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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거 Jang Dec 07. 2017

퇴사 판타지와 판도라, 그리고 판갈이

세 번째 책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출간에 부처

퇴사 판타지와 판도라, 그리고 판갈이




1.

퇴사 패러다임에는 크게 3단계가 있는 것 같다.


1단계는 '퇴사 판타지'이다.

사람들은 퇴사에 대한 지나친 환상 또는 지나친 두려움을 갖고 있다. TV에서 누가 퇴사하고 여행 가고 창업하며 자유를 찾는다? 마냥 부러우면서도 괜히 악플을 달고 싶다.

'분명 저 사람은 금수저일 거야. 나와는 상관없어.' 그러면서 하루 종일 퇴사를 말한다.

'나 퇴사할 거야' 하루 종일 이 말을 달고 살던 동료는 몇 년째 잘만 다니고 벌써 과장, 차장을 달았단다. 오히려 아무 말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사직서를 내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사를 '말'한다. '퇴사를 부르는 직장상사 유형 5가지', '퇴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등. 뉴스와 방송과 서적, 페이스북, 브런치, 웹툰 등 미디어에서는 이제 '퇴사'를 빼고서는 직장인을 논할 수 없어졌다. 적어도 퇴사라는 단어는 이제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 되었다.       



퇴사 패러다임 3단계 (출처 : 내 갤럭시노트8)

                                                



2단계는 '퇴사 판도라'이다.

판도라는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열린다. 그것은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어떤 사람들은 퇴사를 기대한다. '나를 찾아', '진짜 인생', '지긋지긋한 회사를 탈피하여', '기계처럼 살지 않겠다는', '진짜 하고 싶은 일', '창업' 이런 단어들을 기대하며 상자를 연다. 또 어떤 사람들은 퇴사를 두려워한다. '언젠가 오겠지만', '벌거벗은', '사회적 죽음', '명함 없는 인생', '나가서 뭐하지', '월급 없는 삶'이라는 죽음 다음으로 큰 스트레스와 불안에 직면한다.

에피메테우스의 아내인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을 때, 모든 게 빠져나가고 단 한 가지 상자 안에 남은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낼 것이라는 희망.

창업, 여행, 휴직, 재취업, 이직, 1인 기업, 프리랜서, 부업, 같지만 또 다른 회사생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은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은 '말'로만 투덜대지 않고 묵묵히 '실행'을 한다. 그렇게 꾸역꾸역 개인의 대안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3단계는 '퇴사 판갈이'이다.

판을 갈아엎는다. 개인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맥락을 보자는 것이다. 퇴사를 바라볼 때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적 안정망과 지원들, 정책적 관점에서 조명하자는 것이다. 

왜 이렇게 요즘 퇴사가 열풍인가? 덴마크는 행복하다는데 우리는 왜 다를까? 언제까지 야근 1위를 고수할 것인가? 퇴사하면 왜 나만 이상한 것 같을까? 왜 퇴사 후 실업급여 안정망이 취약할까? 왜 퇴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걸까? 단지 요즘 젊은 것들이 철이 없어서?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져서? 희망퇴직이 늘어나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이슈들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어떤 거대한 판 위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제, 정치, 교육, 복지, 회사, 미디어 등 퇴사에 대한 고민과 문제점들이 있다면 이를 단순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으로 해석하고 공공의 집단의 해결책을 찾는 것 역시 당연하다.  


'퇴사 판타지'가 배설용이라면 '퇴사 판도라'는 희망을 찾는 과정이다. 

'퇴사 판갈이'는 이러한 희망을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단계이다. 아직은 작은 촛불과 같은 불씨라도 괜찮다. 분명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언젠가는 되어야 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그 시작을 열 수 있다면, 나중에 더 큰 누군가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우리 모두는 언젠가 모두 판갈이 단계로 가리라 생각한다.

얼마 전 광화문에서 전 국민이 나서서 전직 대통령을, 정치판을 판갈이 한 것처럼

분명 직장인이라면, 회사원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일을 하고 일을 시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직면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사회를 바꾸는가.

사회가 개인을 바꾸는가.

확실한 것은 누가 누굴 먼저 바꾸든지, 두 가지는 매우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번 세 번째 책이 탄생하였다.




2.

1단계 '퇴사 판타지'를 정리하기 위해 첫 책 [퇴사의 추억]을 집필했다. 그것은 나의 회사 생활에 대한 배설이자 화풀이였다. 브런치와 페이스북을 통해 수십만 건이 공유되었고, 작금의 퇴사 트렌드를 촉발시킨 뿌리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추억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2단계 '퇴사 판도라'를 직접 직면했던 나는 두 번째 책 [퇴사학교]를 출간했다. 퇴사 후 직면한 1년간의 백수 생활이라는 극한의 공허함과 두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얼마나 '말'이 공허한지를. 훈수꾼들은 널렸다. 감 놔라 배 놔라 된다 안된다 가타부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말하기는 가장 쉬운 일이다. 그러나 진짜 가치는 '말'이 아닌 '발'에 있다. 구구절절 말만 하고 일 년이 지나도 아무 변화가 없는 것보다 그저 하나라도 더 해 보고 시행착오를 겪어 보는 것. 그렇게 직접 인생을 일구기 위해 '퇴사학교'를 창업했고, 실제로 실행과 성과를 내기 위해 무단히도 노력 중이다.   


그렇게 개인의 행동에 집중하던 어느 날, 한 참석자에게 이런 질문을 들었다.

"퇴사학교가 개인의 솔루션에 집중하는 건 잘 알겠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이슈들이 사회적으로도 중요하지 않나요?"

사회적인 것은 참으로 어렵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까 보면 변죽만 울리고 싸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젠가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서라도,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퇴사 3부작 시리즈




3단계 '퇴사 판갈이'는 그런 점에서 나에겐 참 어려운 과제였다. 충분한 자격도 실력도 부족한데 과연?

그런 점에서 함께한 장재열 대표(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의 공이 크다.

세 번째 책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장재열의 제안과 기획에 힘입어 탄생하였다.

이 책은 나에게도 1,2,3단계를 아우르는 의미가 있다. [퇴사의 추억, 2015]이 경영철학 에세이라면, [퇴사학교, 2016]는 인문 실용서이다. 이번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2017]는 사회과학서로서 서로 상호 보완적인 포지션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타지'에 머문다.

몇몇이 '판도라'에 도전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판갈이'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누차 말하지만 '퇴사'라는 단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더 행복한 일을 찾고,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좋지 않으랴.

특히 이번 책은 회사 상사, 사장, 인사담당자, 부모님, 정책 입안 리더들에게 선물로 주는 책이 되면 좋겠다.


부족한 세 번째 책이지만, '행복하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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