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봐도 되고...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 사이에 애매한 영역을 브랜드 포지셔닝으로 파고들었다. 제 1의 공간(집), 제2의 공간(직장)과는 다른 제3의 공간(공공의 장소에서 개인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커피나 마시는 곳으로 생각되던 장소를 공부하고, 글 쓰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어떤 경우에는 사업이 논의되는 회의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디를 가던 집 앞에서 가던 스타벅스와 같은 인테리어이다. 인테리어의 연속성은 단지 같은 촉감의 테이블, 같은 느낌의 의자 쿠션, 조명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매장에서 같은 음악적 경험(똑같은 트랙이 본사에서 제공된다)을 할 수 있고 직원들의 응대 프로토콜 또한 통일되어 있다.
철저하게 유지되는 일관성은 소비자가 연속된 경험 속에 머무르게 해 준다. 집 앞 스타벅스 매장에서의 경험과 회사 앞 매장에서의 경험이 다르지 않게 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편안함은 글을 쓰거나, 자료를 검토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넷플릭스가 강조하는 streaming service 역시 끊어지지 않는 흐름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퇴근길 아이폰으로 시청하던 영화를 집에 도착하면서 연속해서 그대로 시청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기 때문에 작품에 몰입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Apple device가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 많은 분들이 꼽는 장점이 바로 '업무의 흐름의 연속성'이다. 아이폰에서 아이패드로, 그리고 Mac으로 연속되는 업무 경험은 하고 있던 일에 대한 몰입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결국 performance outcome이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3분짜리 음악을 듣다가도 실수로 '일시정지'를 눌러버리면 resume 해도 어색하다. 연속적인 streaming이 깨져서 몰입을 방해받는 것이다. 업무, 글쓰기 같이 더 집중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이런 어색함을 피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어딜 가도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 그게 나의 flow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