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자영업의 미래
전국의 600만 자영업자들은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충격을 힘겹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이 바이러스의 확산세와 그에 따르는 방역 지침으로 외식업 시장이 급변했습니다. 자영업 구조조정의 시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 걸까요?
창업 상권 현장 전문가로 1992년부터 국내외 상권 곳곳을 누비면서 쉼 없이 시장조사와 상권분석을 하고 있는 김상훈 창업통TV 대표의 저서 '코로나 시대 자영업의 미래'는 이런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은 곳은 대학가 상권입니다. 오프라인 개강 대신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 되면서 학기 중 대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가뜩이나 방학을 제외한 1년 중 6개월 영업이 주력이던 상권의 가게들은 피해가 막심한 상황입니다. 또한, 영업시간 단축,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대형 상권에서 단체 회식 고객을 주력으로 삼았던 대형 음식점 사장님들은 영업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어 졌습니다.
한편 코로나 시대가 즐거운 가게들도 있습니다. 배달 창업 시장, 홈쇼핑, 온라인 쇼핑에 몸담은 창업자들은 급증하는 매출에 표정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치킨, 피자, 족발, 분식, 중화요리, 야식 등 전통적인 배달 전문 음식점들도 있지만, 기존에 배달로 즐기기 어려웠던 다양한 메뉴들이 모두 배달 앱 속으로 들어와 큰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 70만 개 음식점 중 95% 이상이 새로운 코드로 무장하여 저마다 특색있는 메뉴를 배달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배달 음식 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커진 배달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는 무한 경쟁 시장입니다. 총 창업비용 5,000만원 이하, 식재료 원가 30%, 월세 100만원 이하, 인건비 1.5명 수준으로 소자본 창업을 하고, 유연성 있는 메뉴 개발과 패스트 브랜딩 전략을 가지고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외식 자영업자들은 인근의 오프라인 경쟁 구도를 분석하는 일 외에도 배달 앱을 보고 주변 경쟁 업체의 영업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유연성 있는 배달 매출 전략을 점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영업 시장은 근본적으로 공급과잉, 과열경쟁 시장입니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 코로나19가 자영업 시장에 직격타를 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속에서 자영업 시장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순기능도 있는 것이죠.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맞게, 외식업도 생존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합니다. 저자는 책에서 '소확행 창업', '전수창업', '전환창업' 이라는 세 가지 화두를 던지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입니다. 옛날 자영업자들의 꿈이 '리치맨' 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큰 부자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일을 하는 수단으로서의 창업, 퇴직 후 자기 존재감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의 창업, '행복한 창업자'를 꿈꾸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쟁터와 같은 창업 시장에서 저자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이 가슴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빠른 창업의 대명사인 프랜차이즈 창업의 대안으로 슬로우 창업, 즉 전수 창업을 제시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가치를 창업자가 자신 있을 때까지 충분히 배워서 창업하는 것이 전수 창업의 핵심입니다. 모점포 음식점 사장님이 전수창업을 진행할 때는 단순히 자신의 사업 성공에 따르는 부가적인 수익원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고, 후배 창업자와의 '성공 패러다임 공유'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최근 몇 년간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조명하면서, 단기간 내에 많은 가맹점을 오픈하는 만큼, 수명이 짧고 빠르게 라이프 사이클이 하락하는 브랜드가 많은 현실을 우려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브랜드 선정 시에 이런 라이프 사이클 측면에서 한 번 더 고민해보고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자영업자들도 사업 구조를 유연하게 변화시키고 틈새 아이템을 장착하는 등 '전환창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 흐름에 맞게 1인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뉴나 서비스 개발, 매장 구조 변경, 고객 유치 전략을 고민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한 틈새 아이템 사례 중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뜸들이다, 고수의 운전면허, 접시고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뜸들이다는 명란마요 아보카도 덮밥, 삼겹살 카레 등 단출한 메뉴로 틈새 배달 음식을 공략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5,000만원 이하의 투자 금액으로 주택가와 오피스 상권이 혼재된 중하급지 상권에서 최소 인원을 이용해 월 매출액 3,000만원 정도를 올리고 있다고 하네요.
고수의 운전면허는 실내운전면허연습장 브랜드입니다. 게임기기 같은 운전 연습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일반 운전면허학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운전 연습 시간과 반복 연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시뮬레이터 대당 가격이 2,500만원 내외로 비싸고, 주변에 경쟁 점포가 생길 수 있다는 점, 20대 인구가 감소세에 있다는 점 등이 리스크 요인입니다.
접시고기는 제주산 돼지고기를 이용한 가성비 고기포차로, 총 창업비용 1억원에서 1억2,000만원 수준입니다. 요즘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음식점들이 업종 변경 테마로 시도한다면 재투자 비용은 2,000만원~3,000만원 이내에서 가능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저자가 책을 통해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행복" 이었습니다. 과도한 욕심이나 조급함을 내려놓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창업을 하라는 메시지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비싼 동네, 대형 상권, 큰 가게, 비싼 월세, 고임금 창업'은 피하고, 슬세권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는 '동네 상권, 틈새 입지, 작은 가게', 궁극적으로는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행복가치를 누릴 수 있는 창업법, 이것이 바로 코로나 시대에 창업자의 행복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창업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