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ㅣ부부ㅣ자상함
오늘도 오늘의 기록을 위해 소파 테이블을 몸 쪽으로 바싹 당기고 맥북을 켠다.
어제는 유난히 할 일이 많아 부산스러운 하루를 보냈더니 오늘 오전에는 괜스레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열심히 근무하고 있을 남편에게 실없는 투정의 메시지를 보낸다.
"여보,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다!"
"점심때 같이 밥 먹을래? 보고 싶네."
정석보다 더 정석 같은 답변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밥을 늦게 먹어서 배는 안고플 것 같은데 커피 같이 마실까?"
"그래, 나 오늘 점심때 조금 일찍 나갈 수 있어!"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하루를 즐기는 편이지만 계획에 없던 짧은 데이트에 양껏 흥이 난다.
남편과의 데이트 약속이 잡히자마자 샤워를 하고 분주히 준비한다. 화장이라 해봤자 선크림 바르고, 눈썹 그리는 게 다인지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혹 남편이 조금 더 일찍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여 바삐 준비한다. 햇살 그득한 평화로운 집에서 혼자 어지간히도 바쁜 척을 해댄다.
약속 장소로 가는 길,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이 유난히 아름답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단풍잎들이 유난히 반짝인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남편이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곧장 남편을 향해 한마디를 던진다.
"여보, 우리 딸이 여보 같은 사람이랑 연애하면 좋겠다. 그렇지?"
"그럼 좋지!?"
스스로의 자상함을 인정하는 모습에 또 한 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가야. 네 아빠의 자상함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네가 태어날 세상을 더 크게, 마음껏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정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