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필요한데, 사람은...
저는 휴대전화는 갤럭시를 쓰지만, 노트북은 맥북(에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용 파이널 컷을 핑계로 입문해서, 다른 건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크롬 창 닫기 버튼 위치가 항상 헷갈려요) 꾸역꾸역 쓰고 있습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래봤자, 스마트폰용 키네마스터를 써본 게 전부라, 파컷이 좋네, 프리미어가 더 좋네.. 판단할 능력과 경험이 1도 없지만, 커버를 덮었다가 열었을 때 '즉각' 하려고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맥북만의 강려크한 강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요즘처럼 글 쓰는 재미 붙어서 시도 때도 없이 끄적이고 있었을 때는 상당히 이 강점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생각'이란 게 생각보다 빨리 휘발되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라고요. 노트와 펜을 꺼내는 속도보다 빠르게 키보드로 컴퓨터에 적을 수 있다는 것은 강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ESC키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테스트 (가상 키보드)를 해 봤으나, 유독 ESC 키만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이러면 유튜브 전체 화면에서 원래 화면으로 돌아오기가 어려운데...). 시간도 좀 있겠다 싶어서 홍대 애플 수리 센터로 발걸음을 했습니다.
바로 길 건너에 삼성 AS 센터는 '점검비'를 받지 않는데, 여기는 45,000원이 그냥 점검만 해 주는 비용으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부품을 갈거나, 판을 갈거나 하면 2만 원~3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놀래서, 그냥 쓰는 대로 써 볼게요~ 하고 나와서 근처 커피숍에 들어왔습니다(현재).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전자 제품 이상 증상 시 만능 치트키, '재부팅'을 해 봤습니다.
ESC키가 잘 작동합니다.
애플 제품은 비싸고, 수리 비용도 비싸고, 하지만 잘 고장 나지 않는다... 는 제 나름의 선입관이 있어서였는지 껐다켜볼 생각을 안 하고 있었네요. 한 달 정도를 그냥 썼던 것 같은데, 그게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좀 뜬금없는 전개지만, 그렇게 '생산성 갑'이라는 맥북도 한 달을 재부팅 안 하면 이렇게 문제가 생기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쉬지 않고 달리는 걸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정말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이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쉬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