적인 계산식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직장을 계속 다닌다고 가정하면 입사부터 퇴사까자 연봉이 동일한 회사는 있을 리가 없으니, 각 직급별 승진에 필요한 대략적인 연수, 각 직급별 대략적인 연봉 수준을 알지 않으면 안 되는데 갓 입사한 신입이 이를 알리가 없습니다.

또 어떤 업계에서 일할 때의 생애소득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같은 업계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에서 같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의 대략적인 연봉을 알아야 이직을 하건 처음 해당 업계에 들어갈 때 어디를 지원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는 것이 얼추 5년 차라고 생각합니다.

1~2번의 이직을 했건, 같은 직장에서 줄곧 5년간 근무했건 대략 5년 차가 되면 본인 회사의 각 직급별 승진 필요연수, 직급별 연봉, 업계의 연봉격차 등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30살 신입으로 입사해 5,000만 원을 받고 50살까지 근무(만약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라면 60세로 해야겠죠)한다고 가정하고 20년간 3년, 5년, 7년 간격으로 3번 승진하고 승진시마다 1,500만 원씩 연봉이 상승된다고 가정하면 20년간의 생애소득은 1.5억 + 3.25억 + 5.6억 + 4.75억으로 15.1억이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퇴직금 계산이 빠져있고 복리후생비도 생략되었으며 자녀에 대한 대학 학자금 지원 등도 누락되어 있으므로 이를 모두 합치면 위 경우에 20년간의 대기업 근무 생애소득은 대략 18억 전후로 추정 가능합니다.


그런데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21년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4,121만 원이고 중소기업의 신입 평균 초봉은 2,793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https://www.d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7664)

신입 초봉 5,000만 원은 최근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SK하이닉스 5,040만 원 정도로 생애소득 18억 원은 대기업 안에서도 일부만 가능할 수 있다고 볼 소지가 있습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6/558609/)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수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지출입니다.

생애소득이 설령 10억이라 할지라도 나의 생애지출이 7억에 불과하다면, 3억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생애소득이 10억인데 생애지출이 12억이라면, 언제나 부족한 2억 분만큼 내 삶에 여유가 없어지고 쫓기게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스트레스를 발산하며 관계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생애지출도 한 번 계산해볼까요?

생애지출은 그야말로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구할 수 있는 통계상의 지표들을 활용해보겠습니다.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tblId=DT_800003N_A018&orgId=800&language=kor&conn_path=&vw_cd=&list_id=

통계청의 2017년 경남 양산시 생활복지 자료를 보면 한 달 적정 생활비로는 평균 266.2만 원, 최소 생활비로는 182.8만 원을 꼽고 있습니다.

한편 2019년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국민노후보장 8차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소 노후생활비로 부부는 월 195만 원, 독신은 117만 원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소득구간이 월 299만 원 이하인 가구 자녀의 양육비용은 1.75억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소득구간이 400~499만 원인 가구는 4.59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1010/97803147/1)


그러면 30세에 취업해 자녀를 65세에 독립시킨다고 가정하고 부부가 85세까지 생존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한 달 적정 생활비로는 노후가 시작되는 65세까지 35년간 총 11.19억이 필요하고, 최소 생활비로는 7.67억이 필요합니다.

노후기간 65세부터 85세까지는 부부기준 4.86억이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16.05억에서 최소 12.53억이 필요하게 됩니다.


여기에 자녀가 1명이라면 1.75~4.59억이 추가되고, 85세까지 살며 수술 한 두 번이 없을수는 없으니 수술비용, 간병비용 등을 생각하면 1~2억은 든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적일 것입니다.

자녀 양육비용을 중간값인 3억 정도로, 부부의 수술 및 간병비용으로 1.5억을 생각하면 3가족의 생애지출은 17.03억에서 20.55억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신입이 위 가정에 준해서 20년간 근속하면 퇴직 후 일을 전혀 하지 않아도 생애소득이 18억 전후에 국민연금도 있으니 생애지출을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균적인 연봉을 지급하는 대기업에 입사하면 20년간의 대기업 근속한 소득만으로는 생애지출에 약간 부족할 수 있으나 50세부터 65세까지 어떤 일이건 계속한다면 - 비록 대기업 시절만큼의 소득은 아니지만 - 3~5억을 벌 수 있으므로 생애지출에 버금가는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이나, 필요한 17~20억의 생애지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회사 급여 외의 자본소득을 발생시키든지 해서 생애소득 자체를 늘리거나 생애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5년 차의 어느 시점에선가는 하루 날을 잡아 A4 용지 한 장을 꺼내서 이런 계산을 해봐야 합니다.

가능하면 아무 방해도 없는 새벽시간을 추천합니다.

자정은 안됩니다.

한 숨 푹 자고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의지력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과한 낙관적 전망으로 계산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회사가 망한다는 극단적인 경우만을 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5년 전후 일하면서 주위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만 정리해도 평균적인 모습이 나올 것입니다.

그것을 가만히 계산해보고 그다음에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 나는 생애지출 18억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2) 지금 회사의 평균적인 퇴직 시까지의 기대급여 + 65세까지의 기대소득이 18억을 상회하고, 3) 지금 회사 내지는 지금 일에 만족한다면? 결론은 회사생활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끝까지 다니는 것이 될 것입니다.

반면에 1) 나도 와이프도 모두 절약을 잘하니 생애지출은 15억만 있어도 되겠는데, 2) 지금 회사의 평균 퇴직 시까지 기대급여 + 65세까지 기대소득이 아무리 계산해도 15억이 안 될 것 같다. 이러면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계산한 것보다 더 빨리빨리 승진하자! - 현실적인 승진 계획인가? 내가 회사에서 그런 존재인가?

원하는 생애소득을 줄 만한 곳으로 이직하자! - 그곳에서 나를 필요로 하나? 내가 어필할 수 있나?

급여소득 외에 다른 수입수단을 마련하자! - 배달이나 대리운전을 할까? 지속가능한가? 금융소득을 만들까? 시드머니는 있나? 등등


이렇게 생애소득과 생애지출을 아울러 고려하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좀 더 정확하게 - 물론 팩폭이 아플 수 있고 현타가 올 수도 있습니다만.... -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5년 차에나 가능합니다.

10년 차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1~2년차는 그런 계산이나 예측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은 어떠셨나요?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의견과 댓글은 언제나 환영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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