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에서 가출팸을 보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이 없는, 또는 집이 있어도 갈 수 없는 아이들.
아이들은 싸구려 모텔 방에 너댓명이 모여 가족처럼 살았다.
그 날 그 날 앵벌이나, 또는 몸을 팔며 번 돈으로 컵라면 몇 끼와 하루 방 값을 겨우 맞춘다.
새로운 식구를 들여 친해지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물건을 싹 훔쳐 달아난다.
위로와 불신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드는 이 가출팸들에게 결국 단 하나의 사실은,
서울에 내 몸 하나 편히 누일 곳이 없다는 것.
대학 새내기 시절 서울로 올라왔다.
어느날 대구에서 고등학교 친구들이 놀러왔다. 다들 촌놈이고 찌질했던 우리는 서울에서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하릴없이 한강 잔디밭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해가 뉘엿뉘엿 지는 걸 감상하고 서울역 앞 아무 피씨방에서 밤을 지새우다 새벽 어스름 전철을 탔다.
2호선이 서울을 두 바퀴 도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베게삼아 잠들었다.
아침 일곱 시 출근시간 수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전동차 의자 한 칸이 내 우주이자 전부였다.
오늘은 서울하늘이 외로워 음 외로워
눈 감으면 내 손끝에
그대 체온이 느껴지네
담담한 인사를 하고서
그렇게 전활 끊었지만
이틀이란 시간이
이렇게 길 줄은 난 몰랐지
지금 난 그대 미소를 생각해 음 생각해
재미없는 얘기에도
웃어주던 널 떠올리며
- 조규찬, 서울하늘
나와 함께라면 단칸방도 좋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길거리 벤치에서 마시는 커피가 근사한 카페보다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잃고 집을 얻었을 때, 난 아직도 서울엔 내 몸 하나 편히 누일 곳이 없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