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채권이다. 은행에 가입하는 정기예금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홍길동이 10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했는데, 그 금리가 연5%라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일주일 후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로 폭락한다. 10년간 연 2%의 이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틀 전 가입한 홍길동은 5%의 이자를 받으니 연2%짜리 예금통장을 가진 이들은 홍길동을 매우 부러워할 것이다. 그리고 5%짜리 정기예금 통장을 사려고 할 것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홍길동은 프리미엄을 얹어 주는 사람에게 넘기거나 아니면 안 팔 것이다. 즉 높은 금리로 고정되어 있는 기존 통장(채권)의 값어치는 높아진다. 금리하락(5%에서 2%)이 곧 채권 가격 상승(5% 예금의 프리미엄)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어떨까. 이틀 뒤에 연10%자리 정기예금이 나왔다. 문제는 홍길동이 가입한 정기예금 통장은 중도해지가 안 된다는 점이다. 제 값 주고는 홍길동의 통장을 사줄 이가 없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즉 시장긃리가 오르면 기존에 가입한 낮은 고정금리 예금(채권)의 값어치는 낮아진다. 금리 상승은 곧 채권 가격의 하락과 같은 말이 된다. 물론 예금과 채권은 다르다. 예금은 약속된 이자만 지급하고 원금에 변동이 없지만 채권은 만기 보유 시 약속된 수익을 얻는 대신 만기 전에는 금리에 따라 채권의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
또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수시로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으므로 '이자'와 '매매 차익' 두 가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이자는 채권의 액면에 적힌 표면 이자로, 만기까지 변하지 않는 고정 이자다. 채권은 표면 이자가 고정돼 있지만 매매 가격이 매일 바뀌므로 채권수익률, 즉 채권 금리는 주가처럼 매일 변한다. 따라서 채권은 사서 보유하다가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매매 차익을 취할 수 있고 가격이 제자리거나 내리면 만기까지 보유해 확정된 이자만 챙길 수도 있다.
금리와 채권의 상관관계를 이해했다면 다음은 환율과의 관계다. 일반적으로 달러와 신용도가 높은 국가에서 발행한 채권(주로 미국채)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발행 주체가 망하지 않는 한 만기까지 갖고 있으면 원금과 확정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주식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망할 가능성은 어떤 나라가 망할 가능성보다 낮다. 미국 국채는 그래서 금과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말과 같다. 그 영향은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미국 채권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말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