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후회하는 밤
우리는 제리를 키우면서 한 번도 제리를 혼내거나 제리에게 큰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지. 그런데 험블이를 낳고부터 제리를 혼내는 일이 매우 잦아졌다.
제리는 험블이가 높이가 높은 아기 의자에서 내려올 때, 목욕탕에서 머리 감기 싫다고 울 때, 장난감으로 놀다가 짜증이 나서 울어버릴 때 집에 떠나가라 짖었다. 그 짖는 소리에 험블이는 깜짝 놀라서 우는 것도 까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제리에게 짖지 말라고 혼내기 시작했다. 사실 제리 입장에서는 험블이를 지키려는 거였을 텐데도, 우리는 그 짖는 소리에 매우 예민해져서 제리가 짖기라도 하면 무섭게 혼내곤 했다. 그럴 때면 제리는 꼬리와 귀를 한껏 내리고 풀이 죽어서 우리의 눈치를 보며 자기 방석에 가서 쭈그려 앉았다.
날이 갈수록 험블이는 우리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험블이가 사랑을 받을수록 제리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우리의 관심 밖에서 멀어지곤 했다. 우리도 당연히 제리가 우리의 첫째 자식이기에 사랑을 더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육아를 하고 출퇴근을 하며 심신이 지치는 날이 많아질수록 제리까지 알뜰살뜰 챙기는 게 매우 버겁게 느껴졌다.
하루는 험블이가 낮잠을 자는 꿀 같은 시간에 마음 놓고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현관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제리가 왕왕 짖어대서 안방에서 잠들었던 험블이가 앵-하고 깬 적이 있었다. 나는 머리에 샴푸 거품을 닦지도 못한 채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황급히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살기에 어린 눈빛으로 제리를 혼내고 험블이를 달래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험블이가 낮잠을 자는 그 시간이 내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는데, 그걸 망쳐버린 제리에게 정말 분노한 날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제리를 하루 종일 내 눈치를 보았고, 원래는 같은 침대에서 자는데 그날 밤은 우리 침대에 들어오지도 않고 방바닥에서 꽈리를 틀고 누워만 있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또 얼마나 제리가 불쌍하고 제리에게 화를 낸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되는지. 그래서 우리는 험블이가 잠이 든 뒤에 늘 밤마다 제리를 붙들어 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그것도 그때뿐이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