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공간여행, 럭셔리 브랜드 투어
지난번 콘텐츠 마케터 H, 공간 디자이너 K와 함께 루이뷔통 메종 서울에 다녀온 뒤로 럭셔리 브랜드의 아트 마케팅이 궁금해졌습니다. 그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살펴보고 싶어 졌죠.
확실히 소수의 사람들이 희소가치 있는 명품을 구매하는 것은 예술작품의 구매와 그 여정이 흡사하다고 생각됩니다. 상품은 구매하지만, 작품은 컬렉션 합니다. 그 작품이 시작된 아트(Art)의 기원부터 들여다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하는 모든 것을 예술이라 말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스 시대에 예술(art)은 '테크니크(기술)'에서 그 어원이 왔고 <솜씨>를 뜻했습니다. 코끼리로 돌을 나르다 바퀴를 개발한 것도 솜씨였고 귀족들의 멋진 왕관과 귀걸이도 솜씨였죠.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의 자리에서 조금 더 솜씨 있게 일하려는 모든 사람은 결국 아티스트군요. 새로운 시각의 글을 쓰는 작가, 다른 감성의 메시지를 개발하는 마케터, 서비스를 개선하는 기획자, 더 심플하게 코딩하려는 개발자, 다르게 가르치려는 선생님까지 말입니다.
자, 오늘 여러분은 어떤 아트웤을 진행하셨나요?
저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으로 저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중입니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예술은 기술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세계로 건너갑니다. 예술 작품은 희소성을 기반으로 부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만 소장했습니다. 메디치 가문이 가난한 예술작가들을 후원하고 파티를 통해 다른 귀족들에게 작품을 소개했듯이 말입니다. 귀족과 예술, 이 둘의 연결고리는 굉장히 강력합니다.
귀족은 좋은 작가를 발굴합니다. 작가가 만든 작품 전체를 지속적으로 구매할 뿐 아니라 앞으로 만들 작품까지 후원하죠. 모든 브랜드가 갖고 싶은 충성고객의 시초라 볼만하죠? 귀족은 희소성 있는 진귀한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부를 드러내고, 문화와 예술을 이끄는 자부심을 소유합니다. 자부심, 이것이 귀족을 움직이는 원동력인 것이죠.
귀족과 작가의 충성된 연결고리처럼, 명품도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과 예술로 강력히 연결되고 싶어 합니다.
우리네 역사를 보면 천천히 느리게 평등한 사회로 움직여 갑니다. 그리고 기득권은 계속 다른 방향으로 체스판의 말을 옮겨가죠.
시민혁명 이후 예술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립니다. 하나는, 종교와 귀족을 그려왔던 '실내'에서 '들판'으로 나가 자연과 실생활을 그린 인상주의입니다. 당시는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현대미술의 시작이 되었죠.
또 다른 방향은 자본주의와 결탁합니다. 산업시대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족기업이던 루이뷔통, 프라다가 부호들의 문화(주로 여행)를 중심으로 성장합니다. 대량생산으로 브랜드가 대중화될수록 기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희소성을 잃고 가치가 하락합니다. 포르셰 CEO가 '같은 거리에서 두 대의 포르셰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한 배경이 이해 가는 대목입니다.
일반 대중 브랜드가 프리미엄 고가 라인을 론칭하고 예술과 콜라보하면서 럭셔리는 그 정체성에 더욱 도전을 받습니다. 명품이 프리미엄과 차별화되는 길은 소수의 귀족을 지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과의 거리감이 필요하게 되죠.
프리미엄보다 더 프리미엄 한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는 스스로를 <작가>로, 상품은 <예술품>으로 승화시킵니다. 오랜 역사가 만든 장인은 문화재가 되고, 장인의 손으로 만든 작품 수는 생산 수가 제한됩니다. 가격은 예술품처럼 높아 아무나 살 수 없죠. 그리고 작품을 이해시키듯 브랜드 세계관을 알리기 위해 예술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합니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 그룹은 예술감독이나 미술사가를 영입해 현대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미술관을 직접 개관합니다. 루이비통이 소속된 LVMH 그룹*도 다르지 않았죠. 루이뷔통 미술관이 위치한 파리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은 본래 왕실 소유의 사냥터였습니다. 나폴레옹 3세가 시민을 위해 내놓은 이래 루이비통이 1,300억 원을 13년간 투자하여 미술관으로 탄생시켰습니다.
구찌, 입생 로랑 등을 가진 케이 링 그룹도 베네치아에 미술관 2개를 건립했고, 그중 하나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피렌체 구찌 박물관에는 스카프, 가방, 식기가 '작품'으로서 미술사적 맥락을 담아 전시되어 있습니다.
피렌체 '스피니 페로니' 궁전 안에는 페라가모 박물관이 있습니다. 궁전 안에 브랜드가 전시된다는 것은 브랜드가 이탈리아 문화와 예술의 일부라는 메시지이죠.
한국에서의 아트 마케팅도 다르지 않습니다. 루이비통이 4층에 갤러리를 오픈했듯, 샤넬도 매장에 갤러리가 있습니다. 디올은 5층 탑에 디올 카페를 만들고 프랑스 디저트 명인의 메뉴를 오픈했습니다. 에르메스는 뮤지엄에서 에르메스 가방의 역사를 전시하죠.
내가 수집하는 브랜드가 유럽의 궁전과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과 맥을 같이 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귀족이 아니라 확 다가오지는 않습니다만, 소수만이 누리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 그 거리감의 밀당은 확실히 프리미엄 라인이 럭셔리 브랜드에서 배울만한 소재입니다.
그래서 성수동 디뮤지엄의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루이뷔통에서 에르메스로 넘어가는군요. 이 여행의 끝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다음 글에서 그 가방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LVMH 그룹에 대하여
: 루이비통은 인수합병을 통해 LVMH 그룹으로 성장합니다. 루이비통은 그중 하나의 브랜드이죠. 이 그룹에는 웬만한 명품 브랜드가 다 있습니다. 크리스챤 디올, 셀린느, 펜디, 지방시, 마크 제이콥스, 불가리, 태그호이어, 티파니 등 수십 개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유럽 전역에 깔린 세포라 매장도 LVMH그룹에 속해있죠. 삼성전자처럼 지배구조가 재벌과 비슷하게 복잡합니다. 다른 점은 자식에게 주식을 상속하지 않았다는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