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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Jan 10. 2019

3-1. 미국인 상사에게 배운 인사평가 잘 준비하는 법

평가는 필요하다. 수시로, 조금씩, 조금씩, 자주, 자주...

평가는 개선을 위한 기준선. 평가를 받아야 발전할 수 있다.

좋아하는 피터 드러커가 평가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improve it.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도 없다는 말이다. 


직장인들은 늘 회사에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말은 집중 평가기간이다. 

인사평가를 준비 안하는 이유...38.1%에 주목 :)

10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직원의 성과평가는 1년에 한 번이었다. 그래서 연말에는 한해의 성과도 정리하고, 상사와 밥도 먹고 술도 먹는 자리가 확 늘어나곤 했다. 가장 바쁘고 몸이 힘든 시기였다. 당시에는 상사가 직원의 퍼포먼스를 일방적으로 평가했다. 많은 회사들이 그랬다. 성과를 바탕으로는 하지만, 상사의 일방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에 상사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좋은 성과는 기본이고 동시에 상사에게도 잘 보여야만 했다. 실적이 좋다고 해도 상사와의 관계가 껄끄럽다면 좋은 평가를 못 받는 직원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은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비위도 맞추고 일도 하느라 많이들 힘들어했었다.

이제는 분기, 반기로 계속 직원들을 평가하고 짧게는 매달 직원과 상사가 주기적으로 면담하고 평가하는 회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예전과 다른 점은 분기, 혹은 반기 단위의 더 짧은 주기로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 그리고 '자가 평가', '동료 평가', '상사의 평가' 등으로 360도 입체적인 항목들을 고려해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 상사에게 배운, 성과 평가 자료를 마련하는 법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상사는 미국인이다. 기업들은 소위 '탤런트', 즉 인재 직원들을 따로 관리한다. 외국계 기업들은 여러 나라에서 근무할 기회를 주고 몇 년씩 순환 근무를 시키면서 집중적으로 키우는 직원들이 따로 있다. 그가 그런 사람이다. 그룹에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수시로 업무 성과를 정리,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연말이었다. 하루는 인사고과, 성과평가 자료를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낮 시간에 원래 해야 하는 일들을 하면서 동시에 올 한 해 전체의 성과를 정리해야 했다. 일 년 동안 눈앞에 떨어지는 일들을 처리할 때는 정신없이 급하게 했는데, 정작 연말에 성과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니 자세한 건 기억도 나지 않고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성과평가 준비를 허술하게 할 수도 없었다. 성과평가는 인센티브와 다음 해의 연봉에 당장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분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다가 정시에 퇴근을 해 버렸다. 

다음날, 성과 평가 준비를 진작에 다 마무리했다는 상사에게 어떻게 자료를 그렇게 단번에 쉽게 정리하는지 그 비결을 물었다. 그는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수시로 파일을 업데이트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그가 알려준 연말 평가자료를 관리하는 팁을 정리했다. 

기록을 해야 측정이 되고, 측정을 해야 개선이 된다고 하셨다. 피터 드러커 교수님...

한 해 동안 만들어낸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데이터를 정리해 둔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마무리될 때마다 성공과 아쉬운 점 등을 보고서로 남긴다. 이 보고서는 보고용이 아니라 스스로의 업무일지로 사용한다.

다른 직원이나 고객들이 보내준 긍정적인 평가를 PDF 파일로 따로 보관한다.

자신의 보고라인에 수시로 성과를 업데이트한다. 연말에 한꺼번에 보고하려면 세세한 사항들은 강조할 수 없게 되어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라 했다. 


미국인 상사에게 배운, 성과 평가 자료를 다듬는 가이드

몸 담았던 회사들의 직원 커리어 코칭을 보면,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직원의 강점을 기반(strength based)으로 한다는 것, 부서를 넘나드는 각종 프로젝트의 TFT의 활동을 하도록 독려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직원들의 약점을 보완해서 평균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교육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맡기는 식이다. 

아무래도 코칭 가이드가 있으면, 생각과 고민을 더 잘 할 수 있다.

미국인 상사는 이런 가이드를 바탕으로 나의 커리어를 코칭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강점들에 기반해서 올 한 해 동안 할 일이 무엇인가?

그 일들을 달성하는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위의 질문들을 바탕으로 나는 내가 쉽게 더 잘할 수 있는 일들의 계획을 세웠다. 해내야 하는데, 내 능력이 부족한 일들은 함께 일하는 다른 부서의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나도 그들의 업무에 도움을 줬다.


그리고, 격주, 매달 단위로 아래의 질문들로 계속 진행 상황을 파악했다.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가? 예상했던 시간과 예산에서 움직이고 있는가?

특히 잘되고 있는 건은 무엇인가?

잘 안되고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파악한 현재 상태를 매번 기록으로 남겼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수시로 검토, 평가해서 기록해둔 자료들을 파일 하나로 합치면 인사평가용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나의 강점을 바탕으로 해서 한해의 계획과 프로젝트들을 설정하기 때문에 일들을 추진하는데 추가로 많은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이런 업무 정리 방식의 장점이다. 열심히 노력은 하되, 잘 하지도 못하는 일들을 잘 해내려고 무리해서 노력하면서까지 일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부족한 부분은 적절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었다. 


이런 질문이나 가이드를 바탕으로 한해를 준비하고 수시로 기록해두면 성과평가를 위해서 여러 폴더를 뒤지고, 파일을 열어보고 할 필요가 없어진다. 주기적으로 검토한 나의 업무 파일들이 한해의 평가용 자료가 되는 것이다. 매번 파일을 정리할 때 별도로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위의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꼼꼼하게 적어놓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가이드와 질문은 본인이 하는 직무에 맞게 적절하게 수정해서 자기만의 파일을 만들어보자.


지금 상사에게서는 글로벌 본사의 '탤런트' 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커리어를 정리하고 관리하는지를 가까이서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그의 이런 팁을 활용해서 자료와 파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업무들이 쉽게 정리되어 좀 놀랐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이 방법들을 활용해 보기 바란다. 적어도 성과평가에 한 일을 빼먹거나, 자료 정리한다고 스트레스받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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