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절대 저 사람은 못 뽑겠다는 안티를 늘리는 쪽이 지는 선거
2021년 12월 19일 현재 20대 대선까지는 정확히 80일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패배하는 흐름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중도층 공략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기간 중에 별다른 반전요소가 없다면 20대 대선은 이재명 후보의 신승으로 끝날 것입니다.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그 후보 자체를 지지하거나, 다른 후보가 당선되는 꼴은 도저히 보지 못하겠어서입니다.
이번 대선은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특이하게도 후자의 경우가 주된 득표요인으로 작용하는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2002년의 노무현, 2007년의 이명박, 2012년의 박근혜, 2017년 문재인 등 역대 대선을 생각해보시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 때는 반대편 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싫은 것 이상으로 당선된 후보가 꼭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투표한 적극 지지표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아도 대다수가 "이 사람이 이런이런 면에서 대통령감이다!"라는 얘기보다 "저 사람이 이러저러한데 대통령을 시킬 수 있겠느냐?"란 상대방에 대한 반감으로 지지한다는 취지의 얘기들이 훨씬 더 많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중도층 입장에서 봤을 때, 여당과 제1야당 후보들을 죽어도 못 뽑겠다고 할 핵심적인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요?
제 생각에 여당은 '더불어민주당' 자체이고, 제1야당은 '박근혜정부 트라우마'입니다.
ㅇ 이재명 후보의 경우
180석 거대여당이 받는 여러 비판의 핵심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현실을 모르고 이상주의에 빠져 정책을 세우고 밀어붙인다,
둘째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입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겠습니다.
국토부가 18.9.21.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보면 18, 19, 20년의 3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을 22만4천호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18년 4.4만호, 19년 4.9만호, 20년 4.9만호의 14만2천호로 예상보다 8만2천호가 적었으며 적정공급량으로 제시한 16만6천호보다도 2만4천호가 적었습니다.
부동산, 그 중에서도 서울부동산이 대한민국에서 가지는 특별한 지위는 청와대 공직자들조차 다수의 다주택자 및 강남아파트 보유자가 있었다는 점, 개발지구에 부동산을 소유했던 점, 다주택 처분지시를 거부하거나 처분해도 지방아파트를 처분했다는 점 등에서 수요억제책이란 것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행동했다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국민 개개인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 점에서 정부, 여당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수요억제책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책을 펴는 입장에서 시도는 당연히 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도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아파트가 완공되려면 못해도 5~10년은 걸린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급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확실해진 19년경에는 정책의 전환이 나왔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대로 된 공급대책은 21.2.4.에나 나왔습니다.
더욱이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중소형 청약을 100% 가점제로 만들어 청약가점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3040의 주택구매 수요는 폭발시켜 놓고, 정작 공급량감소를 수수방관했으니 부동산 시장이 잡힐리가 만무합니다.
이와 같은 180석 거대여당의 무능함과 내로남불이 중도층 입장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절대로 이재명은 찍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을 찍어봤자 결국 180석의 여당이 그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시즌2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ㅇ 윤석열 후보의 경우
윤석열 후보의 경우 박근혜 정부 트라우마가 중도층의 가장 큰 지지 장애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생각하기에 좋은 표본자료가 있습니다.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후보의 득표율입니다.
홍준표 후보는 19대 대선에서 24%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탄핵 직후 치뤄진 대선임을 고려하면 이 지지율은 하늘이 두쪽나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이자 강성보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안철수 후보가 19대 대선에서 기록한 21.4%의 득표율과 유승민 후보가 기록한 6.8%의 득표율입니다다.
언뜻 보면 세 후보의 득표율 합계는 52.2%로 과반을 넘기므로 선거를 치루나마나 무조건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아주 단순한 생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기록한 28.2%는 중도층과 약한 보수지지층이 혼합이라고 봐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들이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전대통령과 다소 거리감이 있었으나, 국민의힘 자체는 탄핵에 대해 명확한 입장정리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책임을 졌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중도층과 약한 보수지지층이 투표로 보여준 것이 19대 대선의 결과입니다.
중도층 일부는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으로 갔고 약한 보수지지층 대부분은 안철수, 유승민으로 갔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마다 50%를 넘는 정권교체 여론이 나오고 있음에도 윤석열 후보는 단 한 번도 50% 넘는 지지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트라우마가 재발된다면 중도층과 약한 보수지지층 일부는 얼마든지 제3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중도층이 윤석열 후보를 죽어도 찍지 못하겠다고 할 최대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의 움직임만 봤을 때 상대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이재명 후보의 발언과 행보는 문재인 정부와 선을 긋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때의 180석 민주당과도 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이다."라는 발언이 대표적입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고 했다가 국민들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하여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고,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반하는 정책 - 부동산 양도세 중과 한시유예, 전국민재난지원금 추진, 조국사태에 대한 거듭된 사죄 및 여러 정부 비판발언 등 - 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있으며,
아들 불법도박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반면에 윤석열 후보는 스스로 박근혜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만약 정윤회 문건이 문제가 되었을 때,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고 밝혀졌더라면 최순실의 존재는 훨씬 빨리 드러났거나 아니면 적어도 최순실씨와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탄핵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작 당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정윤회 문건의 사실여부가 아닌 문건작성자 찾기, 유출에 대한 책임묻기로 대처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부인 김건희씨나 장모에 대한 문제제기에 있어서도 검증을 하여 사실을 밝히고 해명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정치공세, 기획공세로 초기대응하고 해명과정에서도 새로운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사과 또한 준비해온 것을 읽은 후 질문을 받지 않고 떠나버리는 모습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아 불통논란을 자초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연상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일부 교체되기는 했으나, 윤석열 후보 캠프에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와 당에서의 주요인사들이 적잖이 참여하고 있었던 것도 박근혜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윤석을 후보의 2030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이런 영향이 반영된 것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념에 좌우되거나 종속되는 경향이 낮은 중도층으로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안티테제, 문재인 정부에 의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해줄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설령 그게 여당 출신이라 할지라도 이재명이 해줄 수 있으면 이재명을 찍을 것이고, 윤석열이 해줄 수 있다면 윤석열을 찍을 것입니다.
이 점을 윤석열 후보와 캠프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선거란 상대가 있는 게임으로 상대의 실수보다 내가 더 큰 실수를 하면 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며 중도층을 공략해가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21.12.17 SBS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 여론은 50.7%에 달했으나, 정작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33.3%를 얻는데 그친 것, 11.27~28 조사와 비교해 중도층 지지도에서 데드크로스(윤석열 34.1%->28.4%, 이재명 28.3%->35%)가 일어난 것이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쪼록 두 후보 모두 선의의 경쟁을 펼쳐주시고 무엇보다 우리 대한민국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나라로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