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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라이어티삶 Feb 13. 2020

직장인이 인사평가를 마주하는 자세

인사평가가 연봉에 주는 영향과 앞으로의 전략

같이 일을 시작했던 친한 친구의 이야기이다. 

그도 회사 생활 10년 차. 얼마 전 최악의 인사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계속 들어왔기 때문에 인사평가를 크게 신경 썼던 적이 없다. 인사고과를 맞추려고 따로 노력하지 않았고, 일을 할 때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가 신나서 일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영업을 할 때는 고객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신이 났고, 마케팅을 하면서는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하다니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때 흥이 났다는 친구다.


사실 이렇게 자기가 신이 나서 일을 하면, 일을 더 할 때도 힘이 덜 들고, 자기 흥이 다른 사람들을 감화시키기 때문에 분위기도 좋아진다. 그의 흥에 나도 덩달아 신났던 적도 제법 있다. 결과는 분위기를 따라오게 되어 있다. 결과도 좋고, 분위기도 좋으면 인사평가는 당연히 좋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했다. 그는 아주 혼란스러워했다.

일은 일대로 했고, 결과도 괜찮았다고 한다. 레퍼런스도 정리해 두었고, self-evaluation 에도 잘 기재했다. 그러나 평가는 10년 만의 최하.


면담

상사와 면담을 요청했고, 평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작년에 새로 세팅된 인사평가의 기준은 일을 잘한다고 평가를 잘 줄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상사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한다. 상사는 세부적인 항목들을 잘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어떤 큰 그림, 즉 전략에 맞춰서 수행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그러나 친구는 상사가 언급한 여러 항목들의 90% 이상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나에게 항변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는 친구에게 처음부터 상사의 인사평가 관점을 잘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말 밖에 해 줄 수가 없었다. 한 번 결정 난 인사평가는 바뀔 수 없다는데, 더 말해 무얼 하겠는가.


영향

인사평가는 돈과 직결된다. 단순히 그 해의 연봉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향후 커리어에서 연봉 인상에 복리의 영향을 줄 수 있다. 연봉 1,000만 원인 직장인이 다음 해에 3% 이상된 1,030만 원을 받는가, 5% 인상된 1,050만 원의 연봉을 받는가는 10년 뒤 단순 계산으로는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저 2%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더욱더 퍼포먼스를 내야 할 것이다. 단, 상사의 관점에 맞는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연말, 연초의 인사 평가는 간단하다. 보통은 5점 스케일(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달, 매우 미달)로 평가하는데, 이 친구는 3점 스케일(우수, 보통, 미달)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스케일이 단순화된 만큼 각각의 카테고리 안에는 복잡 다양한 팩터들이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다. 


향후 전략

한 번 내려진 인사평가는 불편이다. 대학의 학점처럼 교수님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돈 때문인 것 같다. 

친구는 이번에 깎아먹은 평가점수를 극복하기 위해서 올해의 전략을 새로 세워야겠다고 했다. 그간 경험했던 상사와는 사뭇 다른 평가 관점을 갖고 있는 지금의 상사에게는 여태 해오던 '신이 나서 하는 일'이 만드는 퍼포먼스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정해진 틀이 있고, 그 안의 각각 항목을 하나하나 충족시키는 과정을 통해서만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힘내! 친구야! 응원한다 :)
기대

신나서 일하던 친구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든다. 하지만, 회사는 신나게, 재미있게 다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미있게 다니려면 돈을 내고 다녀야지'라고 하던 전 직장 선배의 말이 뇌리에 박혀서일까. 

그는 잘할 것이다. 앞으로는 상사가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업무를 수행하겠지.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 일의 결과가 상사의 기준에 충족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겠지. Flow로 일하던 친구가 FM으로 일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만, 나는 응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021년 초에 올해 그의 한 해는 어떻게 평가받았는지 물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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