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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Jan 25. 2018

입사는 입사 전부터 시작된다.

내가 쓴 입사 지원서는 단 1개.

나는 졸업할 때 입사지원서 단 한 통으로 취직을 했다. 


이 글을 끝까지 못 읽으실 바쁜 분들을 위한 핵심 요약!!

취직이든 이직이든 스펙보다 더 어필이 되는 것은 '간절함'이다. 

이 간절함은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다. '언제든지'는 졸업 전, 입사 지원 전, 취업 전, 근무 중 등 정말 '아무 때나'를 의미한다. '간절함'은 확신에서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정말 이게 맞다는 확신,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만 '간절함'이 생긴다. '확신'은 평상시의 깊고 깊은 고민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래서 나의 삶에 내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중 내 삶의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등을 화두로 갖고 살아야 한다.


당시에는 이력서, 입사지원서 수백 통을 그물 던지듯 회사에 발송하는 식으로 구직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10년 전 수의과대학을 졸업할 즈음은 친구들끼리 입사지원서를 몇 통까지 써 봤냐는 식의 자조 섞인 경쟁을 할 때였다. 마치 시험 전날 '나 공부 하나도 안 했어~!!'라고 한 친구가 한숨 쉬면 다른 친구가 '나는 진짜 하나도 못했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경쟁이었다.


대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띄우면 도서관, 학교 일대의 커피숍들은 지원서를 써 대는 학생들로 시험기간 보다 더 북적였다. 엑셀에 회사 명단을 죽 뽑아와서 하나하나 체크 표시하면서 서류 제출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입사지원서에 지원하는 회사의 이름만 바꿔서 지원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나마도 헷갈려서 회사 이름도 바꾸지 않고 그냥 보냈다는 서글픈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대부분 겨우 취업을 했다.


내가 단 한통의 입사지원서로 취직한 이유를 직장인으로 10년 가까이 살아보니 좀 짐작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사 담당자가 아니라고 해도 회사에서 어떤 사람을 선호하고 뽑는지 어렴풋하게 알게 된 것 같다.

회사는 그 직무를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면접관도 사람이고, 사람이 보는 건 다 비슷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직장 생활은 입사 전부터 시작된다. 담당자들에게 나의 간절함을 전달하는 것은 입사하기 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절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내게는 이것밖에 없다는 확신으로 그 간절


함은 강화된다. 그런 확신은 학창 시절의 공부와 경험,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쌓여야만 가질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서 인턴쉽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고민이 결여된 활동들은 결국 스펙을 위한 스펙, 에너지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메뉴가 너무 많은 식당은 맛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도, 저것도, 다 잘할 수 있다는 사람은 이것만을 준비해 왔다고 간절하게 외치는 사람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복학생으로서 수의과대학 본과 생활을 시작할 때, 나는 다른 복학생들과 달리 대학 생활이 4년이 남아 있었다. 내가 하고 싶고, 잘 하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한 나의 업(業) 찾기 방식은 '지워나가기- Rule out'이었다. 최대한의 선택지를 경험해 본 후 아닌 것은 지워가는 방식이었다.      


아래는 수의과대학 본과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수의사의 길'이다.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는 것은 가족의 마음을 낫게 하는 일이지만... 

소동물 동물병원(개, 고양이 등 일반 반려동물을 진료한다)

대동물 동물병원(소, 돼지 등 산업동물을 진료한다)

마사회(경마장의 마필들을 진료한다)

축협(대민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기들이 방학 때 과외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동안 나는 필사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렇게 매 방학 때마다 내가 졸업 후에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경험해 본 후에 일에 대한 나의 성격, 자세를 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도서관 앞에 걸려 있던 영국계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의 채용설명회 현수막은 이런 고민이 없었다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채용설명회 날짜를 확인하고 바로 본사 인사과로 전화를 걸었다. 절절하게 내 소개를 하고 이름을 전달시키려 애썼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당시 나와 통화한 분은 인사부 막내 직원에 불과했다. 


당시 내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의 열정은 촌스럽고 투박했다. 하지만, 그 열정이 그 뒤로 2년 더 이어져 결국 GSK에 입사하게 되었다. 경북대학교 출신 수의사로 최초의 외국계 제약회사의 영업직(MR; medical representative)이 된 것이다. 이 길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나의 경험들과 열정들은 회사에 나를 어필하는 좋은 스토리가 되었다. 나를 면접한 분들을 입사 후에 만나서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하나 같이 뭔가 촌스럽지만 열정적인 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100개의 입사지원서를 쓰고 그중에 걸리는 1개를 다른 선택권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 혹 운 좋아서 몇 개 정도 합격이 되어버리면 단지 연봉이나 복리후생으로 회사를 선택하는 사람. 아니면 정말 여기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직무에 나의 어떤 능력이 어필할지 고민에 고민을 하고 지원한 사람. 어떤 사람이 회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다니게 될지는 뻔하지 않은가?     

예나 지금이나 취업은 정말 어렵다... 갈 수록 어려워진다는데...


입사는 입사 전부터 결정된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나에 대해서 그 어떤 고민보다 깊은 고민에 고민을 하라. 고민이 깊을수록 자신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 그런 고민을 바탕으로 확신을 갖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 선택을 회사에 어필하라. 


내가 썼던 입사지원서는 단 1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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