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이는 눈속임 가치에 속지 않고,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기
액면가는 지폐에 표시되어 있는 그 화폐의 가치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denomination, 즉 ‘명칭’, ‘이름’의 뜻을 갖고 있지만, 화폐에 표시된 가치를 기존 단위의 1/n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단 기존과 같은 단위를 쓸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화폐 단위의 호칭도 함께 바뀌게 된다.
이런 디노미네이션을 국가가 단행하게 되면, 예를 들어 1/100의 디노미네이션을 진행하게 되면, 100만원이 1만원이 되고, 5,000만원짜리 차가 50만원, 10억원 아파트는 1,000만원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이름’만 바뀐 것이지 그 현물의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 어떤 것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데, ‘이름’이 바뀜으로 인해서 본질의 가치가 바뀌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국가단위의 화폐 개혁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예를 찾아보면 사람들은 같은 금액의 화폐도 제시되는 방법(소액권, 고액권)에 따라 가치가 달라 보이는 착각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만원권 한 장과 1만원권 5장의 화폐로서의 가치는 같지만, 사람들은 1만원권을 5만원권 보다 더 쉽게, 부담없이 써버리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그런 면에서 화폐단위가 아예 표시가 안되어 있는 신용카드는 위험하다. 신용카드를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은 큰 부담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소액결제가 훨씬 많았고, 가랑비에 옷 젖듯 쌓인 소액결제 한달 지출금액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청구되었다. 깜짝 놀라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보면, 수십만원의 지출이 아닌 몇천원 단위의 지출들이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소액권 지폐를 갖고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쉽게 소비하게 되기 때문에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신용카드나 잔돈이 아닌 큰 돈을 현금으로 갖고 다니면 된다. 자연스레 우리는 큰 돈을 깨서 소비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하는 심리적 스위치를 켤 수 있다.
액면가 효과가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과한 소비를 작은 단위의 돈으로 하게 되는 것을 설명해 준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과한 소비(?), 쉬운 소비(?)를 유도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만원짜리 제품을 하나 구입하게 하는 것 보다, 5천원짜리 제품 두개를 구입하게 하는 것이 더 쉽고, 천원짜리 제품 10개를 판매하는 것이 더 쉽다.
주식회사들이 진행하는 주식 분할(100만원짜리 삼성전자 1주가 1만원짜리 100주로 쪼개지는 것처럼)은 주식의 액면가를 저렴하게 해주어서 주주들의 주식에 대한 수요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행해진다.
액면가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가치 - 에 헷갈리지 않고, 사물의 본질 - 원래의 가치 - 에 집중하여 판단을 흔들리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