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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Dec 14. 2021

[생활법률Q&A]n번방 방지법은 검열인가?

논란이 있을 수는 있으나 검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됨

최근 n번방 방지법이 오픈채팅방에 있어서의 사전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는 헌법 또는 언론 관련이 전공은 아니지만 관심이 있어 한 번 살펴보았는데,

정부입장처럼 검열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검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설령 엄밀한 의미에서의 법적 검열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실질이 검열에 가까운 것으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의 생활법률Q&A는 n번방 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검열에 해당하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내용


20년 6월 9일 신설되어 21년 10월 19일부터 법률 제18477호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제22조의5, 제22조의6, 제27조, 제95조의2 등이 대상입니다.


우선 제22조의5 제1항은 통해서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아동청소년 성보호 법률에서 정한 촬영물 등을 불법촬영물 등으로 정의하고,

동조 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취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적, 관리적 조치 중 하나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의6 제2항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용자가 게재하려는 정보의 특징을 분석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ㆍ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를 비교ㆍ식별 후 그 정보의 게재를 제한하는 조치. 이 경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술을 사용하여 비교ㆍ식별해야 한다."입니다.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을 경우 조치의무사업자는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벌금 또는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1년 이내의 기간 내에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처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조치의무사업자로서는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2. 정부의 입장


현재 정부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아래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주된 논거는 '영상을 기존 불법촬영물과 일치하는지 사람이 아닌 기계적 장치를 통해 영상을 특정코드화 시킨 후 상호 대조할 뿐이고 영상의 장면이나 코드를 정부나 공적기관의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1&oid=020&aid=0003399413)



3. 헌법재판소의 입장


검열과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례 및 대법원의 모든 판례를 검색하고 분석한 것은 아니나, 대표적인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보면 헌법재판소가 검열로 판단하는 대략적인 기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00 헌가9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는 아래 3가지를 검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시하였습니다.


1)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 여부

2)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3)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제 생각으로는 1)과 3)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1)의 요건으로는, 오픈채팅방에 올리는 영상물이 기술적 조치를 통해 코드화되어 정부 또는 공적기관에서 저장중인 불법촬영물의 코드와 대조를 하는 행위 자체가 표현물의 제출에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오픈채팅방에 올리는 사람의 의사(정부 내지는 카카오에 검열을 받기 위해 영상물을 제출한다는 인식, 의지)와 무관하게 위에서 설명드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사실상 제출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3)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6, 제27조, 제95조의2 등에서 보이듯 조치의무사업자는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지 않을 수 없기에 적어도 오픈채팅방에 영상물을 올리는 사람이 그러한 심사를 회피할 방법도 없고, 그 영상물의 코드가 불법촬영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영상물을 오픈채팅방에 올릴 방법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강제수단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은 2)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로 보입니다.

카카오는 사기업으로서 행정권의 주체가 아님은 명백합니다.

또한 정부 주장과 같이 단순 코드비교는 심사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주장에 나름의 논거가 전혀 없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게 할 경우 카카오가 비록 사기업이지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오픈채팅방에 영상물을 정부가 지정한 대로 체크할 수밖에 없는 사정, 영상물의 내용이란 결국 그 영상 내용 자체인데 영상물의 특징을 코드화 시켜 대조하는 것 또한 심사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역시 검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8헌마324 등 사건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중 인터넷언론사가 관리하는 게시판, 채팅방 등에서 실명인증을 받은 글을 표시하도록 하고 실명인증을 받지 않은 글을 삭제하도록 한 동 법률이 위헌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명시적으로 인터넷언론사가 행정권의 주체에 해당하는지는 다루지 아니하였으며, 검열이 아닌 이유를 "이용자는 정치적 지지, 반대에 해당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실명인증을 거치거나 거치지 않을 수 있는 점", "청구인 주장처럼 인터넷언론사가 실명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글도 쓰지 못하게 한 것은 홈페이지 관리의 편의상 조치이고 법률효과가 아닌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이 2008헌마324 등 결정에서 인터넷언론사가 행정권의 주체가 됨을 문제삼지 않았던 점, 이번 사안은 글에 해당하는 영상물 내용 자체가 비교대상이 되는 점에서 검열로 볼 소지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4. 결론


제가 비록 변호사이긴 하나 헌법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언론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을 주로 다루지 않아 법률적인 부분에서 더욱 많은 쟁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많은 사실관계들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정부 주장과 같이 코드를 비교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어느 서버에선가는 각자의 서버(카카오는 오픈채팅방, 정부 등은 불법촬영물 코드보관소)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비교해야 할텐데, 그 서버에는 소위 캐시가 남지 않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또한 검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저의 결론은 제가 당장 얻을 수 있는 공개된 일부의 정보만을 이용한 것으로서, 제대로 된 법률검토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설령 법률상의 검열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번 전기통신사업법은 입법목적은 불충분하게 달성하면서 국민들은 사실상의 검열로 받아들일 위험성은 결코 적지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영상물을 코드화하여 비교한다면 오픈채팅방의 특정 단어, 문구, 문장 등을 코드화하여 비교하는 것은 왜 못하겠습니까?

오픈채팅방에 적용된 기술이라면 사인간의 채팅방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이런 의문들은 실제적인 검열장치는 아닐지라도 사실상의 검열로 작동하여 국민들의 머릿속에 압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오픈채팅방에서 자유로운 정부정책의 비판이 저어될 수 있으며,

앞으로 공익제보를 영상물 형태로 오픈채팅방 나아가서는 개인 카톡방을 통해서도 전달하기 꺼려질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의 의도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선합니다.

그러나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부작용, 특히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와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신중히 접근해 주시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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