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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희씨 Dec 26. 2018

‘최강의 식사’ 함께 할까요?

데이브 아스프리 <최강의 식사>

     

나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다. 삼시 세 끼를 다 먹지 않고 아침엔 ‘방탄 커피’를 마신다. 방탄 커피는 버터와 코코넛 오일을 섞은 커피다. 맛이 이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맛있게’ 먹고 있다. 내가 방탄 커피로 아침을 먹게 된 이유는 바로 <최강의 식사>라는 책 때문이다. 이 책에선 하루에 18시간의 공복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을 소개한다. 저녁 식사 이후에 다음날 점심때까지 18시간 정도 공복을 유지하는 방법인데 잠잘 때야 상관없지만 아침에 허기로 힘들 수 있으니 그때 방탄 커피를 마시라는 거다. 아침에 신선한 카페인과 질 좋은 지방을 섭취하면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간헐적 단식을 제대로 하면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하루에 0.5kg씩 몸무게가 준다는 거다. 내 경우엔 0.5kg씩 살은 안 빠졌지만 아침에 밥을 먹고도 이것저것 주워 먹던 내가 방탄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버텨낸 지 어느덧 3주나 흘렀으니 아주 효과가 없는 건 아닌 듯싶다.       


IT 기업가인 데이브 아스 프리는 몸무게가 140kg까지 늘어나고 각종 성인병으로 건강이 나빠져 살을 빼려고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을 직접 실행해봤다고 밝힌다. IT전문가가 컴퓨터를 해킹하듯 자신의 몸을 철저히 해킹해보고 나서 얻은 결론이 바로 방탄 커피와 완전무결한 식사라고 말한다. 데이브 아스 프리가 말하는 완전무결한 식사는 질 좋은 지방과 단백질, 그리고 영양이 풍부한 채소를 섭취하는 거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싶다가도 정말 질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먹고 있나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예를 들면 GMO사료를 먹인 것과 목초만 먹인 쇠고기는 질적으로 다르지 않나. 질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챙겨 먹으려면 노력도 필요하고 돈도 많이 든다. 수많은 돈을 써서 갖가지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몸 상태를 해킹했다는 저자가 찾아낸 가장 질 좋은 지방은 바로 버터다. 버터에는 부티르산이라는 게 있는데 염증을 줄여주고 장 내에 유익균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저자는 또 글루텐 부작용을 일으키는 밀가루는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기존의 상식을 거의 뒤엎는 식이라 놀랍다. 흔히 현미가 좋다는 이야길 많이 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백미가 더 좋다고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선 지방은 아예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질 좋은 지방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아침에 과일을 먹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과일은 밤에 먹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음식의 곰팡이가 문제라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곰팡이를 가진 음식이 많단다. 커피콩에도 곰팡이가 있고,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 챙겨 먹는 견과류에도 곰팡이 독소가 있는 경우가 많아 이걸 먹게 되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거다.      


<최강의 식사>는 놀라운 이야기가 가득해 두 번이나 읽었다. 최근 이렇게 열심히 읽은 책이 있을까 싶다. 책을 읽고 가장 먼저 생각한 건 방탄 커피 다이어트로 살을 빼야겠다가 아니라 아무거나 먹어선 안 되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냉장고를 뒤져 오래 두었던 음식들을, 언젠가 먹으려고 사두었던 가공식품들을, 오래된 향신료들을 모두 버렸다. 가급적이면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반찬을 사다 먹거나 반조리 식품 등을 사서 먹곤 했다. <최강의 식사>는 이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줄 의무가 있는 내게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고민하게 했다.      


나는 책 제목대로 앞으로 ‘최강의 식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하나 둘 바꿔보려 애쓰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밥 블레스 유’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먹방이 왜 유행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밥블레스유는 좀 달랐다. 너무나 따뜻했다. “사는 게 별거야~ 이게 행복이지” 하며 맛난 음식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모습에 빠져들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의 우정이 좀 부러웠나 보다.      


아이를 챙기며 급하게 먹는 밥이나 사무실에서 혼자 먹는 밥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먹는 밥이야말로 진정한 ‘최강의 식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먹방이 인기가 많은 걸까, 함께 먹고 싶어 하는 마음, 외로움을 잠시나마 달래주니까….) 함께 할 수 있다면… 다이어트는 잠시 미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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