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 욕망인 이유는 포기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서...
Cherry-picker라는 말이 있었다. 신용카드 혜택 같은 것을 악착같이 챙겨먹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불경기일수록 이런 소비행태가 두각을 나타내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는 cherry-sumer라는 말로 새롭게 등장했다.
넷플릭스 월 구독료가 부담스럽다고 하루 600원으로 쪼갠다. 배달음식 배달료가 부담스러워서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단체 주문을 하고 배달료를 쪼갠다. 소비자들의 행태가 이렇다보니 기업들도 여기에 맞추는 수 밖에 없다. 말랑말랑한 결제 전략을 실행한다.
구독과 탈퇴가 쉽도록, 서비스 진입과 퇴장이 용이하도록 약관을 고쳐가면서 고객들에게 어필한다.
하지만, 그 고객이 예전의 그 고객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이전 세대 보다 낮다.
처음에는 불경기때문에, 절약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욕망의 절제와 완전 반대되는 상황이 된 것이 그 원인이다. 욕망은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하게 충족시켜줘야 하는 관리대상이 되었다.
이들을 '절약'하는 사람들이라고만 바라보면 올바른 전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의 구매는 refresh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작은 사치를 통한 '가심비'를 위한 것이기도 한다. 이런 관점이 없이는 항공권 중 비즈니스클래스가 먼저 팔려나가는 행태가 설명이 안된다. 이들을 이해하면 cherry-sumer들이 저항할 수 없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이런 전략은 신규구매, 교체구매로 소비자에게 제안할 수 있다.
소비자의 행태에 대해서 라벨링(labeling)을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사람들의 행동에서도 이런 라벨링이 묻어난다. 사람들과 나의 관계를 1차원, 2차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이다. 나와 친한 사람, 그 중에서도 나의 개인적인 상태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사람, 친한 친구, 그리고 사회적 관계로 구분하여 그루핑한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게임에서 만나는 친구, 학교에서 함께 노는 친구, 학원에서 친한 친구, 방에서 공부할 때 zoom을 켠채 자신의 시간을 열어줄 친구가 다 다르다. 이건 그들이 친구를 차별하여 사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맞는 역할이 부여된 사람들이 다르다는 것에 불과하다. 겨우겨우 카톡 멀티 프로필 몇개에 아는 사람들을 구분해서 담아두는 나 같은 사람은 이해하기가 아주 힘들다. 하지만 10년만 지나도 이분들이 우리 마케터들의 주 타겟 고객이 될 것이다. 미래에는 매체가 더 많아질 것이고, 이런 인덱스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