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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수혁 Mar 13. 2024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사소하고 지루한 것의 반복, 진심을 담은 가게 경영 이야기

진심을 다해 경영하라는 말. 이만큼 상투적인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저자가 어떻게 그 '진심'을 담아 12년간 고기리막국수라는 식당을 성장시켜 왔는지를 흥미롭게 읽어내겨가면서, 진심 경영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흠뻑 젖어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대목 3가지를 꼽아 책 내용을 발췌, 메모해본다.


섬세한 고객 경험 설계

국숫집에 오는 손님 중 아기 엄마를 유심히 보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막국수가 나와도 항상 일행과 같이 먹지 못하고 가장 늦게 먹기 시작합니다. 그 분들을 위해 막국수를 조금 천천히 먹기 시작했을 때의 면 상태까지 체크합니다. (P. 44)
‘아기막국수’
하루는 갓난아이 때문에 아예 음식에 손도 못 대고 있는 아이 엄마가 안타까워서, 국수를 다시 내려달라 주방에 요청하고 갖다드린 적도 있습니다. 역시나 제대로 못 드셨지만, 나가실 때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국수의 맛도 맛이지만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전해주셨지요.
아기막국수 메뉴는 아이를 데리고 국수를 먹으러 온 엄마의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비빔국수를 먹을 때는 매운 양념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양념이 묻은 부분을 물로 헹궈야 했습니다. (P. 111)  
손님의 눈이 되어 모든 동선을 살피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카운터를 지키는 직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까지 5분이면 충분합니다. 매일 손님이 되어보는 경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럽게 몸에 베었습니다. (P. 76~77)


나도 아이를 키우며 식당에 갔을 때 같은 경험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특히 공감이 갔던 '아기막국수' 메뉴. 메뉴 구성이나 제공 방식의 섬세함, 그리고 관찰력에 감탄했다. 이렇게 대접받는 경험을 한 손님들은 아마 이 식당을 절대 잊기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매일 출근하며 손님의 눈으로 가게 안팎을 돌보는 것은, 쉬워 보여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사소하고 지루한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반복할 수 있었던 저자의 마음가짐이 식당의 성공을 이끌어 낸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인 블로그, SNS 운영 철학 - '저희도 국수를 좋아해요'

일방적으로 우리 음식이 맛있다는 주장을 쏟아내는 대신,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다른 국수집에 다녔던 후기들. 막국수를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들.
인터넷에 올릴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저희도 국수를 좋아해요’ 라는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손님이 저희를 주인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심리적인 벽을 허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질감이 묻어나는 콘텐츠가 쌓이다 보니 저희를 찾는 손님들도 조금씩 늘었습니다. (P. 187)


홍보를 위해 인터넷 콘텐츠를 발행하다 보면 온갖 욕망과 테크닉이 범벅되어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하지만 처음 고기리막국수를 개미한마리 얼씬하지 않는 외진 곳에 오픈하고, 블로그를 개설하여 여느 사장님처럼 "우라 게가 오세요. 막국수가 맛있어요" 라는 말을 올린 후 막막해 하던 그 때부터,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들을 꾸준히 쌓아 올린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글 쓰는 재주도 뛰어나고 여러가지 매력적인 요소들이 잘 버무려진 것이곘지만, 욕심내지 않고 '저희도 국수를 좋아해요' 라는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가치를 지키며 성장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


수요미식회 방영 두 달 전부터 철저한 준비
방문한 손님 중에 다시 오실 손님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
이때 쏟아부은 노력은 기존 시스템을 한 단계 뛰어넘는 계기가 되어, 방송 후 연 매출 200% 신장이라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방송이 아니었다면 그런 준비를 할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런 상승세는 방송이 있던 해에만 그치지 않고 내내 이어져, 2020년에는 2015년 대비 약 450%의 성장률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손님을 수용할 범위를 정하고 서서히 늘려가며 음식을 낸 결과, 맛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P. 147)
손님이 늘어난 후 단골손님들에게 “손님이 많아져서 너무 서운하시지요?” 라는 공감의 말 한마디로 마음을 달래드림


여기서는 저자의 냉철한 승부사적인 기질과 함께, 숫자 예측에 강점을 보이는 경영자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일반적인 가게들은 방송에 나가고 손님이 몰려들면 들뜬 마음에 우왕좌왕 하다가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마는 것이 익숙한 패턴인데, 그 지점을 꿰뚫어 본 저자는 특유의 세심함을 발휘하여 철저히 준비했다고 한다. 핵심 목표를 재방문 고객 창출에 두었고, 나머지 욕심은 철저히 억제하여 직원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게 했고, 찾아온 손님들이 온전히 막국수 맛과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본질적 가치를 지키며 재방문 고객으로 바꾸어냈다. 그 결과 방송 이후 반짝 효과가 아니라 영구적인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룬 스토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진심이 통한 성공 스토리가 많이 와닿았고,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사업을 하면서 뒤엉켜있는 내 마음속 욕망들과 어지러운 상황을 바라보다가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에는, 고기리막국수를 떠올리며 나의 진심을 찾아 내면여행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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