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깊은 뜻이.
버라이어티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의 각오를 하고 시작한 월요일이었는데, 정신 잠깐 차려보니 금요일이었다. 매번 녹초 비슷하게 탈탈 털리고 귀가를 한 지 5일째.
마케터 경령 15년이라고 해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비슷하다고 해도,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0에서 새로 빌드-업 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업무를 파악하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시작되고, 기존과는 또 다른 새로운 고객들을 만나는 일은 모두 흥미롭고 배우는 즐거움이 크다. 내가 합류하기 전에 진행된 일들이 어땠고,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앞으로 방향성을 유지할지 등을 판단하는 일도 흥미롭다. 그간과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15년 동안, 역사가 긴 외국계 회사에서만 근무를 해 왔다.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쌓인 것들이 많다는 의미. 보통은 제품력, heritage, 조직 운영 노하우 등을 의미하고, 어떤 때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들도 쌓여있다는 소리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뭔가 갖추어진 틀, 시스템이 존재하고 그 조직에서 오래된 사람이든 - 그래 봤자 회사의 역사보다는 짧은 경력 -, 새로 합류한 신입사원이든 그 시스템 안에 나를 맞추면서 일하면 된다.
스타트업은 역사라고 할 것이 없다. 창업자가 회사에 가장 오래된 사람이긴 하지만, 합류하는 직원들은 나름의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보다 더 오래된 커리어를 갖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구성원들의 피드백과 의견, 실제 practice가 섞여서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고, 앞으로 합류할 분들이 여기에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줄 것이다.
면접을 보고, 합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수차례 메일이 오가던 중, 회사에 궁금한 게 많았던 나는 '이건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저런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정이 있나요?' 등등 지금은 다 기억하지 못하는 세세한 질문들을 한 적이 있다.
정말 성심성의껏 답해주던 대표님이 어느 수준의 답변부터는 이 정도로만 답해주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 부분은 합류하신 후에 함께 만들어가시죠.
당시에는 '그렇게 디테일한 사항들은 입사한 후에 알려드릴게요'라고 알아들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을 거치는 동안 느끼게 된 것은 아마 아직 그 정도의 사항에 대해서의 경험이나, 그로 인한 규정,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너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필요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반영해 줄 수 있어~'라는 뜻도.
'내가 만드는 것이 길이 된다'류의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정말 내가 제시하는 의견, 인사이트가 팀과 회사의 방향에 반영되고, 그로 인해 영향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에서의 첫 1주일은 아주 새로웠다.
아직 익혀야 할 제품, 고객, 시장에 대한 내용과 정보들이 산더미이다.
2주 차는 어떤 것을 알게 될지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