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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 작 하는 그녀 Aug 08. 2022

아트가 NFT를 만나면 벌어지는 일?

[MZ x Culture: MZ세대가 즐기는 문화 시리즈 2] NFT아트

1. 아트가 NFT를 만나면?

 이미지 파일 하나가 785억 원? 무슨 파일이길래 이렇게 높은 가치로 거래가 된 것일까? 2021년 3월 세계적 미술품 경매 회사 ‘크리스티(Christie's)’에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NFT로 만든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6,930만 달러에 낙찰됐다. 한화로 약 785억 원의 가치다. 이후 미술업계와 일반인들의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디지털 아티스트 Beeple의 작품 (출처 : 크리스티 경매 홈페이지)

 NFT는 ‘대체할 수 없는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token)이다. 고유한 인식 값이 있어서 ‘디지털 원본 저작권’이라고도 불린다. 원본성 및 소유권을 나타내는 용도로 사용된다. 명품 가방이나 전자제품을 살 때 고유의 번호로 소비자가 산 제품임을 증명하고 추후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때 활용하듯이 ‘진품 증명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NFT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곳은 미술 업계이다. NFT의 장점이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 거래 시장에서는 항상 작품의 진위가 관건이었다. 예를 들어 유명한 화가의 유화 작품을 똑같이 그린 복제품을 진품으로 둔갑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아트를 NFT 작품으로 제작하면 블록체인에 암호화돼 기록된 장부가 존재한다. A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면, 판매자인 디지털 아트 작가가 작품을 거래 사이트에 올릴 때부터 따라다닌다. 이 꼬리표를 최초의 구매자뿐 아니라 다음 구매자에게도 지속해서 기록된다. TV에서 ‘진품명품’을 감정사가 아날로그식으로 판별하듯이 NFT 아트는 이러한 판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다른 장점은 작품의 분실이나 도난, 훼손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유명 화가의 실물 작품은 액자에 담겨있어도 습도, 온도 등을 신경 써서 보관해야 한다. 전시회를 위해 이동이라도 해야 할 때면 분실, 도난을 우려해 보험을 들기도 한다.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저장된 NFT 아트는 이러한 위험을 피해 갈 수 있다. 또한 거래의 편리성도 있다. NFT 아트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면 한국에서도 미국이나 유럽 등 어느 나라의 작품이든 거래할 수 있다. 


2. 종로에서도 NFT 아트를 볼 수 있을까?

 

 NFT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주로 NFT 거래 플랫폼이다. NFT 아트 작가들은 이러한 플랫폼에 본인의 작품을 올려 판매하고, 회원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오픈씨(OpenSea), 매직에덴(Magic Eden) 등의 해외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NFT 유통 플랫폼 '클립 드롭스(Klip Drops)' 서비스를 2021년 12월 시작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로 유명한 업비트에서도 서울옥션블루의 관계사 XXBLUE와 협력해 ‘업비트 NFT’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그러나 NFT 아트 입문자에게는 이러한 사이트를 둘러보는 것도 쉽지 않다. NFT 아트가 워낙 초기 시장이기에 NFT 아트작가도 막 시작한 사람들도 많다. 일반인의 눈으로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오프라인에서 먼저 경험을 해보자. 최근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NFT 아트 작품 전시회를 기획해 선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종로에서도 그러한 전시회를 찾을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인사아트센터에서 NFT 전시회 <동행展- NFT, 현대미술과 동행하다>(이하 <동행展>)를 6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했다. <동행展>에서는 이중섭의 ‘소’, 김창열의 ‘물방울’ 등 기존 대가들의 실물 작품과 NFT 아트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미술계의 신·구인 평면작품과 디지털아트 작품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이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행展- NFT, 현대미술과 동행하다 (출처 : 데이터넷)

 전시 주최사인 다핀(DaFin)은 “기존 NFT 마켓에서는 작품을 구매한다고 그림이 집으로 배송되지는 않는다. 여태 작품의 구매라기보다 투자에 가까운 개념이었다면 다핀은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함께 보여주기 위해 NFT 작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평면 작품을 배송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전시회에서는 △김일동 △이구하 △김영훈 △이재복 △김병화 △이선복 △김민규 △최동하 △김수정 등을 비롯해, 신진작가인 △박지원 △김성진 △최예지 △옥선정 △권소희 △최우영 △김미나 △원서영 △이재호 △도진욱 △이정호 △김세원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만날 수 있었다.

김일동 작가의 시공상상도(時空想像圖) 시리즈 중 '윤두서의 테마파크' (출처 : 전자신문)

 특히 '한국의 비플'로 평가받는 김일동 작가는 오래전부터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여왔다. 김일동 작가는 지난 2012년 영화 <맨 인 블랙> 시리즈의 개봉으로 내한한 윌 스미스(Will Smith)에게 본인의 작품 ‘Gate : 通路(통로)’라는 디지털 프린트를 선물했다. 이 작품은 마치 <맨 인 블랙>의 한 장면 같고, 그림의 주인공은 윌 스미스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의 원본 NFT를 전시했는데 판매됐으며, 김 작가의 시공상상도 시리즈 중 '윤두서의 테마파크' 에디션 7개가 각각 11ETH에 완판됐다고 한다. 앞으로도 종로에서 NFT 아트 전시 프로젝트를 종종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NFT 아트 전시회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반갑지만, 종로에 NFT 아트 전용 갤러리가 생긴다는 소식이다. 주식회사 쿰크(KUMC)는 NFT 및 디지털아트 갤러리인 ‘픽스굿(PICKSGOOD)’을 오는 8월 17일 종로구 평창동에 개관한다.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NFT아트 갤러리 ‘픽스굿’ (출처 : 픽스굿)


 개관 기념 전시회로 <The New WAVE 展>을 8월17일부터 10월 30일까지 3개월간 개최할 예정이다. NFT 아트의 기원인 미디어를 작업 매체로 다루는 4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영상 매체에 조각의 확장성을 담아내는 금민정 작가, 동시대의 사건 사고 현장을 다루는 매스미디어의 태도를 작가만의 비평적인 시각으로 표현하는 하태범 작가, 색면 추상과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를 특유의 기법으로 캔버스에 담아내는 장희진 작가, 조각 작품에 공학적 기술을 활용한 영상미를 녹여내는 한승구 작가이다.


3. "누구나 NFT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픽스굿"


갤러리 개관을 앞두고 한창 준비 중인 픽스굿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픽스굿'이라는 NFT 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종로에 있는 다른 갤러리들과 차별화되는 콘셉트는 무엇인?

A. 주식회사 쿰크는 NFT의 대중화와 예술가와 투자자 모두 상생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종로구 평창동에 개관 예정인 '픽스굿'은 누구나 쉽게 NFT를 접하고 또 좋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됐다. 갤러리 콘셉트는 작가들의 디지털 작품과 실제 작품을 조화롭게 컬래버레이션해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와 NFT 작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것으로 타 갤러리에는 볼 수 없는 디지털 작품이 많이 전시될 것이다. 


Q. 향후 픽스굿을 통해 관람객들이 상시 NFT 아트를 구매할 수 있나? 전시뿐 아니라 판매에 대한 플랫폼 역할도 하 건지 궁금하다.

A. 주식회사 쿰크는 올해 3월부터 www.picksgood.com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기존 작가와 신인·아마추어 작가의 NFT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종로구 평창동에 개관하는 '픽스굿' 역시 온라인 영역에서 오프라인으로 그 영역을 확대한 것이고 많은 분께 NFT 작품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 즉 플랫폼을 구축해 제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Q. 픽스굿에서 주목하는 국내 NFT 작가는 누구인가? 

A. 현재 디지털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금민정 작가와 한승구 작가를 뽑을 수 있다. 금민정 작가는 자연을 소재나 배경으로 다양한 디지털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작가로 여러 곳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작가다. 한승구 작가는 3D 및 디지털 작업에 익숙한 작가로 메타버스 공간에 전시하기 적합한 이차원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고 있다. 그의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많은 디지털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승구 작가의 'Mirror Mask : #C-Begnis' 작품 (출처 : 픽스굿)

Q. 최근 젊은 층들이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NFT 아트에 관심 있는 초보 미술 투자자를 위한 팁(Tip)이 있으면 간단히 설명해달라. 

A. 앞으로 미술시장은 지금의 기존 미술시장과 디지털 작품들이 거래되는 NFT 미술시장으로 양분될 것이다. 기존 미술시장은 소유와 감상이 소유자 개인에게 국한되지만, NFT 미술시장은 소유와 감상이 분리돼 개인이 소유한 그림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고 다운도 받고 평가도 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미술시장은 폐쇄적이어서 그림의 소유주가 누구이고 어떻게 거래됐는지, 또 어떤 그림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NFT 작품은 누구나 감상할 수 있고 소유자가 자신의 미술 자산을 당당하게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 층이 NFT 아트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상화폐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큰돈을 들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었지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 폭락으로 NFT 작품에 대한 가격 급등락이 심하니 그런 부분들은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 


Q. 아트테크 등 투자 가치 측면에서 향후 NFT 아트에 대 어떻게 전망하는지?

A. 비트코인이 2009년 나온 이후 가상화폐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비트코인의 가격 등락세는 여전히 심하다고 생각한다. NFT 아트도 같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실체가 없던 과거의 가상화폐와 달리 여러 기능을 하고 있고 디지털 인증서 역할도 해주고 있어서 다른 코인과 달리 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NFT가 가지고 있는 유일성과 희소성은 미술 및 예술작품과 결합해 그 파급력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NFT 아트가 아직까진 예술적인 부분보다 커뮤니티 형태의 투기적이고 기능적인 부분만 두드러져 거래가 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NFT 아트는 형태와 구조, 방식을 바꿔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픽스굿 갤러리 관계자와의 인터뷰 중에 “기존 미술시장은 소유와 감상이 소유자 개인에게 국한되지만, NFT 미술시장은 소유와 감상이 분리돼 개인이 소유한 그림을 누구나 감상할 수 있고 다운도 받고 평가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NFT 아트 시장이 열리면서 대중들의 접근성도 확대된 것이다. 


 예술이 NFT 기술과 만나면서 작가들에게도 기회가 더 많아졌다. 유튜브 채널이 처음 생기고 유튜버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했을 때, '구독'과 '좋아요'로 유튜버들은 가치를 인정받고 수익을 벌었다. NFT 아트 작가들도 NFT 거래 플랫폼과 픽스굿과 같은 오프라인 갤러리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홍보 및 판매 채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미술계의 탈중앙화 현상이기도 하다. 작가도 누구나 될 수 있고, 구매자도 누구나 될 수 있다. NFT 작가들은 관람객들의 ‘취향’으로 '구독'과 '좋아요'를 선택받을 것이다. NFT 아트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정해진 시장 가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일반인이 그 가치를 발견하는 만큼 인정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NFT 아트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라면 스스로 미적 취향과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NFT 아트는 투자 대상으로서도 감상의 대상으로서도 아직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NFT 아트의 활성화가 작가에게는 더욱 창의성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이 되고, 일반인들에게는 기존의 틀을 깬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장(場) 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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