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논문일기

연구하면서 돈이 안 나오는 인문학이라면?

by 서수

돈, 돈, 돈.

여전히 돈이 문제이다.


이공계열은 지도교수를 중심으로 박사 과정생, 석사 과정생이 하나의 '랩'을 구성하고 있어 교육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를 따서 인건비, 장비 재료비, 회의비 등을 포함한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논문을 공동으로 집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논문 실적과 생활비 양자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물론 이들은 이 개미지옥 같은 구조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고통받고 있기는 하다.)


인문사회계열로 넘어오면 이 연구비 지원은 주로 교수와 (박사학위를 소지한) 시간강사 개인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나마 공대처럼 랩 형식으로 구성원 모두가 지원금을 적게라도 공유하는 구조는 사회 계열에 더 잘 포진되어 있다. 인문 계열은 랩이라는 구조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연구비 지원이라는 것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연구보조원으로 교수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신분은 박사과정생 정도이며, 이 또한 많아야 한두 명 정도이다. 교수님마다 다르긴 하나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 연구책임자로 1 과제 이상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수님이 수행하시는 하나의 개인적인 학술 연구 프로젝트에 연구보조원이 여러 명 필요하지는 않다.


하여, 인문학 대학원의 석사과정생, 석사 수료생들은 연구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아는 학생들도 별로 없다. 그럼 공부할 시간도 모자란데 돈을 어떻게 버는가? 방법은 학교 내부 장학금이나 외부 장학금을 받는 것과 학과 수업의 T.A. 조교를 하는 것, 학과가 아닌 인문대학 내의 다른 기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는 것 등이 있다. 나는 장학금을 한 번도 받지 못해서 이 장학금이 등록금만 받는 건지 생활비까지 나오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학과 수업 조교의 경우 석사를 수료한 학생들에게 대개 순차적으로 돌아오며(이것도 지도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르긴 하다) 한 학기에 적게는 80만 원에서 많게는 18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나 역시 수업 조교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했었다.


내 짧은 생각에 인문학으로 공동 연구가 거의 불가능한 이유는 이렇다. 사실 인문학자들, 인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써 온 소위 '글쟁이'들이라, 짧은 글 한 편을 쓰더라도 그 글의 제목, 부제, 구성, 문체, 심지어 순수문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글을 시작하는 제일 첫 문장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학술적인 글일지라도 우리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행위이며, 더군다나 문체는(논문에도 저자 특유의 문체가 분명 있다) 저자의 시그니처이다. 뿐 아니라 대전제가 같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이 미묘하게 다 달라서 큰 틀에서 생각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하나의 논문으로 공동 집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결국 인문학에서는 '개인'의 학술연구가 주를 이루게 되고, 개인 1명의 학술연구에 정부나 민간 기업이 돈을 지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므로, 전자공학이나 생명공학 등과 달리 인문학은 연구를 하면 할수록 돈이 나오는 게 아니라 내 돈이 들어가서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결론은? 인문학으로 돈 버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인문학을 선택하는 사람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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