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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스텔라C Oct 25. 2019

오십에 서핑

파도와 인생을 타기에 늦은 나이라고요?

우리의 인생이 꺾은선 그래프라면, 가장 행복한 그 순간은 내 앞에 있을까? 아니면 이미 지나온 등 뒤에 있을까? 그 순간이 지나온 과거에 있다면, 늙고 있는 것이다.


내 경우는 몇 번 고쳐 생각해도 등 뒤였다. 그러자 인생이 몹시 지루해졌다. 지루하고 또 지루했던 어느 날 서핑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서핑은 젊음이고, 여유이며, 행복이 미래에 있는 사람들의 활동 같았다. 서핑 한번 배울 생각을 하지 않은 청춘을 짧게 후회하는데, 불현듯 그분이 찾아왔다. '이렇게 죽을 순 없지'라는 이름의 그분!
인생의 돌연변이 유전자는 '이렇게 죽을 수는 없지'로 시작된다. 검색창에 '서핑'을 입력하고, 제일 먼저 보이는 서핑 스쿨에 등록했다. 서핑 결심을 번복하지 않도록 주변에 알렸다. 해양스포츠의 달인인 후배는 결심은 갸륵하나 한 번 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구경만 하겠다고 할 게 뻔하다고 했다.

과연 그랬다. 운동신경이 모자라는 사람에게 서핑은 얼차려와 다르지 않았다. 모래밭에서 몇 번 연습만 했을 뿐인데, 허벅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파도는커녕 모래밭에서 균형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첫날은 단 일초도 보드 위에 서지 못했다. 둘째 날 바다에 나가기 직전 서핑 선생님인 열아홉 살 태국 소년은 말했다.


"지금 배운 것들은 다 잊어도 돼요. 하나만 잊지 말아요. 넘어져도 웃어요. 못 일어나도 웃어요. 바닷물을 먹더라도 웃어요."


기우뚱거리며 균형을 잡았다. 몇십 초 후 다시 해변에 곤두박질쳤지만, 보드 위의 나는 웃고 있었다. 못할 것 같다고, 나이가 많다고, 남들 시선이 무섭다고, 하고 싶은 것들을 시도도 하지 않고 접는 일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를 생각했다.

가끔은 서고, 여전히 웃으며 해변에 쑤셔 박히는 처지지만 이제 여행지를 고르는 조건에, 그곳 파도의 상태도 넣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내 '앞'에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꿈의 바다로 서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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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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