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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거 Jang Apr 11. 2017

나의 꽃은 어디에

스밥 후기


1.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창업 후 지난 1년간 나는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있었다. 정신없이 허둥지둥 어디로 가야할지 이 산인지 저 산인지도 알지 못했다. 퇴사 후 끝없는 암흑 속으로 떨어지던 나는 그저 무작정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1년 전 퇴사학교를 창업하고 나중에 세어보니 뉴스, 방송, 잡지 등을 포함 언론에 70번 정도 조명이 되었다. 퇴사학교라는 이름빨이 큰 몫을 차지했을텐데, 마치 나는 그것이 온전히 내 덕인마냥 우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열심히 올라야해 더 높이 더 많이 더더 달려오면서 원래 창업은 그런거야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일거야 하는 착각은 커져만 갔다.


미세먼지가 걷히고 말갛게 개인 봄날의 서촌.

'스밥 :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라는 귀한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호스트는 세계최초 애니멀 테마파크 콘텐츠 회사인 '주렁주렁'정상민 대표님.

주최자로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양경준 대표님, 김지영 에디터님과 함께 퇴사학교팀이 참여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일년간 이렇게 다른 팀들과 식사를 한 적이 거의 없었구나. 스타트업 선배들과 식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아라 하는 팀원들을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주렁주렁 정상민 대표님(좌측 두번째)과 뚱해 보여도 즐거운 상태인 필자 (맨 우측)





2.

합계 연차가 20년이 넘는 스타트업 선배 두 분과 3시간 반이 넘는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이제 만 1년된 스타트업 대표는 생각이 많아졌다.

'후- 아직 갈길이 멀구나.'


나는 아직 산 초입에서 정신없이 올라갈 길을 찾기에 급급한 사람이었구나.

산을 내려올 때 보게 되는 꽃들은 실로 다양하고 저마다의 가치와 향기를 지니는데,

나의 꽃은 어디에 있을까.


어릴 때부터 사육사가 꿈이었다는 주렁주렁 정상민 대표님은 누구보다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에버랜드와 뽀로로 파크 등 여러 경험과 계기를 통해 지금은 동물과 사람이 모두 행복한 에니멀 테마파크라는 아름다운 꽃을 만들고 있다.


정상민 대표님에게도 더 어렵고 막막한 개고생?의 시절들이 많이 있었다. 대표님은 아직 1년 된 대표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고생이 있을 거라며 덕담?을 해 주셨다ㅋ

유일하게 좋은 소식은,

분명한 것은 이십대 시절 회사를 다닐 때의 5년보다 창업 후 1년이 훨씬 많이 배웠고, 마찬가지로 창업 후 1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훨씬 많이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회사에 직원들의 행복을 전담으로 책임지는 '개인행복팀'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팀원이 행복하게 일하면 성과도 따라오나요?"

"저희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회사보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자'가 저희 조직 문화이죠.

만약 행복한 팀원을 데리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건 구조의 잘못이고 대표의 잘못입니다.

대표는 직원을 쪼는 게 아니라 구조를 어떻게 바꿀까 핵심 가치를 어떻게 강화할까를 생각해야 해요."


"모든 건 대표 탓입니다.

리더가 여러번 시키는 일을 팀원이 계속 못한다면

너는 왜 그걸 못하니? 라고 쪼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잘못 시킬까? 라고 자문해야 합니다."


이 말에 팀원들이 가장 많이 까르르 웃었다. 왠지 나보다 팀원들이 더 위로받는 것 같았다.

당장 내일부터 사무실 표어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건 대표 탓이다>


이 말은, 나 역시 현실에서 실천을 잘 못하지만 사실은 맞는 말이다.

지난 이십대 사원 시절 대기업에서 바라보던 상사들을 보며 늘 생각했다.

'모든 건 다 리더 탓이다. 내가 야근하는 것도, 쓸데없이 보고서 쓰는 것도, 아무 잘못도 없이 조직이 개편되고, 일이 뭉게지는 것도 모두가 다 100% 리더 탓이다.'  

그런데 삼십대가 되고 대표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리가 없다. 달라져서는 안된다.

물론 자리가 바뀌면 풍경이 바뀔 순 있다.

하지만 행복한 개인을 만들지 못하고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것의 최종 책임은 결국 리더의 것이다.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실로 이 자리의 무게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3.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감사해야 해요. 정말로."

대표님은 진지하게 힘을 주어 말했다.


언젠가부터 대표라는 역할을 하면서 EQ를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았다. 감사가 줄어들고 경청에 인색해졌다. 예전에는 벚꽃이 언제피나 오매불망 기다리던 내가 올해는 벚꽃이 벌써 이렇게나 만개했나 싶을 정도로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있었다.


생존은 중요하지만, 어느새 생존이라는 명목으로 나는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나요?"
"돈을 벌 생각을 말고 좋아하는 가치를 만드세요."


돈을 벌려면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렵다. 아직은 그릇이 작다.


조금 더 감사하고

조금 더 가치를 추구하자.


스밥의 주최자인 양경준 대표님은 아무런 계산 없이 단지 이런 모임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으로 1년 반이 넘게 84회차의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퇴사학교에서 모임을 몇 번 개최해 보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밥'에 영감을 받아 '퇴밥'을 만들어볼까. (허락도 해 주셨으니..)


퇴사학교 수업을 하면서 항상 마지막에,

"이렇게 수업 잘 들어놓고 오늘 집에 가면 다 까먹으시겠죠? 꼭 실행을 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데 나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 같다.


 

1년 반이 넘도록 84회차의 스밥을 매주 추진하고 있는 양경준 대표님


결국은 실행이다.

그래서 창업이 재밌다.

해 본 사람과 해 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차원이 완전 다르다.

꽃을 본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도 다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나의 꽃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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