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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현 Jun 20. 2021

작품이 되려는 명품 (ft. 루이뷔통의 아트 마케팅)

마케터의 공간여행, 럭셔리 브랜드 투어

청담동의 루이뷔통 메종 서울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매장입니다. 루이뷔통 재단에는 현대 미술품을 수집하는 예술감독이 별도로 있고, 그 예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에스파스 루이뷔통(Espace Louis Vuitton)"을 가진 매장은 전 세계에 5개뿐이죠. 도쿄, 뮌헨, 베네치아, 베이징 그리고 서울입니다.


마침 우리는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로 머리를 말랑하게 할 자극제가 필요했고, 회사가 청담동에 있는 덕분에 점심에 갤러리 투어가 가능했습니다. 갤러리는 무료이고 도슨트 설명은 루이뷔통 웹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합니다. 작은 갤러리라 30분 안에 도슨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죠. 도시에서 예술품을 감상하실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미 자코메티 컬렉션과 게르하르트 색채 전시는 블로그와 보도자료에 잘 설명되어 있어서 저는 좀 다른 포인트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공간을 둘러보면서 우리는 럭셔리 브랜드의 아트 마케팅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왜 어마 무시한 비용을 건물에 투자할까, 왜 미술품을 사들여 무료로 전시할까. 다시 지어도 가능한 시간에 리모델링만 2년을 투자했다고 하니 얼마나 특별한 공간인가 싶었죠.




도시를 살리는 디자이너, 프랑크 게리


청담동에 모인 럭셔리 매장들은 유명 해외 건축가가 디자인한 경우가 많습니다. 바르셀로나에 가면 가우디 투어로 하루 꼬박 잡듯, 청담동도 걸어 다니며 건축 투어가 가능합니다. 그중에 보통 사람의 눈에도 한눈에 예술품이구나 싶은 몇 개 건물들이 있죠. 루이뷔통 메종 서울이 그중 하나입니다.


이 곳을 설계한 프랑크 게리가 얼마나 유명한가에 대한 질문에 공간 디자이너 K가 눈을 반짝입니다.

K: "엄청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죠. 90세는 넘은 것 같은데요? 곡선이 강한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만들려면 굉장한 기술이 받쳐줘야 하는 디자인이죠."
곡선이 강조된 프랑크게리의 디자인, 댄싱하우스 / 웨스턴 리저브 대학 건물

유대인으로 태어났지만 무신론자였다고 하니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형식을 깨는 사람일지 짐작이 갑니다. 그의 대표작들은 K의 말대로 곡선이 살아있습니다.


프랑크 게리의 대표작 중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디자인이 어디까지 세상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하여 답을 한 작품입니다. 빌바오는 마드리드에서도 버스로 4시간이나 떨어진 작은 도시입니다. 한 때 철강 도시였지만 쇠락하면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죠. 빌바오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프랑크 게리를 디자이너로 선정했습니다. 그는 빌바오의 상징인 철강 재질로 건물 전체를 디자인했습니다.

33,000개의 티타늄 패널이 반짝이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이 디자이너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데 수십 명의 구조 엔지니어와 상당한 건축기술이 필요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이 소도시에는 이 미술관을 보러 매해 100만 명이 찾아옵니다. 디자인이 죽어가는 도시를 살렸습니다.





디자이너는 꿈꾼다


그는 파리의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디자인하면서 숲 속을 항해하는 배를 꿈꿨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깊은 문화적 소명을 상징하는 웅장한 선박을 파리에 설계하는 꿈입니다." - 프랑크 게리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스케치 @루이뷔통 메종 서울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목업 @루이뷔통 메종 서울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사진 @인터넷


파리 루이뷔통 미술관은 12세기 배의 돛을 떠올리는 디자인입니다. 건물 전체가 유리이죠. 실제 완공될 때까지 8년, 초기 기획부터 시작하면 13년이 걸렸습니다. 프랑크 게리는 이 미술관을 좀 더 진화시켜 보고 싶었습니다. 서울의 루이뷔통 메종은 그 결과물입니다.


종묘의 동래학춤에서 도포자락에 살랑이는 한복의 움직임에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프랑크 게리는 한국의 선을 표현하고 싶었고, 유리에 좀 더 움직임을 주고 싶었습니다.


루이비통 메종서울의 초기 스케치와 동래학춤


그가 꿈꾼 한국의 선이 곡선 있는 유리로 표현되었습니다. 리모델링에 왜 2년이나 소요되었는지 느껴집니다.

루이뷔통 메종 서울 @루이뷔통 웹사이트
루이뷔통 메종 서울 @루이뷔통 웹사이트

외관이 작품이니 내부작품 같아 보였는데 불가리, 샤넬, 펜디의 인테리어를 총괄한 피터 마리노가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루이뷔통 메종 서울 @루이뷔통 웹사이트
루이뷔통 메종 서울 @루이뷔통 웹사이트





작품이 되고 싶은 명품


함께 둘러 본 콘텐츠 마케터 H, 공간 디자이너 K와 감상평을 나누었습니다.

H: "확실히 저희가 다녀 본 다른 어떤 공간보다 아트(art)를 콘텐츠로 잘 엮은 것 같네요. 매장에 상품이 전부 작품으로 느껴질 만큼요."

K: "상품이 작품으로 느껴진다는 말이 와닿아요. 가격이 높을수록 합리적일 것 같아도 실은 엄청난 감성이 구매를 좌우하잖아요."

나: "그렇죠. 관여도가 낮은 상품은 필요(Needs)가 더 강하지만, 고관여 일수록 욕망(Desire)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봐요."

우리는 새로 시작하는 공간 프로젝트의 타깃인 Young & Rich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이들의 욕망(Desire)을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 팀에서 종종 로망씬(Roman Scene)이라 부르는 시나리오는 잘 정리할수록 영상이나 이미지로 풀 때 꽤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갤러리에서 나와 근처의 카페에서 상품과 작품의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루이뷔통뿐 아니라 샤넬도, 에르메스도 매장에 모두 갤러리를 갖추고 있죠. 모든 럭셔리 브랜드는 상품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어 합니다. 상품은 구매하지만, 작품은 컬렉션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럭셔리 마케팅은 예술과 맞물려 진행됩니다.


확실히 이들의 아트 마케팅은 디자인에 무게(=비용)를 실어주어야 가능한 마케팅이고 브랜드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K: "디자이너가 상상력을 잃으면 작품의 맛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90세가 넘어도 절대 현실적인 사람이 되면 안 되는 거죠."

H: "아... 그건 마케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연차가 쌓일수록 비현실적인 꿈에 쓴소리가 먼저 나오잖아요."


아, 가장 현실적인 저에게 엄청난 찔림으로 다가오는군요. 우리는 비현실적인 예술품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현실적인 뇌를 말랑하게 했다는 것에 안위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글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아트마케팅을 히스토리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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