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삼조의 고객응대
며칠 전, 친구들과 이태원에서 모임이 있었다. 신나게 저녁을 먹고 2차로 술집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 화요일 밤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술집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손님들이 바로바로 입장을 못하고 입구에서 서성이는 것이다.
민증 검사
그 술집은 누가 봐도 아저씨, 아줌마, 혹은 영감님인 사람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꽤 엄격하게 요청하고 있었다. 뜻밖의 검문(?)에 당황한 고객들은 입구에서 신분증을 찾는다고 두꺼운 겨울 코트를 뒤지고 있고, 때문에 줄이 조금 길게 늘어져 있었다.
우리도 신분증 제시 후, 손등에 '인증 도장'을 받은 후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꽤 높은 도수의 술들(보드카, 럼 같은 종류)이 그 집의 주력이었고, 많은 테이블에서 바틀로 팔리고 있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많은 손님들이 예상보다는 조용히(?), 경건하고(?), 안전하게(?) 마시고 있었다(여긴 술집인데!)는 점이다.
술 취한(취할)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로부터 매상을 이끌어 내야 하는 술집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이 가게에서는 heavy drinker들이 내뿜는 주사의 아우라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안전한 가게에서 신나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자리를 즐기고 귀가할 수 있었다.
첫째, 그 술집은 고객 만족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해 내고 있다.
딱 봐도 아저씨들인 무리에게 신분증을 제시를 요청함으로써 고객들이 입장할 때 기분을 한층 UP 시켜 주었다. '이야~ 민증 검사당하니까 너무 좋아!! 거의 20년 만에 술집에서 민증을 내 봐~♡' 민증 인증 도장을 받으면서 내가 했던 말이다.
둘째, 그 술집은 고객을 광고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사람들이 서성이도록 만들어 잠재고객들의 눈에 띄도록 연출해 냈다. 민증을 찾기 위해서 주머니를 뒤지던 사람들은 길 건너편에서 보면 이 가게의 광고판이자 입간판이었다. 사람들은 손님이 많은 가게를 선택한다.
셋째, 그 술집은 고객들에게 '네가 누군지 알고 있어'라고 입구에서부터 알려주었다.
분명 '나 누군지 모르지?' 하는 것과 '저 누군지 아시죠?' 하는 것의 행동거지는 차이가 난다. 게다가 절제력이 떨어진 주객들이라면 그 차이로 인한 위험의 크다. 주사가 폭력, 희롱 등의 강력 사건으로 이어질 위험은 무한대로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그 가게는 입장하는 고객들에게 이미 점원들이 '당신의 민증을 봤습니다'는 인증 도장까지 찍게 만들었다.
이 술집은 고객들에게 신분증을 요청하는 규정 하나로 세 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덕분에 편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 이유는 '술값이 싸서'이다. 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