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특강에서 받은 영감
세상 모든 게 다 '일'입니다. 회사 출근하면 당연히 일 하고, 내가 회사를 차려도 일하고, 심지어 여름휴가 계획을 짜는 것도 일입니다. 그래서 일은 잘해야 하고, 잘 못한다면 일을 잘하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일을 잘한다고 하는 게 '진짜'라면, 진짜인 척하는 '가짜'도 있습니다. 모든 것들은 또 원래 가짜였습니다. 가짜가 진짜인척 하려고 노오력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다가 결국 '진짜'가 되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직장인'의 버전으로 일을 잘하는 '척'이라도 하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 화재가 되었던 '배민'의 '이게 무슨 일이야' 콘퍼런스의 내용을 필기했던 것이 방 정리하다가 발견돼서 남깁니다. 한명수 CCO 가 강의를 진행할 때, 그는 비꼬아서, 역설적으로, 돌려 까기로 말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만, 아래 내용은 노트 필기를 바탕으로 제 맘대로 적어봅니다 :)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일을 시킨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칭찬을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을 처리할 때는 그 일을 시킨 사람에게 칭찬받을 수 있는 포인트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사람에게 충성하면 일도 잘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을 시킨 상사와의 언어를 통일시켜야 합니다. 같은 종류의 말을 쓴다는 것은 '코드'를 맞춘다는 의미가 됩니다. 코드가 맞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통역관'이 필요 없습니다. 이 통역관은 진짜 사람은 아니고, 그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 위한 센스, 노력 같은걸 의미합니다.
만약 당신께 이런 센스가 없다면 상사가 하는 말을 잘 관찰하고 그의 단어들을 따라 하면 됩니다. 그 사람의 세상은 그 사람의 언어, 말, 단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상사의 말을 잘 따라 하면, 그의 사람인 척을 할 수 있고, 그렇게 그의 언어를 통해 세계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해서 사람들을 사귈 때, 어설픈 한국말을 사용하면서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어설퍼도 그런 노력이 이뻐 보이고 그렇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합니다. 각각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같은 회사라고 해도 저마다 다 다릅니다. 개발자의 언어와 재무팀의 언어는 다릅니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사람들끼리 상대방의 말을 써보려고 노력하면, 이뻐 보이지 않을까요?
업무일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업무일지를 따로 써본 적은 없는데, 이유는 모든 것이 이메일로, 또 구글 문서 등으로 공유되고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업무 일지를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일지로 남기려면 모든 이메일을 다 붙여놓거나, 발표자료를 다 끌어다 놓거나 하는 등으로는 쓸 수 없으니 '요약'을 해야겠죠. 내가 한 일의 임팩트와 향후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는 중에 스스로 회고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개별적인 업무들로 보였던 것이 업무 일지에 모이면서 '의미'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쓰는 말에 따라 내가 한 일의 의미에 대해서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단, 멋있는 말, 개념어, 추상어 따위를 일지에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할 듯합니다. 보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있어 보이는 것이 진짜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쓴 업무 일지에 사용되는 말이 조직에 돌고 있는 CEO의 목소리이나, 내 상급자의 업무 지시 방향과 어느 정도 align 되어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에든 '본질'은 있습니다. 일에서의 본질은 통상 performance에 가려져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하고 있는 수많은 todo, daily work 등의 작은 일들이 그 본질을 가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려져 있는 본질을 찾아서 끄집어내려고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North star'라는 것이 있습니다. 북극성인데, 지구가 뱅뱅 돌아도, 밤하늘에서 그 위치가 변하지 않아서 조직이, 개인이 지향하는 단 한 가지를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그것을 알아내기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도 많이 있습니다(링크). 바빠 죽겠는데 피곤하고 뜬구름처럼 통상 들리는 이 '북극성'이 그래도 조직원들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일 잘하는 '척'은 가짜입니다. 처음에 어리바리하고 있을 때는 '척'을 해야 합니다. 모방하고, 따라 하고, 좀 못해도 잘하는 척하고 하는 것은 조직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하지만, '척'하는 중에도 '척'은 가짜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척'은 당장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부끄러움'이 필요합니다. 자기가 '가짜'라는 자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누가 일을 '못'하는 척을 하고 싶겠냐? 하시겠지만, 요새는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일을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몰리기 마련이니까요. 많이들 쓰는 말, '워라벨'을 지키기 위해 '선택적 무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상사나 동료들에게 '기대감'을 주지 않거나 '기대'를 높이지 않기 위해서, 하고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적당히 반복해서 적당한 기대치를 죽- 유지하는 전략을 쓰는 방법이죠.
그러기 위한 콤보 전략으로 '질문하지 말 것'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냥 하던 방법 그대로 죽- 하게 되면,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할 수 있습니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많은 시기에 운 좋게 들어볼 수 있던 콘퍼런스였습니다.
원래 한명수 CCO 님의 의도와는 좀 다른 방향으로, 혹은 오해를 바탕으로 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고민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가'를 바탕으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으니, 미래의 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