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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Jan 19. 2017

왜 그 술집은 딱 봐도 아저씨인데
민증 검사를 할까?

일석삼조의 고객응대

며칠 전, 친구들과 이태원에서 모임이 있었다. 신나게 저녁을 먹고 2차로 술집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 화요일 밤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술집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손님들이 바로바로 입장을 못하고 입구에서 서성이는 것이다. 

민증 검사


그 술집은 누가 봐도 아저씨, 아줌마, 혹은 영감님인 사람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꽤 엄격하게 요청하고 있었다. 뜻밖의 검문(?)에 당황한 고객들은 입구에서 신분증을 찾는다고 두꺼운 겨울 코트를 뒤지고 있고, 때문에 줄이 조금 길게 늘어져 있었다. 

누가 봐도 우린 아저씨였는데...

우리도 신분증 제시 후, 손등에 '인증 도장'을 받은 후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꽤 높은 도수의 술들(보드카, 럼 같은 종류)이 그 집의 주력이었고, 많은 테이블에서 바틀로 팔리고 있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많은 손님들이 예상보다는 조용히(?), 경건하고(?), 안전하게(?) 마시고 있었다(여긴 술집인데!)는 점이다. 


술 취한(취할)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로부터 매상을 이끌어 내야 하는 술집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이 가게에서는 heavy drinker들이 내뿜는 주사의 아우라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안전한 가게에서 신나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자리를 즐기고 귀가할 수 있었다. 



첫째, 그 술집은 고객 만족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해 내고 있다. 

    딱 봐도 아저씨들인 무리에게 신분증을 제시를 요청함으로써 고객들이 입장할 때 기분을 한층 UP 시켜 주었다. '이야~ 민증 검사당하니까 너무 좋아!! 거의 20년 만에 술집에서 민증을 내 봐~♡' 증 인증 도장을 받으면서 내가 했던 말이다. 


둘째, 그 술집은 고객을 광고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사람들이 서성이도록 만들어 잠재고객들의 눈에 띄도록 연출해 냈다. 민증을 찾기 위해서 주머니를 뒤지던 사람들은 길 건너편에서 보면 이 가게의 광고판이자 입간판이었다. 사람들은 손님이 많은 가게를 선택한다. 


셋째, 그 술집은 고객들에게 '네가 누군지 알고 있어'라고 입구에서부터 알려주었다. 

    분명 '나 누군지 모르지?' 하는 것과 '저 누군지 아시죠?' 하는 것의 행동거지는 차이가 난다. 게다가 절제력이 떨어진 주객들이라면 그 차이로 인한 위험의 크다. 주사가 폭력, 희롱 등의 강력 사건으로 이어질 위험은 무한대로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그 가게는 입장하는 고객들에게 이미 점원들이 '당신의 민증을 봤습니다'는 인증 도장까지 찍게 만들었다. 


이 술집은 고객들에게 신분증을 요청하는 규정 하나로 세 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덕분에 편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 이유는 '술값이 싸서'이다.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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