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한 평화에게

수고가 사랑하는 한국이여

by 한수고


우리 소나기는 보라색이라

소낙 후 오색찬란의 무지개를 모른다.

우리 보라색은 죽음의 상징이라

프라지아의 은은한 보라향을 모른다.


검은 글씨를 배운 우리는

별에 담은 얼굴들과

한 남자의 고뇌한 우물이

문학 18번 문제인 우리는

기념이란 온갖 그림으로

시대를 노래했던 시인의 슬픈 천명을

노략질한 줄 모른다.


손가락을 잘랐던 다짐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던 의지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그리던 사랑

아무것도 모르는 외면이

참으로 평안하고 안전하다.




내가 사랑했던 한국은

불쌍하고 안타까운 역사의 작은나라

희생과 정신이 모여 있는 강한나라


내가 돌아가고 싶은 한국은

흰옷을 즐겨입는 수수하고 순수한 민족

올 곧은 훈계로 사랑하는 아비

자비와 따스한 지혜로 믿어주는 어미

하나를 둘이 나눠먹는 형제

어려움을 같이 들어주는 누이


한국은 바보같은 나라다.

이 많은 지혜를 얻고도

그 하나를 깨닫지 못하는

이 어리석은 후손이 아닌가?


한국은 참 미운나라요.

한국은 참 아픈나라요.

한국은 너무 사랑하는 나라요.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너의 수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