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블라인드를 보면 로스쿨 진학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많은 분들이 현실적이면서 좋은 답을 달아주시곤 하는데, 아무래도 블라인드 앱의 특성상 첫 댓글에 따라 논의가 좌우되는 면이 있고 여러가지를 고루 고려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직장인으로 로스쿨 진학을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서 참고가 되었으면 해서 글을 작성해봅니다.
뻔한 얘기보다는 경험에 입각한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현실적인 벽이나 조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변호사에 대한 어떤 간절한 마음이나 각오 없이는 쉽게 추천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형로펌에 입사할 확률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높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생각됩니다.
벤츠, BMW는 국산차에 비해 분명 럭셔리카지만 벤틀리를 살 수 있는 사람이 굳이 벤츠, BMW를 사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20년 대형로펌 입사자 250명의 평균 나이는 29.3세이고 10대로펌 입사자 232명중 81.5%인 189명이 SKY 출신이었다고 합니다.(https://allaboutwealth.tistory.com/265, https://m.lawtimes.co.kr/Content/Article?serial=161608)
기업근무 경력이 있을 경우 저 나이는 맞추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대학 4년 + 군대 2년 + 로스쿨 준비 1년 + 로스쿨 3년만 해도 벌써 10년이기 때문입니다.
2~3년 회사생활을 하면 로스쿨 입시, 변호사시험을 모두 한 번에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31~32살이 됩니다.
20대 후반에서 부티크펌을 2~3년 다니고 대형로펌에 스카웃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렇게 제의를 받아 넘어가는 나이가 31~32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대형로펌에서는 - 비록 기업체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 31~32살의 신입변호사보다 20대 후반의 변호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가는 것은 31~32살이라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큰 흠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기회비용의 문제가 있습니다.
직딩에서 로스쿨을 고민하시는 분들 정도되면 기본적인 스펙이나 기존에 다니고 계신 기업이 어디가서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3년간 공부를 해야 하고 적지 않은 학비도 감당해야 하며 최근의 낮은 합격률을 뚫어냈는데, 변호사로서 새로이 취직한 회사가 이전에 다니던 곳과 큰 차이가 없다면 기회비용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사내변호사 또한 장점이 있고 재미있는 일인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저처럼 사내변호사로 시작을 한 경우와 달리 이미 괜찮은 직장을 갖고 있던 분이 3년이라는 시간과 수천만원에서 1억 가까운 돈을 투자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것을 생각하면 사내변호사라는 것이 성에 찰 것인지 생각이 든 것입니다.
로스쿨 한 해 입학자는 2,000명인데 3년 후 한 번에 변호사시험을 합격하는 인원은 1,094명(21년 10회 변호사시험 기준)으로 입학자 대비 55%입니다.
"55%는 생각보다 높은 합격률인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로스쿨 입시, 변호사시험은 그 특성상 허수가 거의 없습니다.
3년만에 합격을 한다 하더라도 학비만 3년간 국공립 기준 3~4천만원, 사립은 5~6천은 필요하고 이 외에 3년간의 생활비와 교재비, 인터넷 강의비 등을 고려하면 사립 로스쿨을 다닐 시 1억 가까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로스쿨은 어린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상대적으로 나이에 관대한 지방로스쿨을 가게 되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문제도 생깁니다.
우리나라 로스쿨은 5년간 5번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주는데 직장을 다니다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 소위 오탈자가 되어버리면 이미 나이가 30대 중후반이 되어 새로운 직장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설령 직장을 잡더라도 예전에 다니던 곳보다 여러 조건이 더 나쁜 곳을 잡게 될 확률이 큽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저 또한 이미 기득권화되어 버린 꼰대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도전 자체의 의의와 용기에 앞서 도전의 성공가능성과 성공을 위해 투입해야 할 비용과 성공시에 얻어질 기대값을 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확률이 '0'인 일은 누군가 성공하기 전까지 시도조차 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설픈 마음가짐으로 그런 전인미답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벌써 저도 더 이상 빈말로도 청년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습니다만...
이 나이가 되도록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 세상은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을 정도로 노력했을 때에나 비로소 뭔가를 살짝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두서없고 부족한 글이 여러분의 결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