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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Jan 12. 2019

5-2. 직장인 누구나 당나귀 귀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숨구멍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로, 뒷담화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수많은 뒷담화를 듣게 된다. 누가 일을 못하고, 누가 성격이 이상하고, 이번 인사이동의 내막은 이러니 저러니 등등. 한 조사에서는 말실수로 인한 곤란을 격은 직장인이 90%나 되고, 그중 절반은 상사, 동료들에 대한 뒷담화 때문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쩌다 잡담 중에 한마디 건넨 뒷담화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피곤한 생활이 시작된다. 말실수한 상대에게 미움을 받게 되거나, 직장 내에서 내 이미지가 나빠지거나 업무만으로도 피곤한 직장생활에 이런 스트레스가 추가된다.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것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뒷담화, 해도 피곤하고, 들으면 더 피곤하고...

뒷담화는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갔을 때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지만, 마음 맞는 동료들끼리의 뒷담화는 즐겁다. 사람은 누구나 다 뒷담화를 즐기게 되어 있다. 뒷담화의 순기능으로 한 심리학자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시켜주는 긍정적인 호르몬의 수치를 높여준다고 했다. 영국 발달심리학 저널은 다른 사람에 대해 뒷담화하는 것은 신뢰할만한 사람과 피해야 할 사람을 구분할 정보를 공유하는 수단으로써 인간의 본능적 행위라고 본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 보다 더 결속력을 느낀다고도 한다. 즉, 직장동료들끼리 뒷담화를 하는 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본능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뒷담화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것이 좋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간의 본능이라 당장 입은 근질근질할 수 있지만, 뒷담화에 끼는 재미보다는 거리를 두고 마음이 편한 것이 더 낫다. 그런데 뒷담화가 아니면 어디서 이 근질근질한 입을 풀 수 있을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아이 들 때부터 비밀에 끌린다. 

왕의 두건을 만드는 사람에게 병이 생겼다.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의 비밀을 혼자서만 알고서 어디 털어놓지 못해서 결국 앓아눕게 되었다. 도림사라는 절 뒤에 있는 울창한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친 후에 그 병이 낫게 되었다는 이야기.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해야 속이 풀린다. 다른 사람과 비밀을 공유하지 못하면 답답하고, 할 말을 털어놓지 못하면 갑갑하다. 그래서 '이건 비밀인데...'하고 친한 동료에게 이야기를 꺼내면 어느새 사무실 모두가 그 일을 알게 된다. 은밀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갑갑하고 병이 생길 것 같다. 어디 대나무 숲이라도 가서 소리치고 싶다. '이건 비밀인데~!!!!' 하고.


짦게 10줄, 10분 동안 쓰는 생활 일기

나도 회사 생활로 마음이 아주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웃는 낯으로 업무는 함께 보지만, 누군가가 나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한두 달 계속되면 정신적으로 늘 피곤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차라리 대놓고 누가 와서 얼굴에 대고 '당신의 이런 점이 마음에 정말 안 들어서 꼴도 보기 싫어요'라고 해주기를 바라게 될 정도다. 점점 피폐해지던 중에 내가 찾은 돌파구가 바로 10분 생활일기 쓰기'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타이탄들이 공통으로 꼽는 좋은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일기쓰기'였다. 아침일기, 감사일기 등 다양한 형태의 일기들이 있지만, 나는 하루를 마치고 잠자기 전에 잠깐 끄적이는 10분 일기를 쓰고 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나만의 일기장에 쏟아내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난 듯한 만족감이 든다. 그게 하루에 힘들었던 일, 다른 사람의 험담, 혹은 남들이 알아주지 못한 나 혼자만의 자랑이든 무엇이든 일기장에 쓰는 그 행위로 속에 담았던 말들을 다 털어놓을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굳이 다시 그 일기를 읽어보면서 그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지 않더라도 이미 일기를 쓰는 단계에서 일기의 장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계속 일기를 쓰고 있다.


오늘은...

하루를 쏟아내 기록을 남기고, 쌓아두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점점 단단하게 다져지는 것이 느껴질 때가 온다.

일기는 말 그대로 하루의 기록이고, 나 혼자만을 위한 글이다. 때문에 정해진 어떤 형식도 없다. 그렇지만 안 쓰던 일기를 쓰려면 조금은 막막할 수 있다. 그럴 때는 일기장 오늘 날짜를 펴고 빈칸에 '오늘은'이라고 쓴다. 일단 '오늘은'이라고 종이에 쓰고, 하루를 돌아보자. 

나를 갑갑하게 했거나 화나게 했던 일

남들한테 말은 못 하지만, 내가 정말 잘해서 자랑하고 싶은 일

부끄러워서 말은 못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실수나 일

운이 좋았다고 생각되는 감사한 일

위의 몇 가지 꼭지를 염두에 두고 '오늘은'이라고 쓰고 아무 말이나 써보자. 그렇게 일기 쓰기가 시작이 된다.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종이에 일상의 기록으로 옮겨서 쌓이면 대단한 힘이 된다. 차곡차곡 쌓이면 내면에서 든든하게 나를 버티는 힘이 된다. 


지금은 힘든 시간이 다 끝났다. 힘든 상황이 똑같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지치거나 힘들지 않다. 상황이 바뀐 것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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