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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거 Jang Dec 05. 2016

고용사회의 종말


#1. 피고용자의 탄생


지금 우리가 보는 '안정적인 삶'이라는 모델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알면 어떻게 끝나는지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품고 있던 안정적인 삶의 모델이란, 자상한 아버지와 헌신적인 어머니, 슬하의 두 명의 자녀까지 총 4인 가족으로 구성되어 20년 이상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매월 꼬박 꼬박 급여를 받으며 차곡 차곡 중형차와 아파트를 갖추고 주말 외식과 여가를 즐기며 아이들은 말을 잘 듣고 부모는 평탄한 노후를 보내는, 뭐 그런 그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교과서적인 인생은 이제는 말 그대로 교과서에만 나올 법한 것으로 그 시작은 1910년대 미국에서부터였다. 이른바 포드주의를 시작으로 대량 생산 체제가 도입되면서 기업의 몸집 역시 커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조직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주어진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노동자와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관리자의 등장이 필연적이었다.


그때부터였다. '피고용자(Employee)'라는 말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원래 고대 노예가 주인을 위해 일한다는 의미의 '피고용'이란 단어는,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1940년대 이후 현대 조직에서 가장 흔한 단어가 되었다고 한다.  

<퇴사의 추억> 피고용자 사회 참고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1910년대의 미국처럼 1970년대의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압축 성장의 시대였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기업이 몸집을 키우면서 T/O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할 일은 많은데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니 기업에서는 학생들을 모셔 갔다. 졸업생들이 대우,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을 골라 가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입사하고 조직에 충성하면 정년은 물론 승진과 복지 등 미래가 보장되던 시대였다. 이른바 행복하고 안정적인 피고용자가 가능했던 것이다.


오늘날 기업의 오너나 금수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피고용자가 된다. 어릴적 꿈이 피고용자인 어린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린 장성하면 대부분 피고용자가 된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고용'을 위해 인생에서 몇 년씩 수능을 공부하고 스펙을 쌓는다.


피고용자가 삶의 표준이 되면서 오늘날의 교육 제도 역시 철저히 피고용을 위해 설계되었다. 대량의 피고용자를 쉽고 빠르게 선발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채용 시스템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기준은 바로 스펙이었다. 나에게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을 오랫동안 탐색하기 보다는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공장식 대량 졸업생들을 규격화할 만한 평가 근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모두가 똑같이 생긴 교실에서 똑같은 주입식 교육을 통해 학벌을 갖추고 토익, 인턴, 공모전, 봉사활동, 교환학생, 심지어 창업 경험까지도 똑같은 취업용 스펙으로 포장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모두가 피고용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정작 앞으로는 이들 중 극히 일부만이 피고용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퇴사학교>, 오미선 디자이너





#2. 고용사회의 종말


스펙이 상향평준화 될수록 취업이 하향평준화 되는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사회 구조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주 버핏연구소장에 따르면, 근 100년간 지속되었던 고용사회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1910년대 포드주의에 의해 시작된 고용사회의 모델이 100년 뒤 아이폰의 등장으로 종말을 고하고 있다. 모바일 기술 혁신으로 인해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이 해체되고 조직에 속한 피고용자들의 운명 역시 해체되고 있다. 금융, 물류, 자동차, 미디어, 부동산 등 전통적인 사업의 영역들이 핀테크, 공유경제, 전기차, 1인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 등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다는 모바일 혁신으로 인해 거대 조직이 쥐고 있던 주도권이 개인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Jobs)로 인한 일자리(Jobs)의 급격한 변화가 초래된 것이다.

출처 : 이민주, 지금까지 없던 세상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피고용자의 인생을 고용주가 오롯이 책임질 수 없게 되었다. 고용주인 기업 자신조차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70년대의 고용사회의 전성기는 불과 20년만에 끝이 났다. 우리는 1997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쳐 오늘날 사상 최대의 실업률과 구조조정의 시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조선, 해운, 철강, 중공업, 자동차, 전자 등 과거 승승장구하던 산업들이 정체되고 기업에서는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대만 대상으로 하던 명예퇴직 명단에 이제는 20대 신입사원도 오르내리고 있다.


미래학자 최윤식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국내 30대 대기업의 50%가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한다.

출처 : 최윤식, 미래준비학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30년 전 세계 80억 인구 중 50%가 지금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전세계 모든 제조 생산업의 공급은 단 10%의 인구만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레미 리프킨 역시 예측하고 있다. Cisco는 2020년 대기업 주도 경제가 혁신 스타트업에 의해 대체되며 노동자의 34%가 프리랜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처 : 정선주, 학력파괴자들


월스트리트의 골드만삭스가 도입한 '켄쇼(見性)'라는 프로그램은, 연봉 5억원짜리 애널리스트가 일주일 걸리는 일을 단 몇 분만에 끝낸다고 한다.

예전에는 몇 백만원짜리 홈페이지 개발이 이제는 무료로도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네이버 Modoo)

기술이 발전하고 일자리가 사라진다. T/O는 줄어들고 정년 역시 짧아진다.


이렇게 고용사회의 종말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피고용자라는 존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도 우리는 피고용이란 안정성을 위해 청춘을 투자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서 피고용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고용 사회는 피고용 이후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피고용자의 안정성은 길어도 10~20년 뒤에는 끝이 난다.


고용사회의 종말은 곧 스펙사회의 종말이기도 하다.

피고용자가 되기 위한 스펙만을 추구하는 교육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제는 피고용을 위한 스펙이 아닌 개인이 자생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이 더 중요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오직 실력만을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창업, 창작, 창직을 꿈꾸는 토양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혁신 문화 컨텐츠와 창업가 정신으로 고용사회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책상에 앉아 여전히 대기업과 공무원을 위한 스펙만을 쌓고 있다.

QWERTY 자판을 한 번 세팅해 놓으면 다시 바꾸기가 힘든 것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과거의 것으로 견고하게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히 소용돌이 치고 있다. 과거 고용사회의 모델과 미래 탈고용사회의 그것이 만나는 접점의 한가운데 우리는 놓여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성공 요인이 미래에는 작동하지 않고
미래에 기대하던 바가 과거로부터 유추될 수 없는 시대.  


한 쪽에서는 그렇게도 취업을 갈망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그렇게도 퇴사를 갈망하는 아이러니의 시대.


막상 퇴사를 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회사를 다니는 것도 어려운 과도기의 시대에서, 피고용자들의 미래는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퇴사'이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퇴사를 직면해야 한다.  퇴사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직장인의 강력한 무기가 될수도, 스스로를 옥죄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제 퇴사란 특정 소수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화두라는 것이다.


고용사회의 종말은 곧 퇴사의 시대를 의미한다. 고용사회의 종말이 가속화될수록 퇴사의 대상은 점점 많아지고 그 시점 역시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저서 <퇴사학교>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다소 앞서가는지도 모르겠지만, 고용 사회의 성공 모델은 이제 점점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는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간이 우리의 예측보다 점점 빨라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선택은 자명합니다. 우리가 아직 안정적인 피고용자일 때 피고용 이후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제는 꼭 50대가 되어서만이 퇴사 걱정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20대 신입사원도 취준생도 지금부터 피고용 이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피고용'이 주는 안정성을 활용하여, 고용 사회 이후의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실력을 지금부터 길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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