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하세요? 늙어가지고 돈 없어서 고생하고 싶으세요?
행동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마케팅에 '투입'되면서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거대한 기업들은 유저들의 행동을 완전히 뒤바꾸고 점령하다시피 한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며, 더 큰 문제는 동시에 3-4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점. 바꾸어 이야기하면 늘 어딘가에 멍한 채로 한 가지에 집중을 못하게 되어버렸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이 이렇게 힘이 세다. 진로 아직 안정한 사람들 참고하세요. 연구는 당신이 하고 돈은 기업이 벌긴 해요.
많은 브랜드와 서비스가 '거창한 미션 & 비전'을 주장하지만 나는 이들의 말장난을 믿지 않는다. 나 스스로가 마케팅에 몸담고 있지만 말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행동이라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목적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게 되어 있다. 따라서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 보다도 그의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의사결정에 실수를 피할 수 있게 된다. 교묘하게 말발이 좋은 사람한테 몇 번 당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진리 기도 하고, 또 나 스스로 말발이 좋은 사람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별개 없는 사람이기도 해서 내가 잘 안다. 그러니까 경고하건대 말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는 마라.
말은 쉽다. 실행이 어렵고, 나아가 그 결과가 무서울 뿐이다.
인스타그램의 결과로 사람들은 더 많은 부자와 셀럽들의 삶을 부러워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유튜브의 결과로 사람들은 굳이 몰라도 될 남의 사생활을 보느라 잠잘 시간을 한두 시간 빼앗기고
페이스북의 결과로 발 각질을 꼭 그렇게 주기적으로 벗겨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어떤 서비스도 '네 소중한 시간을 내가 받았으니 보답으로 더 좋은 가치를 줄게' 하는 결과를 준 곳은 없다. 그들은 막대한 고객의 시간을 마치 공짜인 것처럼 거두어 드리고, 그 시간에 쌓인 귀중한 데이터를 남에게 팔아넘겼다. 나는 인스타, 유튜브, 페이스북을 많이 쓰고 있지만 이들이 그 어떤 긍정적인 결과로 유저에게 보답했다는 고백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더 가깝게는 나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나는 '할 수 만 있다면 다 없애고 책 읽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라고 대답한다. 더 열심히 인스타를 들여다보고, 더 열심히 유튜브 구독 채널을 늘리고, 더 열심히 페북 광고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그들의 목적이 별로 건강치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투자와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서 가장 책임감을 느끼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적어도 나에게는)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하고 같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투자를 싫어한다면 (= 할 생각도 없고 막연히 골치 아프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운동도 싫어하고 건강한 식사법도 싫어하며 한두 가지 병을 앓고 있으며 은행 잔고도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다.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한다. 보통 사실하고 가까울 때 기분이 나빠지게 마련이다.
흑백논리 같지만 투자를 좋아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유기농 식사를 즐겨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유는?
부자들은 모두 투자가이며, 부자들은 모두 건강, 투자, 배움 같은 것에 열성적이기 때문에.
이건 통계를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지속 가능한 보존을 중시하도록 인간의 유전자는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부자는 오래 살고 싶어 하고, 부자는 자신의 돈을 굴리고 싶어 하고, 부자는 젊어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은 투자를 하고, 운동을 하고, 소식하고, 비타민을 챙겨 먹고 사치품을 살 돈으로 가정부를 고용하거나 개인 교습을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
가난한 사람들은 투자는 무언가 어렵고 복잡하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자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책을 사거나 영상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이내 유튜브의 웃긴 채널에 시간을 빼앗기고 돈 벌 생각은 하지 않지만 돈을 쓸 생각에 휩싸여서 분수에 맞지도하고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에 매혹당해서 지갑을 열고 만다. 그런 뒤에 잔뜩 몸에 나쁜 음식으로 뇌의 포만감을 조장받고 무거워진 몸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며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카페인에 의지해서 일터로 향한다. 이 사람들이 무언가 혹해서 투자를 시작하면 꼭 분석이나 공부나 준비 없이 목돈을 한 종목에 무턱대고 몰빵을 해서 탈털 털리고 쪽박을 찬다. (뒤에 자세한 사례 나옴)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투자를 권하는 일이란, 살 뺄 생각 없는 사람에게 마라톤을 권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진다. 일단,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은 운동이 필요하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운동을 할 여유가 없고, 또 딱히 안 해도 크게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자꾸 미루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은 몸에 고장이 나서 병원에 가게 되고 거기서 더 이상 운동을 안 하면 얼마 못 살게 된다든지 이런 극단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럼 이 사람들은 모든 생업을 내려놓다시피 하고 운동에 매달린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라고 호소하기 시작한다. 진작 좀 했으면 그런 후회는 필요 없었을 것을....
투자는 어찌 보면 삶의 필수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지금까지 투자는 부자들의 삶의 필수적인 요소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머나먼 여정 같은 것이었다.
딱히 안 해도 되고, 섣불리 시작했다가는 원금 손실을 하고 마는.. 역시 나 같은 것은 예금이나 들 것을 괜한 짓을 했다고 핀잔나 먹게 되는 그런 대상이었다. 실례로 우리 아버지가 젊은 날 주식을 아무런 지식과 분석 없이 감에 의지해서 했다가 (보통 이런 사람들이 또 목돈을 집어넣는다) 상장폐지되면서 휴지조각이 되어 나의 6년간의 저축을 날리신 적이 있다. (하필 왜 내 돈으로 하셨는지는 의문이다) 그 뒤로 주식은 우리 집에서 금기어가 되었고 엄마는 뉴스에서 주식시장 소식이 나올 때마다 아빠를 째려보셔서 아빠는 뉴스 꼬다리에 주식 정보 나오면 황급히 리모컨을 찾으시곤 했지.
지금의 시대는 많은 것이 참 좋아졌다.
나 스스로 생각할 때- 그러니까 나의 연대기를 기준으로 -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민주화'가 일어난 것이 정보이다. 검색엔진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인맥이나 배경과 상관없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볼 만한 상대가 생겼다. 물론 여전히 고급 정보는 그들만의 리그에만 머물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백과사전을 사지 않아도 방대한 백과사전을 모두가 공짜로 자기 손바닥 위에 소유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소비에도 '민주화'가 일어나서 예전에는 싼 물건을 찾으려면 발품을 팔고 물리적인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이제는 간단하게 가격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적어도 좋은 몫에 상점을 독점하고 부동산 가진 유지만 배 불려주는 형태의 장사는 많이 축소되었다. 가게가 없어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고, 쓸데없는 거품이 빠지면서 많은 공산품들의 가격이 내려갔다.
하다 하다 이제는 금융에도 '민주화'가 일어나려고 하는 지점에 왔다.
은행 수수료는 애초에 붕괴되었다. 펀드 매니저들은 시장 지수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패배를 인정했고 지수형 펀드는 계속 성장한다. ETF의 등장으로 수수료는 더욱 낮아졌고 개인 간 펀드 거래가 활발해지면 활발해질수록 거래 수수료는 점점 더 폭이 좁아질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정말이지 투자에 대한 비용은 많이 절감된 편이다. 앞으로도 투자는 거래 수수료로 고객의 수익률을 깎아먹는 쪽으로 BM이 발전하기보다는 활발한 거래와 커지는 투자 시장, 다양화되는 투자 상품을 통해 후차적인 BM을 발굴하지 않으면 가망 없는 시장이 돼버릴 거다. 그래서 골드만삭스가 애플의 손을 잡고 B2C로의 행진에 박차를 가하며, 수많은 테크 기업들이 파이낸스를 위협하며 핀테크 시장으로 진군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목적에 따라 행동은 달라지게 되어있다.
나는 금융 서비스들의 민주화의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다는 것에는 그 어떤 이견도 없다.
하지만 그 결과로 불러일으킬 것이 무엇인지는 한번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금융의 민주화가 일어나면, 사용자들이 더 부자가 되어야 한다.
금융 서비스의 발달은, 부유층의 확대 , 빈곤층의 축소라는 결과를 가지고 와야 한다.
만약 그 결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애초에 금융 서비스의 본질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고 치더라도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정도는 열어줘야 한다.
금융 서비스는 고객들의 자산을 지키고 더 많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게 하는데 그 목적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투자 서비스가 '리스크는 철저하게 고객의 몫, 우리는 객관적으로 전달만 했다'는 디스 클레이머 뒤에 숨어버린다. 제발 좀 솔직해지자. 리스크는 개인의 몫이 맞지만, 중개인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왔었는지 묻고 싶다.
대답은 No, Never . 정말 치사하지만 많은 금융 상품이 투자자가 손실을 낼 수록 이득을 많이 가져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혹은 투자자가 아무리 손해를 입어도 금융업자는 불패다. 그러니까 투자자의 이익에 책임도 지지 않지만 책임감 조차도 느끼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금융이 외면당하고 붕괴되고 은행이 사람을 해고하고 증권이 팔리지 않는 거다.
수많은 행동경제학자와 심리학자들이 '투자'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애초에 아직 안하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 결과가 '투자 수수료로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을 내고 건강한 투자가로 성장' 하는 것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가진다.
핀테크의 목표이자 지향점은 금융 서비스의 민주화이고, 그 결과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 생각에 이견이 없다.
+)
번외로.....
(내가 생각하는) 투자를 시작하는 왕도를 덧붙인다. 당연히 (모든사람에게) 왕도는 아니다.
투자에 왕도는 사실 없다. 근데 뭐라도 있어야 초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게 아닌가.
1. 잔돈으로 시작해라. The small changes that change Everything이라는 BJ Fogg의 책도 있다.
(물론 여기서의 change는 잔돈이 아니라 변화이지만 내 맘대로 잔돈이라고 갖다 붙임)
2. 목표를 '부자'로 설정하지 마라. 단기간 1%의 수익으로 해라. 생각보다 쉽지 않다.
3. 어차피 잔돈이라면 수익이 나도 푼돈이다. 하지만 1%의 승률에서 자신감을 얻어라
만약 마이너스가 났다고 해도 푼돈이다. 하지만 그 마이너스 금액에서 무엇이 부족했었는지를 깨달아라.
4. 그런 다음에 본격적인 공부로 뛰어들만한 동기부여가 된다. 투자금이 만원도 없는 상태에서는 유튜브에서 ETF란 무엇인가 영상이 유튜브 방망례 할머니 영상과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가 없다. (나는 주식 투자금이 내 총 자산의 20% 이상인데도 방망례 할머니 영상이 주로 이긴다)
5. 투자관련 책을 여러권 사서 읽어라.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는 무료지만, 헛소리도 많다. 옥석을 가릴 실력이 아직 없는 초심자는 소송을 피하기 위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좀 많이 팔린 공신력 있는 전문가가 쓴 책을 사서 읽어라. 돈을 들여야 본전 생각에 열심히 읽게 되니까, 좋은 책을 골라서 사서 읽어라. 나에게 책 소개까지 받을 생각을 하지는 마라. 그정도 노력도 안하면서 부자 되고 싶으면 당신은 부자가 될 수 없다.
6. 주변에 돈 많은 사람에게 투자 방법을 물어봐라. 보통 대답을 안해준다. 잘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 두마디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대개 상품명이 흘러나올 경우가 있다. 그걸 검색해서 알아보고 수수료를 비교해봐라. 좋은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주변에 돈 많은 사람이 없으면 상품부터 사기전에 투자관련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맞는 상품을 탐색해라.
7. 투자보다는 절약이 우선이다.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적금을 깰 생각을 하지말고, 지금 내가 쓸데없이 낭비하고 있는 비용이 없나 따진 다음에 새는 곳을 막아라. 거기서 모이는 소액을 투자금으로 치환해라. 그게 최고의 투자다.
나도 이렇게 안하고 있다. 그래서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