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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거 Jang Nov 22. 2017

나만 뒤처지는 걸까

“나만 뒤처지는 걸까.”

함께 점심을 먹던 후배가 문득 내뱉었다. 그 친구는 최근 퇴사를 하고 3개월째 쉬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2~3번 정도 이직 경험은 있었으나, 한 달이 넘도록 쉬어 본 적은 처음이라고 한다. 남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쉬어도 되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고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지.“

나 역시 몇 년 전 퇴사할 때 위와 같이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짐은 잠시 뿐, 이내 현실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2보 전진을 꼭 해야 할까? 1보 후퇴는 왜 필요한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몇 주를 훌쩍 보냈다. 처음 퇴사할 때는 신났는데 어느새 불안감만 가득했다. 페이스북을 보면 친구들이 회사 욕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여행과 맛집을 다니며 재밌게 노는 모습들이 부러웠다.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들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인생에서 ‘나만 뒤처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너는 왜 100점을 받지 못하니’라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되는 강박은 수능을 기점으로 극대화된다. ‘남들 다 대학 합격하고 잘 다니는데 왜 나만 재수하는 걸까.’

평균적으로 21~22살에 많이 가는 군대에서는 신병의 나이가 25살만 되어도 ‘왜 이렇게 늦게 왔어?’라고 묻는다.

대학 시절 1~2년씩 휴학하고 취업 준비가 길어질수록 나만 비정상적인 것만 같다.

이렇게 축적된 강박들은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학습화가 된다.

‘아직도 결혼 안하니?’

‘애는 언제 낳니?’

‘퇴사 후 언제까지 백수로 살거니?’

이렇게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살다가 생의 마지막 날 어쩌면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늦게 죽니?’


프랑스에서는 꼭 20세에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만약 요리를 좋아한다면 14세에 Technical High School이라는 직업학교에서 요리를 공부한다. 꼭 대학에 가지 않아도 10년 뒤인 24세에는 10년차 요리 전문가 팀장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 20대 중후반이라도 대학에 가는 것이 자유롭다.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하고 나니 내게 필요한 공부를 찾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우선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요리학원을 다니고 나서 20대 후반쯤 되어 겨우 1년차 요리사가 된다. 20대 내내 공부를 했지만 그것이 사회생활에 제대로 쓰일지는 미지수다.

참고 : 차이나는 클래스 방송내용 중


각자의 삶에는 각자에 맞는 속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10대와 20대에게 모두 똑같은 속도를 강압하다 보니 30대가 되고 나서야 내 속도를 찾기 시작한다. 필자에게 퇴사 역시 그런 의미였다. 내 속도를 발견하는 시간. 다시 재취업을 하든 여행을 가든 사업을 하더라도 그 전까지 숨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을 찾기 위해 

내 인생에서 몇 개월이나 몇 년 정도 쉬어도 괜찮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해보면, 무리해서 과속을 하는 것과 적정 속도로 느긋하게 가는 것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고작 5~10분 정도 차이날 뿐이다.

헤드헌팅 업무를 10년 넘게 하던 분이 있다. 본인도 5년차 쯤 너무 힘들어서 쉬었다고 한다. 1년을 내리 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좋았다고 한다. 지금은 다시 재취업하여 비슷한 회사를 다니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 많이? 쉬고 나니 일을 하고 싶어지고 내가 열정을 갖고 싶은 분야에 더 헌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까 그 후배 역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있다.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준비하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숨고르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불안감도 그 길을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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