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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Jun 20. 2022

할 수 있는 일도 안 해야 한다. 일을 잘하려면...

할 수 있다고 다 해버리면, 하얗게 연소되어 버릴 거야...

요샌 다들 1인 다역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직장인, 아빠, 남편, 학교 동기 등등이죠. 이런 수많은 역할에 주어진 일들을 수행하면서 우리는 가치를 증명하며 생활합니다. 회사에서 가치를 증명하면서 월급을 받고, 집에서는 아빠,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사랑을 받죠. 역할을 제대로 못해낸다고 사랑받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대개는 기대되는 바를 잘 해내야 하는 무언의 약속, 압박, 책임이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서 그런 일들을 하나하나 다 직접 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주어진 모든 일을 해 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많은 서포터들이 우리 주위에 있으니까요. 혹은 서포터로 성장시킬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집에 온통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 아빠가 집어서 정리하려면 할 수 있습니다. 너저분한 것을 잘 못 참는 저로서는 보고 있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죠. 재택근무를 한다고 집에 있으면 눈에 들어오는 것들, 저것들을 처리해야 저 일이 잘 될 듯했습니다. 초반에는 정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죠. 


지속적이지 않다.


이렇게 집안 정리를 해야 내 기분이 쾌적해진다고 이걸 하고 있어서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불러서 일렀습니다.


바닥에 있는 자신의 물건들은 각자 알아서 치우라고. 아빠는 정리되고 남은 것들을 '버리기만'할 거라고.


한동안은 엉망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이 물건을 여기서 저기로 옮겨놓는 것이 당시의 최고 퍼포먼스였습니다. 저는 그 이상을 기대했었지만요. 

수 차례의 피드백과 교육 후에 아이들은 자기들 물건을 어느 정도 치우고, 또 가방도 잘 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죠.

저희 집 제품은 아니지만, 여하튼 청소기, 식세기 :)

바닥에 떨어진 먼지, 머리카락을 진공청소기 갖고 와서 확 빨아들이면 그걸로 끝이죠. 하지만, 로봇청소기를 굳이 작동시킵니다. 밥그릇을 후다닥 씻어버리면 식기세척기를 돌릴 필요도 없겠지만, 굳이 씻지 않고 식세기에 넣어두고 한 번에 돌립니다. 



업무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 생기는 사소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별일 아닌데, 그거 처리한다고 붙잡고 있으면 30-40분은 그냥 지나가버리죠. 물론 그렇게 내 손으로 그런 일들을 처리하면 제일 제 성에 찰 정도로 하니까 좋죠. 하지만, 정작 제가 해야 하는 일들 - 전략을 개발하거나, 자료 슬라이드를 만들어 내거나,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들 - 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제가 하고 있는 일들 중에 다른 분들께 부탁하고 위임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다른 분께 일과 성과를 넘기는 것 - 위임, 단 일을 넘긴 책임은 내가...

무턱대고

이 일 좀 해주세요


라고 부탁? 업무 협조를 청하는 경우는 사람에 따라서 '지시'처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교감을 해두는 게 중요했습니다. 평소에 맡아보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지, 향후 커리어를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는지 등을 알고 있다면 그 방향과 align 되는 일을 위임할 때 서로 부담이 덜할 수 있겠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다 내가 하려고 한다면, 결국 우리의 최고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점점 고갈되어 정작 중요한 일을 하기 힘들어질 수 있어요. 또, '위임'을 통해 사람을 키우지를 못하니,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계속 그 일을 직접 하고 있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위임을 통해 그를 키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아, 제 아이들은 이제 설거지 거리들도 점점 식세기에 잘 챙겨 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수월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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