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과 입술이 강렬하게 만나다

재즈 명곡에서 유래한 이름, 키스 오브 파이어

by 서윤

처음 눈을 마주친 그 순간부터 제정신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미 다리의 힘은 절반쯤 풀려있었고 제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서로의 에 의지하고 있는 남녀 커플은 문을 힘겹게 열며 카운터 바로 다가왔다.



제일 인기 있는 게 뭐예요?



상태를 보아하니 도수가 높은 칵테일을 주는 것은 절대로 안될 일로 보였다. 나는 도수가 거의 없고 가볍게 음료수 정도로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을 조심스레 권했다. 손님이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걸로 달라는 의사를 표했다. 나는 자리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에 바로 조주를 시작했다.


시브리즈를 만들기 위해 셰이커에 보드카를 넣은 후 나머지를 크렌베리 주스와 자몽주스로 채워 흔들었다. 끽해봐야 알콜 도수가 10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칵테일을 서비스하면 손님의 상태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부가 훤히 보이는 테라스 좌석에 앉은 커플 앞에 코스터 2장을 깐 뒤 칵테일을 올렸다. 고맙다는 말은 했지만 시선은 오직 서로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커플의 애정행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와 그녀의 스킨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칵테일이 나온 이후부터다. 주문이 완료되었으니 더 이상 당신들을 방해할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 둘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서로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예 같은 시트에 앉은 그 둘에겐 칵테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서로의 체액을 맛보고 체취를 느끼는데 더 몰두했다. 그 스킨십들이 어찌나 포르노스럽던지 우리가 감히 말릴 생각을 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카운터 뒤에서 커플을 바라보며 저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사이 여자 손님은 남자 손님의 무릎 위에 올라와 남자 손님에게 강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남자의 몸은 여자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조금씩 뒤로 젖혀졌고 무게중심이 점점 뒤로 밀려가는 남자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테이블 한쪽 모서리를 손으로 짚었다. 그러나 여자의 힘은 기대 이상으로 더 강했다. 남자가 짚은 테이블은 점점 기울어지 ······.


어··· 어?!


나와 동료가 어차피 닿지 않을 손을 테이블 쪽으로 뻗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테이블이 엎어지면서 두 손님은 함께 바닥으로 나뒹굴어졌고 칵테일 잔이 타일과 맞부딪히며 본래의 역할을 영영 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머, 먼저 나가볼게요!


비싼 돈 주고 산 칵테일을 마셔보지도 못하고 팔다리 8개 달린 외계인은 허겁지겁 바를 떠났다. 거친 폭풍이 지나쳐간 듯한 바에 남은 것은 엎어진 테이블과 깨진 잔, 그리고 어느새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바닥에 흐르고 있는 칵테일뿐이었다. 그때 쏟아진 것은 어쩌면 칵테일만이 아니라 힘들게 유지시켜놓았던 나의 이성의 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칵테일 키스 오브 파이어



보드카 25ml, 슬로 진 25ml, 드라이 베르무트 25ml, 레몬주스 2 dash를 셰이커에 넣어 얼음과 함께 셰이크 한다. 셰이크가 끝난 음료를 설탕을 묻힌 스노 스타일 칵테일글라스에 따르면 불같은 키스, 키스 오브 파이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과 달콤한 설탕의 만남이 키스의 짜릿한 순간을 떠오르게 만들 것이다.


불같이 열정적인 키스. 연인들 간의 닭살 돋는 애정행각을 막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공공장소에서만큼은 그런 행동을 삼가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 눈에는 둘 밖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과한 애정행각이 다른 손님에겐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 끈적한 스킨십은 제발 들어가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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